통일시대

vol 113 | 20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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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할론을 생각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4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재차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무역 봉쇄, 블랙리스트 대상 확대, 금융 거래 제한 등 고강도의 대북 제재 방안을 만들었다. 이것은 ‘핵 무력 강화와 경제 건설’이라는 북한의 병진노선 고리를 끊고, 실질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끝장결의(Terminating Resolution)’가 논의되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독자 제재에 부담을 느껴왔지만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다. 대북 압박의 효과를 높일 수 있게 한 것이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제재가 시행된다면 북한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중국 역할론이 주목받았다. 왜냐하면 한중관계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 행사 참석 등으로 높은 정책적 신뢰를 확보해 한반도의 평화통일 문제를 논의하는 단계로 발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의 기대와는 달리 미·중관계와 동북아의 세력 균형의 차원에서 접근했다.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에 논의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핵 문제 발전에 있어서의 ‘미국 책임론’을 제기해 결의안 채택에 난항을 겪게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강력하고 포괄적인 결의안에 합의한 데에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일관된 의지가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북핵 문제가 한·미·일의 지역안보체제를 강화해 중국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서 한국이 이탈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은 중국의 제재 이행이 변수가 된다. 중국은 ‘과도한 제재는 북한의 체제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결의안에도 북한 주민의 민생 문제를 고려해 북한에 대한 ‘생계형’ 원유 공급과 ‘생계형’ 북한 노동력의 송출, ‘생계형’ 북한의 석탄 수출은 길을 열어주었다.

이것은 북·중관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포석이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했다. 따라서 제재가 본격화될수록 중국은 북핵 동결을 전제로 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한 · 중관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양자관계이다. 그러나 북핵 위기가 나타나자 그 해법을 둘러싸고 인식 차이와 기대 차이를 보였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중국과 한국의 외교정책 우선순위와 국가 이익의 차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양국은 북한 비핵화와 변화를 통한 ‘동태적 안정(Dynamic Stability)’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양국은 전략대화 테이블에 다시 앉아 북한의 변화를 추동할 창의적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해법이 없을 때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지혜의 영역이고, 외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한국외국어대 정치학박사. 중국 베이징대 연구원, 일본 나고야대학 특임교수, 현대중국학회 회장 등 역임. 현재 성균중국연구소장과 민주평통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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