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부의장·협의회장 합동회의
“혼자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사진> 2016 부의장·협의회장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유호열 수석 부의장.
2016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협의회장 합동회의가 2월 25, 26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렸다.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민주평통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올해 중점 추진과제를 논의하며 구체적 활동계획과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였다.
만세 삼창이 울려 퍼지고, 결의문을 선서하고, 진지한 질문과 제안이 쏟아졌다.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 측 휴전선 부근에 공장을 세우고 북한 노동자들을 출근시킬 수는 없을까”, “젊은 학생들이 통일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도록 대학의 북한학과를 활성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국민들 사이에 핵무장에 대한 논의를 펼쳐보는 건 어떨까”…
2016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협의회장 합동회의는 어느 때보다 열띤 활기를 보인 토론장이었다.
이번 합동회의에는 국내 시·도와 이북5도 부의장과 여성부의장 등 부의장 19명, 228개 지역협의회장이 함께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빚어진 한반도 위기 상황을 민주평통이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의미심장한 자리였다.
<사진> ‘남북관계의 소통과 공유’를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
배정호 사무처장은 인사말에서 “민주평통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즉각 동시다발적으로 북한 규탄 전국 1인 시위를 펼쳤다. 600여 개의 현수막을 내거는 한편 대북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정부의 그 어느 기관보다 신속하게 북의 도발에 대처했다”며 민주평통의 역할과 위상을 강조했다.
배 사무처장은 또한 ‘혼자서 꾸는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칭기스칸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가 함께 통일의 꿈을 꾸면 통일은 반드시 현실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사진> 지역협의회 통일활동 사례발표.
뒤이어 유호열 수석부의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시대, 민주평통이 열어갑니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우리가 통일을 위해 나아가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세 가지 문제점을 꼽았다. 첫째 우리 국민들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정확한 실상을 모른다는 점, 둘째 ‘통일은 20년 뒤에나 이뤄질 일’이라는 식의 무관심, 셋째 ‘통일을 위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무기력한 태도가 그것이다.
유 수석부의장은 “지금은 이 같은 무기력이나 무관심에 안주해서는 결코 안 될 만큼 위중한 상황이다. 대통령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도 이런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자기 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내린 결단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우리의 무기력을 깨는 단초가 개성공단 폐쇄이며, 국민들도 그 필요성에 대해 차츰 공감하고 있다. 국민 의지만 좀 더 결집된다면 이번 북핵 위기도 풀 수 있다는 대통령의 확신에 우리 민주평통이 힘을 더하자”고 다짐했다.
<사진> 19명의 부의장과 228명의 지역협의장이 참석해 성황을 이룬 2016 부의장·협의회장 합동회의 결의문 채택 장면.
북, 체제 유지 위해서는 핵실험 멈추지 않을 것
다음 순서로 신용운 통일정책자문국장이 2016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올 한 해 민주평통이 설정한 주요 목표는 ‘국민 속으로 선도적 통일 준비 추진’.
그 추진 방향을 압축한 세 개의 키워드가 ‘국민 공감’, ‘국민 동행’, ‘국민 결집’이다. 실천적인 통일·대북정책의 의제를 개발하고 공론화해 통일 준비 환경을 구축하고, 생활 현장의 풀뿌리 통일여론 수렴을 내실화해 통일 창조형(Uni-Making) 미래세대를 육성해 통일 준비를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유관기관이 공동 개최하는 분과위 기획포럼, 시·도 지역회의별 정책건의 전담팀(TF) 운영, 민주평통 홍보대사 및 실천 홍보대사 위촉, 국민 체감형 ‘작은 통일운동’ 전개 등이 제시되었다.
이날 회의에는 민주평통의 초대 홍보대사로 위촉된 산악인 엄홍길, 탤런트 최수종, 가수 배일호, 가수 에일리, 성악가 강민성 씨 가운데 참석한 가수 배일호 씨와 성악가 강민성 씨가 위촉패를 받고 기념공연을 가졌다. 배일호 씨는 “민주평통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난 것보다 더 큰 출연료는 없다”며 “민주평통 자문위원님들 만세”를 삼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남북관계의 소통과 공유’라는 주제로 열린 토크 콘서트는 합동회의에서 처음 시도하는 형식의 토론회. 배정호 사무처장이 진행하고 김태우 건양대 교수, 남성욱 고려대 교수, 김진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패널로 나섰다.
김태우 교수는 발제를 통해 국민들이 궁금해할 핵실험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북이 개발한 폭탄은 ‘수소폭탄’이 아니라 해도 무서운 위력을 가진 무기임이 분명하다는 사실, 북한이 쏘아올린 게 로켓이냐 미사일이냐 논쟁이 있는데 이 둘은 추진체가 같고 용도만 다르므로 폭탄을 장착하기만 하면 대륙간 탄도급 미사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미국의 ‘핵우산’은 북한이 핵을 사용한 ‘이후’에 작동하는 것이므로 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점 등을 하나씩 설명했다.
풀뿌리 안보·통일 활동 의지 다져
두 번째 발제자인 김진하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핵실험에 집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북한의 핵실험이 3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볼 때 북핵은 체제 유지와 자기 생존을 위해 진행되는 필수 프로그램임을 알 수 있다”며, 김정은은 우리 정부의 설득이나 보상만으로는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남성욱 교수는 개성공단 폐쇄의 필연성을 설명했다. “개성공단은 애초 건설 취지와 달리 김정은에게 달러를 제공해주는 창구가 되어버렸다”며 그 비율이 최근에는 전체 달러 지급의 70%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6160억 원의 자금이 김정은의 금고로 들어가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의 시드머니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개성공단 폐쇄는 필수적 조치였다”는 것이다.
패널들의 발제에 이어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앞서 소개한 다양한 제안과 질문이 이 자리에서 나왔다.
<사진> 민주평통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일호(흰옷), 강민성(여성) 씨와 함께한 유호열 수석 부의장(왼쪽)과 배정호 처장(오른쪽).
토론의 열기는 북한 도발 규탄을 위한 결의문 채택과 선서로 절정에 달했다. 박정일 전남 여수시협의회장의 선창으로 ‘북핵 폐기를 위한 국민 단합, 남남갈등 해소, 국론 결집에 최선을 다한다’, ‘확고한 안보태세와 한미동맹 강화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는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 ‘북한 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통일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풀뿌리 안보, 통일 활동에 매진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모든 참가자들이 선서했다.
전체 행사가 끝난 뒤에는 시·도별 분임토의가 진행되었다. 분임토의에서는 남남갈등 해소, 국민 단합, 통일 공감대 확산, 국론 결집 방안 등과 2016년 중점 추진과제 및 활동 계획·방향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2일 차 회의에서는 통일에 관련된 동영상 시청을 시작으로 지역 통일 활동 우수 사례를 발표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우수 사례로 선정된 협의회는 모두 6개. 대구지역회의는 대구시의 옛 이름이 ‘달구벌’이고 광주시의 옛 이름이 ‘빛고을’인 데 착안해 앞 글자를 따 두 도시 간 협력과 화합을 도모한 ‘달빛동맹 자매결연’을 내놓았는데. 이것도 우수 사례에 선정됐다.
인천 계양구협의회는 대학생들이 참여해 직접 통일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발표하는 이벤트 ‘Unimaker 시즌1’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강원 춘천시협의회는 ‘통일음악회 및 평화통일 글쓰기 공모전’을 선보였다. 그 외에도 서울 강동구협의회가 ‘탈북민 자녀 돌봄 서비스’, 경남 창원시의 ‘유소년 통일단’, 광주 광산구협의회의 ‘8천만 통일 서명운동’이 우수 사례로 발표되었다.
이번 합동회의는 참여자들의 평가·만족도 설문조사와 향후 개선·보완책 모색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종춘 서울 강동구협의회장
교육상담 통해 탈북민과 하나 되기
‘탈북민 자녀 돌봄 서비스’로 우수 사례로 뽑힌 서울 강동구협의회. 북한이탈주민 자녀들이 학교와 지역사회에 좀 더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방과후 학습지도를 돕는 사업이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멘토·멘티 사업 등을 펼치려 해도 이들이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탈북민도 아이들의 부모’라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자녀들을 성심껏 돌보면 그 부모들과도 가까워질 것이라고 믿고 사업을 시작했죠.”
이종춘 강동구협의회장의 설명이다. 12기에 민주평통 협의회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13기, 16기, 17기까지 벌써 4회째 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보니 지역 사정과 민주평통 협의회 운영에 남다른 이해를 갖고 이 같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
영어학원을 운영 중인 자문위원의 도움을 얻어 돌봄 서비스를 시작하자 아이들도, 부모도 변했다. 아이들은 성적이 오르니 학교생활에 자신감도 늘었다. 부모들은 교육상담을 하면서 차츰 사는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고, 민주평통에 대한 믿음도 두터워졌다. 자연 다른 민주평통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되었다는 것.
강동구협의회의 또 다른 주요 사업으로 이종춘 협의회장은 지금까지 5회 개최해온 통일 염원 연날리기 대회를 꼽는다. 다문화가족과 북한이탈주민, 지역주민까지 무려 3000명이 한강 둔치에 모여 연을 날리는 행사다.
“과거 나라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서 연이 봉화와 같이 중요한 정보를 나누는 역할을 했듯이, 우리의 통일 염원을 연에 적어 하늘로 띄우는 행사랍니다. 올해도 지역민들의 통일 의지가 하늘 가득 날아갈 장관을 만들어낼 테니 기대해주십시오.”
임강자 제주시협의회장
“지역 특성 살려 ‘문화’사업 주력”
16기 여성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17기 협의회장직으로 제주시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임강자 회장. 임 회장은 제주 YWCA 회장으로 일하던 시절부터 지역 여성 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제주시는 지역 규모가 작다 보니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탈북민들과의 밀접한 접촉이 가능했습니다. 문화 탐방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협의회 식구들 간의 팀워크도 최상이고요.”
제주시협의회의 자랑거리는 무려 8주 동안 연속해서 열었던 릴레이 통일강연회. 많은 여성 자문위원들이 앞장서서 강연회 참석을 독려하고 지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통일 사업은 남성보다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여성들이 가장 잘할 수 있으니, 앞장서서 해야만 하는 사업’이라는 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제주시는 앞으로도 세계문화유산이 산재한 지역 특성을 살려 ‘문화’라는 코드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펼쳐나갈 생각이다.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옷에 갈물 들이기, 제주 토속음식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
임강자 협의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맡아 사재를 털어가며 통일 사업을 해나가는 우리 자문위원들이야말로 지역에서 가장 기초적인 단위가 되어 풀뿌리 통일운동을 펼치는 귀중한 분들이니 우리 민주평통 식구들이 좀 더 격려하고 칭찬해주십시오”라고 <통일시대>에 부탁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