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화 베이징협의회장
“씨열매 평화통일만은 지켜가자”
정재화 베이징협의회장은 올해 처음 개최할 재중 한국 유학생 대상 통일포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민감한 감성을 지닌 젊은이들에게 통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통일운동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지역회의와 협의회 중 어느 하나 수고롭게 일하지 않는 곳이 없겠으나, 그중에서도 중국은 어려움이 많은 지역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역학관계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하며 통일사업을 펼쳐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중국에서도 ‘정치 1번지’인 베이징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정재화(65) 협의회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제조업체들이 더 이상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대거 철수하고 있고, 교민들의 수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민주평통 일을 하기에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여건이지요. 그만큼 우리 베이징에서 민주평통협의회는 교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더욱 애쓰고 있는 요즘입니다.”
정 협의회장은 수출입은행에서 일하던 1993년 처음 중국에 발을 디뎠다가, 1996년 다시 베이징으로 와 사업가로서 중국 동포사회에 뿌리를 내렸다. 현재는 베이징 국안전기유한책임공사 고문으로 일하며 중국한국상회 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민주평통에서는 14기와 15기에 자문위원으로 일했고 17기에 처음으로 협의회장직을 맡았다.
지난해 베이징협의회는 통일골든벨 대회, 평화통일 글짓기·사생대회와 함께 ‘제5회 평화통일 기원 한마음 걷기대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펼쳐왔다. 한마음 걷기대회는 베이징지역 내 유일한 범교민 행사로 매년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는 베이징협의회의 대표적 사업. 지난해에도 화이로구 인제공원에서 교민과 대사관, 자문위원, 유학생 등 400여 명이 참여해 통일을 주제로 한 OX 퀴즈대회, 부녀 팔씨름 대회 등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이러한 모임에서 염원한 통일에의 작은 믿음과 소망이 쌓이고 쌓여 어느 날 둑이 터지듯 그렇게 통일이 올 것이다. 그날을 대비해 우리 개개인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라는 인사말을 했다.
올해도 베이징협의회의 행보는 분주할 터이다. 3월 통일 글짓기 대회를 시작으로 4월 통일골든벨 대회가 이어진다. 7월에는 한·중 평화통일 전문가 포럼이 열린다.
평화통일이라는 원칙, ‘석과불식’처럼 지켜나갔으면
올해 처음 개최하는 재중 유학생 대상 통일포럼에 기대가 크다. 중국에 유학하고 있는 한국 대학생들이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고, 한국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학생들과 깊이 있는 통일 논의를 펼치는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베이징협의회에서는 ‘한반도 통일을 디자인하라’라는 주제로 포럼을 통해 베이징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반도 통일 방안에 대한 리포트를 공모해 네 명을 사무처장상 수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한반도 통일, 대내외 경제적 접근 중심으로’, ‘남북통일의 점진적 방법과 급진적 방법’ 등 수상작으로 선정된 리포트의 제목에서도 보듯이, 중국 유학생들의 통일관이나 아이디어가 상당히 깊이 있고 다채롭다는 데 정 회장은 놀랐다고 한다.
“이들 젊은이의 의견을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상세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본격적인 유학생 대상 통일포럼을 개최하기로 한 것입니다. 감수성 예민하고 전파력도 강한 젊은 세대들에게 통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만큼 효과적인 통일사업이 없다고 믿거든요.”
정 협의회장은 지나온 17기 활동 중에서 지난해 9월에 열린 자문위원 워크숍 초청연사였던 권철현 전 주일대사의 강연이 가슴을 울렸다고 말한다. “한때 적이었던 중공군들이 묻혀 있는 경기 파주의 적군묘지를 양지로 끌어내 그들을 마음으로 끌어안음으로써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서 더욱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 대상이 북한이든 중국이든, 통일로 가는 과정에 화해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믿는 그로서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경색돼가는 통일 정국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럴 때 그가 스스로를 일깨우는 것이 ‘석과불식(碩果不食, 다음 해 다시 열매를 얻으려면 씨열매까지 먹어버려서는 안 된다)’이다.
“우리에게 석과 즉 ‘씨열매’는 ‘평화통일’이라는 원칙입니다. 우리 정부가 기존의 평화 프로세스와 다른 차원의 통일정책을 모색하는 상황이니 모두 좀 더 깊은 고민과 신중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통일이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만은 흔들림 없이 지켜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