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와 남북관계
한반도 문제 해법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
<사진> 북한이 2월 7일 발사한 광명성이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북한의 광명성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남북관계는 이전과 180도 달라졌다. 북한은 자유로운 우주 개발을 내세운 우주개발법을 근거로 광명성을 발사했지만, 그 속내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다. 따라서 광명성 발사 이후의 남북관계는 그 이전과 전혀 달라진다. 그에 따른 비용 지불을 남북한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북한은 1월 6일 4차 핵실험을 한 데 이어 2월 7일 광명성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함으로써 8·25 합의를 완전히 무색하게 했다. 점점 짧아지는 북한의 도발 주기와 점점 높아지는 위협 강도는 국내외에서 대북 강경책을 촉발시켰다. 남북관계의 근본적 재검토와 그에 따른 대북정책의 방향 재설정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왜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인가? 매번 합의를 파기해온 북한 당국에 대한 불신감 증대로 우리의 인내력이 한계에 이른 것인가? 아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엄중함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후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 정책의 추이를 살펴보면, 2000년대 후반부터 급속한 기술 향상과 지원정책이 이뤄져왔다. 이러한 정책 추진 방향은 변화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인다.
북한은 ‘연구개발→제조→운용→배치’의 순서에 따라 핵과 미사일 능력을 향상시켜왔다. 연구개발 능력은 연구소를 운영하고 연구 인력과 예산을 확보해 시험발사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제조 능력은 핵, 미사일의 기술 진전도를 반영한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핵 제조 능력 향상과 관련해 북한은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를 추진해왔다. 핵 운반수단인 미사일 제조 능력 향상과 관련해서는 유도 및 추진 방식, 엔진 성능 개선, 사거리 및 정확도 향상 등을 위한 시험을 반복해왔다.
운용과 배치 능력은 지휘통제를 비롯해 핵무기와 미사일의 수량,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수량, 작전 준비태세, 배치부대, 방호력 등을 구축하는 것이다. 제조 능력이 향상되면 운용·배치 능력도 그에 따라 진전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해놓고 고농축 우라늄(HEU)을 생산했다. 2005년 9·19 합의를 한 다음 해엔 1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6자회담을 무효화했으며 이후 4차례 핵실험을 감행했다.
1998년 8월 대포동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북한은 1999년 9월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움(활동 중단)을 발표하고, 2002년 9월엔 평양선언을 통해 모라토리움을 연장했다. 그러나 2004년 미사일 지도국을 창설하고, 2005년 3월 2일에는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움 무효화 성명을 냈다.
2006년에는 동창리 발사장 발사대와 엔진시험장 공사를 완료하고, 2006년 7월과 2009년 4월 대포동 2호 시험발사를 했다. 2012년 4월과 12월엔 은하 3호 로켓 시험발사로 3단 분리 및 궤도 진입에 성공(1만 km)했다. 2016년 2월엔 광명성 3단 분리 및 궤도 진입에 성공(1만2000km)함으로써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안정성과 기술 향상을 확보했다.
<사진> 조선중앙TV로 방영된 광명성 발사 전 조립 모습.
2012년엔 무수단리 발사장 확장공사를 추진했다. 2013년 3월 31일 ‘핵·경제 병진정책’ 발표 후, 4월 1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7차 회의를 열어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과 ‘우주개발법’을 채택했다. 핵과 미사일 능력 향상을 위한 법적 제도를 갖춘 것이다.
자위적 핵 보유 법안은 핵 능력, 핵 사용 및 핵 관리 전반에 관한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2항으로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우리 공화국에 대한 침략과 공격을 억제·격퇴하고, 침략의 본거지들에 대한 섬멸적인 보복 타격을 가하는 데 복무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당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남북관계
우주개발법으로는 인공지구위성 제작과 발사국 운영으로 평화적인 우주 개발 권리를 행사하고, 우주과학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법이 노리는 것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북한은 2012년부터 우주 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 첫 단계가 2012년 4월 실패한 은하 3호 로켓 시험발사라고 한다. 지난 2월 광명성 발사 이후 북한은 중대보고에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우주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추진한 것”이라며, 과학기술 중시정책에 따라 앞으로도 ‘주체위성’들을 많이 쏘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장거리 미사일 개발 능력 향상을 위한 시험발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는 더 이상 ‘중대하면서도 긴급하지 않은’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안위를 위협하는 ‘중대하면서도 긴급한’ 남북 간 문제다. 광명성 발사를 경계로 남북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그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해법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그에 상응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령 국방연구원 북한군사실 연구위원
고려대 정치학 박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 · 위기 담당관, 대통령 외교안보수석 보좌관, 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역임. 현재 통일준비위 전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저서 <전쟁연습 시나리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