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미술 발전’이라는 김일성 주석의 교시에 따라 출범한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미술 창작의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미술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평양시 평천구역 내 2만여 평 대지 위에 조성한 1만여 평 규모의 건물에 1000여 명의 미술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천리마 동상(1961년), 만수대 기념비(1972년), 주체사상탑과 개선문(1982년) 등 북한을 대표하는 다수의 조형물과 혁명사적지들을 건설했다.
2008년 4월에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평양 통일거리에 만수대창작사 미술관(장금철 관장)이 개관했다. 조선화, 유화, 보석화, 출판화, 수예, 도자기, 만년화, 공예, 서예를 비롯한 미술작품들을 상설 전시하는 1층 종합미술관과 2층 뮤지엄 숍으로 구성됐다.
대표적인 예술가로는 남측에도 널리 알려진 정창모와 고려청자를 재현했다고 알려진 우치선, 금니화(金泥畵)를 발굴하고 새롭게 발전시킨 황병호 등이 있다. 2005년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8차 국제예술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정창모는 북한의 고유한 미술 양식인 조선화의 대가로, 수상 작품이 ‘남강의 겨울’이다. “사회주의 미술 건설에 주체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며 사상성과 예술성을 결합하고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을 담은” 조선화의 기본인 ‘함축과 집중’에 충실하고, 그 묘사 원리 중 특히 몰골기법에 능한 작가로 알려졌다. 2012년 제15회 베이징국제예술박람회에서도 만수대창작사 소속 유화작가인 최명식이 ‘기다리던 해방의 날’로 금상을 수상했다.
2007년 평양 만수대 창작사를 방문해 전시 작품을 둘러보는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일행.
고려청자 상감기법을 완성해 ‘고려청자의 대가’로 유명한 우치선은 “은근하면서도 깊이 있고 아름다운 색조와 세련된 형태, 독특한 장식기법 등으로 국보적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도자기창작단에는 그의 아들 우철룡과 외동딸 우복단이 대를 이어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상하이국제도자기예술박람회에서 우복단은 ‘잉어 무늬 투각 장식꽃병’으로 최우수 창작상을, 우철룡은 ‘포도 무늬 호로주전자’로 백옥란동상을 각각 수상했다.
소가죽을 고아 만든 풀에 금가루를 개어서 채색하는 기법으로 탱화에 주로 사용됐던 금니화를 복원한 이가 황병호이다. 평양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조선화가로 명성을 떨치던 황 화백은 조선미술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시대 이징의 비단 금니화인 ‘독수리’를 본 후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긴 금니화의 복원에 전념해 1994년 ‘백두산의 학’을 선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퇴색하는 작품에 한계를 느낀 후 15년간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순금과 만년안료로 그린 ‘조선금니화’를 복원해 국가발명심의위원회로부터 국가발명권을 취득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독창성으로 해외에서 주목
만수대창작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세계 미술시장 진입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만의 미술로 정체성을 확립한 조선화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미학을 십분 반영한 조각과 건축을 통해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에서 최초로 북측 미술 전시회가 열린 것은 2008년 9월이다. 북측 문화성 주관으로 독일 아트센터 베를린에서 열린 ‘Art from Pyongyang전’으로 김성민, 김승희, 정창모, 선우영 등 당대 북한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00여 명의 작품 150여 점이 전시됐다. 상당수 작품이 수만 유로의 고가로 판매되어 세계 미술시장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만수대창작사가 세계적인 관광지인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옆에 만든 파노라마박물관.
만수대창작사가 공식적으로 세계 미술시장에 진입한 것은 2007년 9월 23일이다. 세계아트마켓의 핫 플레이스인 베이징 ‘798예술구’ 내 환톄(環鐵)예술구에 만수대창작사 미술관을 개관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이곳을 통해 위작과 모작을 구별·방지할 작품 감정 업무를 개시했다는 점이다. 2010년 5월에는 근처 798창의광장 부근에 조선 만수대창작사 미술관 신관을 개관했다. 2013년부터는 인터넷 사이트(www.mansudaeartstudio.com)를 개설하고 작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탈리아에 거점을 두고 상거래를 하고 있는 이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거래와 작품의 진품 확인 그리고 배송까지 일괄적인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획기적인 것은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MOP)을 신설해 해외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기념비 수출과 박물관 건설 사업이다. 아프리카의 국가들에서 다수 실적을 보였는데 나미비아 대통령 궁전과 독립기념관, 적도기니 정부 청사, 앙골라 평화기념비, 세네갈 아프리카르네상스기념탑 등이 그것이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파노라마박물관을 2015년 12월에 개관해 운영 중인데, 10년간 운영권을 가지고 약 1000만 달러 정도의 건립비 등 투자금을 회수한 후 정부에 무상 기증하는 방식이다.
최근 외화벌이 창구의 하나로 지목돼 제재를 받아 거래가 뜸해지고, 해외 수주도 크게 줄었지만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다. 문화외교와 친선외교의 선두에 있는 미술 교류의 핵심 단위인 만수대창작사의 해외 교류는 지속될 것이고, 해외 수주 경쟁에서 나름 실력과 성과를 가지고 있는 경쟁력은 여전하다. 특히 세계 최대의 미술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북측 미술의 컬렉션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