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기념 식수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기념 식수를 하고 있다. 의지·인내·창의력으로
어려움 극복하고 평화 달성

한반도 평화체제는 70여 년에 걸친 분단과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다.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고 평화가 뿌리내리는 데 필요한 절차를 살펴보았다.

2018 남북 정상회담의 최대 화두는 평화였다. 남북 정상회담의 슬로건은 ‘평화, 새로운시작’이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년이 지났지만 진정한 평화가 요원한 가운데 크고작은 무력 충돌과 전쟁 위기가 계속됐다. 작년에만 해도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위기설이 대두됐다.

남북한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건너 오가고, 평화와 번영의 나무를 심으면서 평화의 서곡이 울렸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 사이에 험악한 말 폭탄이 오가고 군사적 옵션이 거론되고, 마주 보는 열차처럼 파국으로 치닫던 한반도 상황이 대화를 통해 평화의 길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한반도 평화 정착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 있다. 특히 북한의 핵 개발 이후 한반도 평화는 핵 위협과 재래식 군사력 위협이라는 두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유럽이 핵 군축과 재래식 군축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한반도에서도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로 북핵 문제의 대두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비핵화 문제와 연관됐다

원론적으로 볼 때 평화 정착은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첫째,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법적으로 전쟁을 종료하고 평화의 조건과 보장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 군사적 신뢰 구축과 군비통제를 실시해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전쟁 발생 가능성을 억지하는 것이다. 셋째,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상호 의존과 협력관계를 제도화함으로써 전쟁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이다. 정치적 신뢰 구축, 상호 체제 인정, 경제·사회·문화 분야의 교류협력에 의해 평화가 작동할 수 있는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8가지 쟁점

한반도 평화체제에는 여러 가지 쟁점들이 있다. 첫째, 평화체제 전환과 비핵화의 상호관계는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그동안 미국은 선 비핵화를 주장했으며, 북한은 후 평화체제를 주장해왔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평화체제 전환,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빅딜이 이뤄진다면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이 동시 병행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비핵화가 평화체제 전환을 촉진하고, 평화체제 전환이 비핵화를 뒷받침하는 선순환 과정이 전개될 것이다.

둘째, 당사자에 대한 것이다. 북한은 과거 한국은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사자 자격이 없으며, 북한과 미국 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6·25전쟁당시 한국은 작전통제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했으며, 유엔군사령관이 한국과 참전 16개국을 대표해 정전협정에 서명했기 때문에 한국은 당사자 자격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한반도평화 관리의 책임을 진 한국이 당사자 자격을 지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북한이 10·4 정상선언에서 3자 또는 4자 정상선언에 합의한 것이나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에 의해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한다고 한 것을 보면, 북한은 한국의 당사자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중국의 당사자 자격에 대해 미묘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의 인민지원군이 6·25전쟁에 참전했으며, 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가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이를 근거로 중국은 당사자자격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0·4 정상선언 및 판문점 선언에서 중국의 자격이 모호하게 언급됨으로써 논란이 발생했다. 특히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종전선언의 경우 이미 미국, 한국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수립한 중국이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셋째 쟁점은 회담 형식에 대한 것이다. 과거 4자회담이 개최되기도했으며, 9·19 공동성명에 따라 ‘한반도 평화포럼’ 구성이 논의되기도 했다. 판문점 선언(3조 3항)에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에의해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기로 됐다. 10·4 정상선언에서는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추진’하기로 한다고 명시됐다. 판문점 선언은 3자 또는 4자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한편, 회담의 격과 회담 장소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 관련국 정상 간에 종전선언이 채택될 수 있다. 하반기에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그 기회에 남북 정상이 종전선언을 발표할 수 있다. 또는 남·북·미 정상회담, 남·북·미·중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협정은 중국을 포함하는 4자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4자회담의 선례도 있으며, 9·19 공동선언에 명시된 한반도 평화포럼도 4자회담으로 추진하기로 공감대가 이뤄진 점도 감안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문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더욱 위대한 동맹으로 만들기 위한 여정에 항상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진정한 파트너로서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문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더욱 위대한 동맹으로 만들기 위한 여정에 항상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진정한 파트너로서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넷째, 평화체제 수립의 절차에 대한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한 번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관련 이슈와 행위자별로 순차적으로 문건을 채택하는 경우도 있다. 중동평화를 가져온 캠프데이비드 협상은 ‘중동 평화를 위한 기본합의’(1978. 9.)와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1979. 3.)을 순차적으로 이끌어냈다.

몇십 년 동안 분쟁이 지속된 북아일랜드의 경우, 여러 차례의 협정을 거쳐 평화가 뿌리내렸다. 한반도 평화체제에는 남한, 북한, 미국, 중국이 관련돼 있으며 일본과 러시아도 어떤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에는 전쟁 책임 규명, 불가침, 군비통제, 평화 관리, 한미동맹, 유엔사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이슈들이 관련돼 있다. 따라서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 논의의 동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평화 정착에 이르는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성격 및 내용도 쟁점이다. 종전선언은 법적으로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종료를 정치적으로 선언하는 신사협정이다. 종전선언에는 전쟁 종료, 불가침, 평화협정 추진 방식 등의 내용이 포함한다. 평화협정은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법적 문서이며, 정전체제의 종식, 경계선 확정, 평화관리기구, 군비통제 등의 내용을 담는다.

여섯째, 평화협정의 체결 방식도 쟁점사항이다. 평화협정에는 여러 이슈와 여러 관련자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이슈별로 협정을 체결할 수도 있고, 관련자별로 협정을 체결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남북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미 간 불가침협정, 한·중 간 불가침협정을 각각 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각각 체결된 여러 개의 협정을 패키지로 담아서 하나의 단일 문건으로 채택할 수도 있다.

일곱째, 평화협정 체결 후 평화를 관리하고 분쟁을 방지하는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평화체제가 수립되면 실질적 당사자인 남북한이 평화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양 당사자만으로는 중재나 객관적 판정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나 유엔, 또는 중국이 참여해 남북한과 공동으로 평화 관리를 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여덟째, 평화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긴장 해소와 군사적 신뢰 구축, 단계적 군축이 실시돼야 한다.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 군사적 신뢰 구축은 상호 투명성 및 신뢰성 증대를 통해 억지력 향상에 기여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군축은 국방비 감소를 통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복지 분야에 자원을 재분배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군축은 군사적 동원체제를 완화함으로써 사회적 개방성을 증대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 남북한이 시범적으로 군사연습의 통보, 군 인사의 군사훈련 참관 등 초보적 신뢰 구축을 실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문제는 판문점 선언(2조 1항)에 포함된 사항이므로 앞으로 구체적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남북 회담에서 북한은 군사적 신뢰 구축보다 군축을 중시했다. 무기 감축보다 병력 감축을 선호했으며, 최종 병력 수를 남북한 각각 10만 명으로 설정하고 3, 4년 내에 이를 달성할 것을 주장했다. 북한은 병력 감축 후 다시 병력을 동원하기가 용이하다고 판단하는 한편, 최종 단계까지 군사장비 및 무기체계를 유지하려고 했다.

또한 외국군 병력 및 장비 철수를 주장함으로써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연합 방위태세의 약화를 기도했다. 북한이 앞으로 미국과의 빅딜을 통해 핵무기를 폐기하고 경제 발전에 올인하려 한다면, 군사비 감축 및 경제인력 확보를 위해 병력 감축을 우선적으로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대내외 절차

한반도 평화체제는 70여 년에 걸친 분단과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고 평화가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한반도 평화체제의 원칙, 순서, 방식, 절차 등에 관해 한미가 긴밀하게 협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사안에 따라 남북 협의, 한중 협의도 필요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협정은 조약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국내적으로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여야 정당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또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만약 북·미 간 불가침조약이 체결되면 미 의회도 비준 동의를 함으로써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협정을 유엔에 등록해 국제법적 문건으로 효력을 지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비무장지대(DMZ) 중부전선 초소를 지키는 장병 앞뒤로 태극기와 유엔사령부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무수한 쟁점들이 해결돼야 한반도 평화체제가 들어설 수 있다. 비무장지대(DMZ) 중부전선 초소를 지키는 장병 앞뒤로 태극기와 유엔사령부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무수한 쟁점들이 해결돼야 한반도 평화체제가 들어설 수 있다..

판문점 선언에 의해 한반도는 분단과 대립의 시대를 벗어나서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한반도 평화에 이르는 길은 이전에 가보지 않은 새로운 루트를 개발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힘든 과정이 될 것이다. 여러 가지 장애물과 예상하지 못한 돌발사태가 있겠지만 평화를 달성하려는 의지와 인내력, 창의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박 종 철 박 종 철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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