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을 주고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를 산책한 뒤 벤치에 마주 앉아 대화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 의지 표명에 주목
빠르고 압축적인 단계적 이행이 관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합의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과연 비핵화할 것인지 의문을제기하지만,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처한 각종 여건을 고려할 때 ‘비핵화 조치’가 그들의 ‘이익 구조’에 부합하기 때문에비핵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 3조 4항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공동으로 발표하면서 이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오늘 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 목표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북측이 먼저 취한 핵 동결 조치들은 대단히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소중한 출발이 될 것입니다.앞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남과 북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분명히 밝힙니다.”

한편 판문점 선언에서 비핵화가 앞이 아니라 마지막 문항에서 언급되고, 또한 구체적인비핵화 조치가 빠진 채 비핵화 목표만 합의한 것에 대해 국내외에서 비판적 견해가 적지 않다. 과연 판문점 선언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이 얼마나 진전되었는가. 필자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완전한 비핵화’목표로 급선회

첫째, 판문점 선언은 북한이 2008년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대외적으로 ‘비핵화’ 목표를 천명하고 합의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은 2013년에 핵 무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병진노선’을 국가 노선으로 채택하고, 강도 높은핵·미사일 도발을 계속 자행했다. 그런데 향후 이행 여부가 남아 있지만, 10년 만에 핵 무장목표를 ‘완전한 비핵화’ 목표로 급선회한 것 자체가 중대한 의미가 있다.

둘째, 일부 전문가들은 당초 한국 정부가 천명한 것과 달리 판문점 선언에서 비핵화 문제가 마지막 조문에서 다뤄지고, 전체 내용도 남북관계 발전에 집중한 나머지 북핵 문제를 소홀히 취급했다고 비판한다. 정부는 당초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로 비핵화, 평화체제, 남북관계 발전 등 3개를 순서대로 제시했다. 막상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 발전, 군사적 긴장완화,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 순서로 기술됐다.

그렇다면 남북관계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가 핵 문제 해결에 갖는 의미를 잠시 생각해보자.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우리 특사단 면담과북·중 정상회담에서 “안보 불안과 체제 불안이 없다면 핵무장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했다. 학계에서는 핵무장의 가장 보편적인 이유로 안보 위기와 국내 정치적 동기를 들고 있는데, 이는 김정은의 상기 발언을 뒷받침한다

북한의 핵무장 동기를 분석하면, 남한과의 무한 안보 경쟁 및 남한의 흡수통일 거부, 적대국인 미국의 공격 가능성 억제, 체제 위기 안정화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동기는 남한과의 무한 안보 경쟁 및 흡수통일 거부다. 북한은 탈냉전기 들어 남북 간 경제력 차이가 50배로 벌어지고, 경제 위기와 체제 위기가 만연하자 남한의 흡수통일과 체제 위기를 막기 위해 핵무장을 선택했다. 이때 남북관계 개선과군사적 긴장 완화는 남북 간 안보 경쟁을 완화해 북한의 핵무장 동기를약화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문재인 정부는 줄곧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강조했는데,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완화는 바로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첩경이 될 것이다.

셋째, 4·27 남북 정상회담은 6·12 북·미 정상회담과 사실상 패키지로 열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북한과 미국 양측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협상키로 이미 합의한 만큼 남북 정상회담에서 중복적으로 협상할 필요성은 없다. 다만 남북 정상회담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에서 그 방법론을 협상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비핵화 조치는 북한의 이익 구조에 부합

과연 북한이 과연 비핵화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그치지 않는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1)을 위반한 데서 시작해, 반복되는 핵 합의 위반과 기만적 언동을 본다면 이런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북한의 비핵화 약속도 제재 해제와 핵개발용 시간 벌기를 위한 기만책에 불과한가.

필자는 과거의 기만적 약속과는 다르며, 실제 비핵화가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필자는 북한 비핵화 약속의 ‘진정성’을 믿지는 않는다. 다만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처한 각종 여건을 고려할 때, 비핵화 조치가 그들의 ‘이익 구조’에 부합하기 때문에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만약 환경 변화에 따라 그들의 객관적 또는 주관적 이익 구조가 바뀐다면 또 ‘평창 이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로서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고 이행할 것으로 판단하는 배경과 이유는 아래와 같다.

김정은 위원장은 4·27 남북 정상회담과 6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4월 20일 갑작스럽게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해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포하고 선제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4·27 남북 정상회담과 6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4월 20일 갑작스럽게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해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포하고 선제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했다..

첫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위한 국내적 설득 작업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4·27 남북 정상회담과 6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여기서 김정은 위원장은 ▲병진노선의 승리 선포 ▲핵 실험과 장거리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및 북부 핵실험장 폐기 결정 ▲경제 건설에 총력 집중 등을 발표했다.

북한은 왜 갑자기 노동당 전원회의를 소집해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포하고 선제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했을까.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이 적대국가인 남한 및 미국과 갑자기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평화 무드로 급전환하게 된 배경에 대해 내부적으로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핵 개발의 완결을 선언하고, 따라서 일부 비핵화 조치가 타당함을 북한 주민에게 알리고자 했다.

둘째, 이번 당대회 발표문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으로 많은 고통이 있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밝히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제재가 이번 북한의 행동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병진노선의 경과를 보고하면서, “병진의 험난한 로정에서 우리 당은 오직 자기 위업의 정당성과 우리 인민에 대한 굳은 믿음을 안고 시련과 난관을 이겨내며 멈춤 없이 달려왔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대북제재와 압박의 고통이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셋째, 병진노선의 성공을 기반으로 하여, 앞으로는 경제 발전에 집중하고, 이를 위해 대외관계 개선도 추진한다는 새로운 경제 발전의 전략노선을 제시했다. 최소한 명분론으로는 종래 핵무장에 집중하는 ‘선핵(先核)’ 노선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에 집중하는 ‘선경(先經)’ 노선으로 전환을 선언한 셈이다. 또한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통해 제재 완화와 해제를 유도하고, 국제사회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넷째, 북한은 특이하게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취했다. 이번 당대회 결정문을 통해 핵실험 중지, ICBM 시험발사 중지, 핵실험장 폐기, 핵실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합세, 핵무기 사용 금지, 핵무기와 핵기술 이전 금지 등 비핵화 조치를 결정했다. 전례를 본다면, 북·미 협상에서 사용할 비핵화 협상카드를 선제적으로 사용했다. 이렇게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협상 이전에 취했다는 것은 이미 더욱 수준 높은 비핵화 조치를 내심 결정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5월 9일 북한 평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진 데 사의를 표한다고”고 말했다고 조선중앙TV가 전했다. 5월 9일 북한 평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진 데 사의를 표한다고”고 말했다고 조선중앙TV가 전했다.

“일괄 타결, 단계적 이행” 불가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즉각적, 전면적 핵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소위 ‘리비아식’ 해법을 주장하지만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결정을 내렸다고 하나, 북한이 즉각적으로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 핵 시설을 포기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김정은 위원장까지 나서서 ‘단계적·동시적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현실적으로 ‘일괄 타결, 단계적 이행’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다만 우리 정부는 단계적 이행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압축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북한의 대외정책이 급선회한 배경에 대해 제재와 압박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결정적 양보’를 확보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그런데 북한이 새로운 동향이 자신의 국가 안보와 체제 안보에 오히려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게 되면, ‘평창 이전’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북한 비핵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조속히 한반도 평화 공존 체제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평화 공존 체제는 잠정적으로 한반도 정전과 분단체제를 안정화해 북한이 느끼는 안보 위협과 체제 위협을 완화할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첫째, 남북 간 상호 인정과 평화 공존을 위한 ‘남북 기본협정’을 체결한다. 이는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와 불가침 합의를 법제화하는 것이다. 둘째, 북·미 정상회담에서 불가침 선언을 채택하고, 수교 협상 개시를 선언한다. 셋째, 남·북·미·중 4국 정상이 참여하는 ‘평화포럼’을 조기에 개최해 ‘한반도 비핵 평화선언’을 채택토록 한다.

전 봉 근 전 봉 근
안보통일연구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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