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칼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하여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예정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서신을 보내 북한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회담 개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에 대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 부상이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받들어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다시 개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사이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고, 북한은 공약한 대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공개리에 폐쇄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김정은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으로, 트럼프는 신뢰가 없는 사람으로 비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이익을 얻은 또 한쪽은 시진핑 주석이다. 그는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했고, 북·미관계 정상화로 축소될 대북관계를 베이징 쪽으로 당기는 데 성공한 듯하다. 그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은 말은 못 하지만 동맹 파트너인 미국으로부터 실망감을 얻었고,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서 새로운 방식의 ‘정직한 중재자’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고 양국 간에 비난이 오가면 최대 피해는 물론 한반도에 거주하는 모든 민(民)들이 받을 것이다. 그럼 김정은과 트럼프 중에는 누가 승자일까? 김정은은 핵 물질, 무기, 프로그램, 인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완성을 선언한 핵보유국 지위를 자처할 것이다. 미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면, 핵무기 생산을 확대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이런 사실은 미 행정부에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트럼프가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지속하며 군산복합체와 강경 정치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재집권에 유용한지는 불확실하다. 국내외 정치적 악재에 둘러싸인 트럼프에게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는 매력적인 정치적 카드이고, 북핵을 포기시킬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경제 건설에 매진할 기회를 잡는 데 비핵화·평화체제 일괄 타결로 체제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를 달성해야 한다. 이것이 북·미 간 기싸움에도 불구하고 회담이 개최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최소한 양측이 상대를 존중하고 회담 개최 분위기를 조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트럼프와 김정은 스스로 그렇게 해야 하고 강경 인사들의 언동을 통제해야 한다. 그리고 회담 의제를 상호 제1 관심사를 중심으로 정하고, 그것들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일괄 타결하고 최대한 압축적으로 실행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회담은 성사되기 어렵다.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재개 가능 해프닝은 결과적으로 이런 교훈을 만들어냈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의 신중하고 진정성 있는 평화 중재외교도 계속돼야 한다.

서보혁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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