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이후의 파장과 남북관계
대북 제재의 끝 아니라 시작
<사진>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로 개성공단 출입이 전면 중단되었다. 임진강역에 출입을 금지하는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중단조치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김정은 체제를 종식시키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도적이거나 사회문화적인 교류까지도 중단되었다. 김정은은 이러한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대화를 제의할 수도 있다. 남한 흔들기를 하는 것이다.
지난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데 이어 2월 7일 전격적으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자 대한민국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내놓았다.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에서 중차대한 의의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다.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 ‘남북 긴장 상황의 안전판’ 등으로 인식돼온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04년 생산 활동을 개시한 이래 두 차례의 중단 사태를 경험했다. 2013년에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 결정을 내렸으나, 이번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전면 중단 선언을 했다.
2013년 북한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은 위협적 성격을 지닌 것이었으나, 이번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좀 더 근본적인 목적을 지닌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두 차례의 개성공단 중단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로 초래된 것은 동일하다.
북한은 2012년 12월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언론이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존엄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북한은 북한 근로자 5만3000명 전원을 철수시킴으로써 5개월간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켰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의 지도력을 훼손하는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성공단 중단 카드를 활용한 셈이다.
그에 대해 박근혜정부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원칙’을 견지해, 오히려 북한 당국이 ‘백기’를 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 사업의 주도권은 상당한 정도로 대한민국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이후에도 북한 당국은 임금 인상 문제 등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왔으나 개성공단 생존에 위해를 가할 정도의 태도는 자제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유지의 필요성을 나름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이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당했을 때(2010년) 대한민국은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제한조치로 응대하는 데 머물렀다. 신규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5·24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2012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2013년에 3차 핵실험을 했다.
정권 교체까지 노린다
그러한 이력이 있기에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직면한 박근혜 대통령은 사태를 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월 16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탄과 제재가 논의되는 와중에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까지 공언하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가 바라는 평화를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극단적인 도발행위”라고 정의했다. “만약 이대로 변화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에 대한 단호한 대처에 돌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 2월 11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앞에 개성공단에서 짐을 싣고 나온 트럭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실제로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에 배치하게 되면, ‘핵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각종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수단은 지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를 지렛대 삼아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정을 증폭시킬 수 있다. 북한은 핵전쟁 위협으로 미국의 한반도 군사적 개입을 어렵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핵무기 실전 배치 후 우리를 옭아맬 ‘핵 그림자’
이 경우 한반도는 영구적인 불안정 상태로 빠질 수 있다. ‘브레이크 없는 김정은 정권’에 의해 한반도의 미래가 좌지우지될 수 있는 끔찍한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정부는 불장난하는 어린아이처럼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좌시할 수 없다며 원천적으로 억제하기로 했다. 김정은 정권을 직접 위협하는 전방위 수단을 동원하고자 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이제 더 이상 설마 하는 안이한 생각과 국제사회에만 제재를 의존하는 무력감을 버리고, 우리가 선도하여 국제사회의 강력한 공조를 이끌고 우리 스스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와 관련한 첫 조치가 바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 선언이다.
이번 전면 중단은 2013년 북한이 위협수단으로 개성공단을 일시 중단시킨 것과 같을 수가 없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해 우리에 대한 안보 위협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때까지 돌이킬 수 없다는 단호한 선언이자 최종적 결단의 조치로 보아야 한다.
<사진>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개성공단으로 가는 통일대교에 유턴 안내판이 세워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끝이 아니라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더욱 강력한 대북 조치를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좀 더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언명한 것을 가벼이 보지 말아야 한다.
민간 차원의 남북 접촉과 방북, 물자 반출뿐만 아니라 영·유아 지원 등 인도적 지원조차도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 영·유아나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돼야 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였으나, “북한 도발이 엄중한 상황에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했으니 인도적 지원조차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문화 차원에서 진행돼온 개성 만월대 복원사업과 겨레말 큰사전 편찬 사업 등도 중단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역 단위 마을 개선사업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계획하는 사업과 산림 녹화, 기후변화 공동 대응 사업, 유소년 축구를 비롯한 청소년 문화유산 교류사업의 중단 상태도 오래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대북 지원·협력의 지속성과 대화 재개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남북한 간의 긴장이 어느 정도까지 고조될 것인가에 있다. 박근혜정부가 김정은 정권의 변화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핵,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적인 압박을 가해 북한의 정권 교체를 불사하게 될 것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남북관계는 핵과 미사일 폐기와 관련해 김정은 정권이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냉각 상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근혜 흔들기 위해 북한이 대화를 제의한다면…
그에 따라 북한 당국은 전술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흔들기 위해 남북대화를 전격적으로 제의하는 등 유화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책임을 박근혜 정부에 전가하면서 남한 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해서 대화 전술로 나올 가능성이 큰 것이다.
<사진> 2월 16일 국회 국정 연설을 통해 개성공단 중단 이유를 설명하는 박근혜 대통령.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가진 남한 내 세력들을 부추기기 위해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선전선동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는 북한의 전술적 대화 요구를 선뜻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향후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황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들은 일치단결해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김정일 정권의 ‘불장난’을 막아내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남북관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프랑스 파리1대학 정치학박사.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통일연구센터 소장, 경찰청 대테러 전문위원 등 역임. 현재 북한 미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