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4월 27일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후 서로 손을잡고 위로 들어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4월 27일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후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 보이고 있다. ‘남북 경협’ 공동 번영 위한 사업
올가을 남북 정상회담서 집중 논의
판문점 선언은 명실상부하게 남과 북이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를 형성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로‘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남북의 양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먼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 사실상 남북 간의 종전선언이자 평화선언이었다.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 2000년의 6·15 공동선언, 2007년의 10·4 선언 등 남북 간에는 그동안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합의가 있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북핵 문제, 적대적인 북·미관계, 남한의 정권 교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 판문점 선언은 명실상부하게 남과 북이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를 형성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남북관계 발전과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진전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임기 1년 내에 정상회담이 개최 돼 합의의 실효성과 이행동력을 확보했고,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 담을 앞두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남북관계의 안정적 제도화 합의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남북 간에 합의한 내용은 반드시 지킨다는 원칙을 확립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합의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해소와 남북관계의 제도화가 핵심 내용이다. 우선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에 방해 요소였던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와 전쟁위험 해소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일체의 적대행위 중단, 서해 평화수역 설정과 충돌 방지,교류·왕래의 군사적 보장 등을 위한 군사당국자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그리고 꽉 막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 대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다방면적 교류 활성화(6·15 공동행사, 2018 아시아경기대회 공동 참가)▲적십자 회담(8·15 계기 이산 상봉)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에 합의했다. 또한 남북양 정상은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가동하고, 문 대통령이 올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남북 최고지도자 간에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정례적 만남과 직통전화를 통해 소통하게 됨으로써, 그동안 풀기 어려웠던 현안 해결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두가 남북관계의 제도화를 위해 필요한 사안들이다.

문제는 역시 합의의 원만한 이행이다. 출발은 기대감을 높였다. 남과 북은 상대방을 향한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기기를 모두 철거했으며,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선제적으로 합의사항을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가지 난제가 가로놓여 있다. 먼저 문재인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의 안정적 실천을 위해 국회 비준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에서의 여야갈등으로 아직 비준 여부가 불투명하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과 북·미 정상회담에집중하느라 판문점 선언 이행을 논의할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 일정을 늦췄고, 그나마 5월 16일 열기로 합의한 고위급회담조차 한미 합동훈련에 전략자산인 B-52 전폭기 참가를 이유로일방적으로 연기를 선언했다. 한미가 전략자산 무기의 참가를 취소하면서 고위급회담은 다시 일정이 잡히겠지만 합의 이행은 일정 부분 순연이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5월 중으로 남북고위급회담을 개최하고, 이후 남북 국방장관회담, 남북 적십자회담 일정을 조속히 확정하는것이 중요하다.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는 향후 전반적인 판문점 합의 이행 일정과 함께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문제, 6·15 남북 공동행사,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산림 협력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된다. 정부는 아울러 당·정·청 협의를 갖고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 중 이행이 시급한 사안으로 산림협력과 6·15 남북 공동행사를 꼽았다. 북한이 소극적인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의견이 모아질지가 주목되는 사안이다.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 가운데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꼽히는 산림협력은 북측 시범지역에 묘목을 심는 데서부터 병해충을 방제하고 탄소흡수원 등록과 거래를 돕는 데까지 광범위하게 추진될 예정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실제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협력사업이라는 측면이 고려된 것이다. 남북은 주거지역 주변 산사태가 우려되는 곳에는 빨리 자라는 속성수를 심고, 미래에 목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경제림도 가꿀 예정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관련해서 사무소의 기능과 역할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판문점 선언에서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합의한 만큼 공동연락사무소가 이러한 민간 교류협력을 원만히 보장하는 창구로 설치될지, 아니면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는 또 다른 창구로 설치될지가 쟁점이다.

난제 산적한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는 남북 군사 수뇌부 간 직통전화 개설과 비무장지대의 실질적인 비무장화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는 군사적 조처와 비군사적 조처로 나눌 수 있다. 군사적 조처는 정전 65년 사이 중무장지대화한 비무장지대에서 남과 북 모두 병력과 화기 등을 철수시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다만 전초기지(GP) 철수 등 군사적 조처는 비핵화의 진전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유엔사와의 문제 등 풀어야 할 복잡한 쟁점이 많아 단계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

반면 비군사적 조처인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은 군사적 조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전례도 있다. 남과 북은 1990년대 초반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문제를 협의·추진한다”고 합의했다.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기지 못했을 뿐이다.

2000년대에 1·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의선(서해선), 동해선 연결을 위해 철도, 도로가 지나는 군사분계선을 포함한 비무장지대에서 병력과 화기를 모두 치운 게 평화적 이용의 대표적 사례다. 당장 현실 가능한 시범사업으로는 박근혜 정부 때 추진된 ‘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설치와 남북 군 당국의 비무장지대 산불 진화 공동 작업 등이 논의 가능할 것이다.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는 향후 전반적인 판문점 합의 이행 일정과 함께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문제,6·15 남북 공동행사,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산림협력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된다.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는 향후 전반적인 판문점 합의 이행 일정과 함께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문제,6·15 남북 공동행사,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산림협력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된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하고도 실천하지 못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서의 ‘공동어로구역·평화수역 설정’ 합의의 시행 문제도 국방장관 회담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사안이다. 다만 북한이 남측이 설정한 NLL을 기준으로 평화수역을 설정하는 방안에 동의할지가 최대 쟁점이다.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당국 간 실행 방안을 논의하는 회담이 중심이 되면서 실질적인 민간 교류는 올해 진행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기존 추진사업 중에 민족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중요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과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사업 재개부터 협의할 예정이지만 실질적인 민간 교류와는 거리가 있다. 다만 6·15와 8·15를 맞아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남북 공동행사는 돌발변수만 없다면 개최될 것이다.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는 판문점 또는 평양에서 6·15 공동행사를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6·15 공동위원회도 5월 중으로 평양에서 남북, 해외 공동위원장 회의를 평양에서 열어 6·15 공동행사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남북이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개성공단의 모습.. 남북이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개성공단의 모습.

경협은 조사·연구 준비에 초점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북방위)는 조만간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 전체를 아우르는 경제협력 방안인 ‘신(新)북방정책’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서울~신의주~중국으로 이어지는 철도 연결 및 가스·전력망 등 3대 인프라 사업과 함께 조선, 농업, 수산업 분야 경협 방안이 담긴다. 또 나진항을 부산에서 출발하는 북극항로의 거점에 포함시키고, 부산에서 금강산을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후쿠오카를 오가는 크루즈 관광 등 신사업도 들어 있다. 인천~남포 간 컨테이너선 항로 연결과 부산~나진 뱃길 복원사업도 추진된다.

정부는 민족의 공동 번영을 위한 합의사항들은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틀 속에서 이행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협력을 통해 평화 정착에 기여하고, 이렇게 형성된 평화가 다시 협력을 촉진하며 선순환하는 ‘평화경제’ 실현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남북 간 교통망의 연결은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남북 교류와 인적 왕래의 기초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여건이 조성될 경우 우선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남북 경협사업은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올해는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향후 실행을 위한 조사와 연구 등 세부적인 준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중 간에 논의되고 있는 경제협력 사안 중에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중첩되는 것이 많아 이것을 어떻게 조율·선점할 수 있을지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큰 틀에서 보면 정부는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남북관계 제도화 프로세스의 선순환 구조를 올해 안에 정착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남북경협 등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사안들은 가을로 예정돼 있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구상은 올해 하반기까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창 현 정 창 현
현대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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