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13 | 20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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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과 미·중 전략

중국은 미국과 세력 균형 위해
‘친밀한 핵보유국 북한’을 선택했다!

지난해 11월 1일 태평양 웨이크 섬에서 실시한 훈련에서 미군이 사드를 발사하는 장면.<사진> 지난해 11월 1일 태평양 웨이크 섬에서 실시한 훈련에서 미군이 사드를 발사하는 장면.

미·중 간의 의견 대립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안 도출이 늦어졌다. 갈등의 핵은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들어가 있는 미국의 대북 제재법안이다. 미 행정부가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하지 않으면, 미 의회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의무사항으로 입법할 수도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도출이 늦어졌다. 현 미·중관계를 고려하면 이는 예견되었던 일이었다.

경제력을 회복하고 있는 미국은 2015년 초 이미 ‘국가안보전략(NSS : National Security Strategy)’이란 보고서를 발간해 대외정책과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강화했다. 미국의 리더십 회복도 확실하게 언급했다.

그러한 토대 위에서 한·미·일 3국 공조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현 오바마 행정부는 차기 행정부의 대(對)중국 견제정책 밑그림을 그려주는 정책적 마무리에 착수했다. 중국도 그에 대한 대비로 정책적 조정을 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의 북·중관계 회복 시도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움직임이었다.

북한도 미·중 간의 이 같은 구도를 인지하고 현재가 핵실험하기에 매우 적절한 시기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미국은 북한을 정책적 순위에서 아래에 배치하고 있었다.

2015년 중국이 민항기 이 ·  착륙 시범 운항을 한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파이어리크로스 암초의 활주로. 남중국해에서의 미 ·  중 패권 경쟁이 만만치 않다.<사진> 2015년 중국이 민항기 이·착륙 시범 운항을 한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파이어리크로스 암초의 활주로. 남중국해에서의 미 ·  중 패권 경쟁이 만만치 않다.

남북관계 역시 당국자 회담이 막혀 애매한 상태에 있었다. 북·중관계 또한 회복 분위기가 정체돼 있었는데, 이러한 때는 핵실험 이후 북한이 입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기가 된다.

북한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 분위기가 끼칠 영향을 계산했을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중국은 북한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을 북한은 잘 알고 있었다.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때 미국은 경제적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미국의 패권이 약화된 상황이었기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마음껏 북한을 다룰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패권 능력이 회복된 지금, 중국은 북한을 절대 버리지 못한다.

전략적 인내를 강화해온 오바마 행정부

이와 같은 북한의 전략은 과거에도 있어왔다. 미·중 간 지정학적 틈을 이용한 ‘북한식 균형외교’로 북한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압박과 제재 국면 속에서 미국과 비밀회동을 갖고 마카오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를 해제토록 했다.

2007년에는 2·13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6자회담에 복귀했다. 이와 같은 미·북 회동은 중국에는 매우 큰 충격이었기에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은 안정 위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는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번에도 북한은 4차 핵실험을 통해 미·중 간의 입장 차이를 매우 분명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강한 제재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중국은 북한이 영향권 밖에 있으며, 제재가 통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해를 끼친다고 강조하나,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남중국해 문제로 야기된 미·중 간 갈등으로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로부터 시작되었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2009년 12월 평양을 방문한 후 시작된 전략적 인내는 북한이 핵 폐기에 진정성을 보일 때까지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 이후 2012년 미국은 2·29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그 후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더 강경한 제재에 기초한 전략적 인내를 전개했다. 김정은 정권이 헌법에 핵보유국 지위를 명기한 이후, 미국은 김정은 정권의 교체만이 북한 비핵화를 이루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게 되었다.

카펫 제재 對 정밀 제재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미국의 입장은 ‘포괄적이고 강력한 제재’이다. 1월 2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 후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만약 중국이 북한 핵능력 억제에 더 많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아시아 내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 시스템 배치 등 중국이 강력히 반대하는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이 작성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초안에는 북한에 대한 식량과 원유 공급의 중단, 금융 제재, 대량살상무기와 연관된 세컨더리 보이콧, BDA 방식의 금융 제재, 북한 민간항공기의 타국 영공 비행 금지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하여 ‘카펫 제재’안이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안에 반발하고 있으며,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선호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해결돼야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으며, 북한 주민들을 아프게 하는 포괄적 제재보다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연관된 부분만 제재해야 한다는 ‘정밀 제재’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미국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했지만 결과는 북·중관계 악화와 중국 책임론의 가중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미국이 제기하는 중국 책임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적대적인 핵보유국 북한’보다는 ‘친밀한 핵보유국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는 것이 더 낫다고 결정했다. 현실적으로 힘든 북한의 핵 폐기보다는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정책적 결정을 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북한 핵폐기나 비확산보다는 위기관리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미·중 간의 의견 대립으로 제재안 도출이 더뎌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독자적인 대북 제재법안을 상·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요지는 소위 ‘세컨더리 보이콧’이라 불리는 것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없을지라도 제3국의 단체나 개인이 북한과 거래할 경우 이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란 제재에 적용됐던 것이다. 이러한 경제 제재로 고통 받은 이란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루었다. 그렇게 출범한 이란의 온건 정부는 미국과 비핵화 합의를 도출하게 되었다. 북한은 이란과 같은 선거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또 중국이라는 지원국을 갖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이 고통을 받는다면 제재는 실효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게 미국의 현재 입장이다.

미국의 대북 제재법안은 미·중 간 경제관계를 고려해 세컨더리 보이콧 행사를 미 정부의 재량권에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미 행정부는 제재에 불참하는 중국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매우 강경한 분위기의 미 의회는 세컨더리 보이콧 행사를 의무사안으로 변경하는 추가 입법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출구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중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BDA식 금융 제재이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제정된 애국법 311조에 근거해 BDA를 ‘돈세탁 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지정 바로 다음 날, BDA에서는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가 벌어져 4000만 달러 이상이 빠져나갔다. 마카오 금융당국은 BDA의 경영권을 인수해 북한 계좌에 있는 2500만 달러를 동결했다. 제재에 부담을 느낀 북한은 이듬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월 27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북핵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사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월 27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북핵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미국은 2006년 11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이기면서 대북정책의 기류를 바꾸기 시작했다. 북·미 간 비밀회동 이후 2007년 2월 13일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담은 2·13 합의를 이끌어냈고, 6자회담 합의 30일 안에 BDA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지금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 카드를 꺼내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진정한 이유는 미·중 간 군사력 경쟁이 벌어지는 지금,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 중심의 미사일 방어체제가 구축되면 중국의 군사력이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경한 태도는 중국 측의 태도 변화를 어느 정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조만간 대북 제재 결의안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포괄적이고 강력한 제재안에 중국이 찬성하더라도 북한 정권의 불안정을 야기할 정도의 강력한 제재안이 펼쳐질지는 의문이다.

필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출구전략 마련이다.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강 대 강’ 구도가 지속되어 위기가 고조될 때의 정책적 대안이 무엇인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더라도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헌법에 명시한 지금, 무엇을 목적으로 대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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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미 브라운대 정치학박사. 미국 UC샌디에이고 방문교수 역임.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과 민주평통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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