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옥 | 70여 년의 분단과 휴전으로 갈등과 대립이 상존한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청년으로 살면서 남북 분단 때문에 불편을 겪었던 경험이 있나?
박철웅 | 내게 분단은 사전에 나오는 그저 하나의 단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2011년 대학 입학 이후 우리 사회가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문제 제기한 의제가 소위 ‘반공 정서’에 막혀 통용되지 않는 걸 경험했다. 정당한 문제 제기에 밑도 끝도 없이 ‘종북 좌파’로 몰아붙이는 색깔론이 대한민국에서 논의돼야 할 의제를 가로막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또한 분단으로 겪는 불편함이 아닐까 싶다. 서희준 | 얼마 전 남동생에게 군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 통지서가 날아왔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거나 한반도 위기설이 제기되면 군대에 가 있는 친구의 안전이 걱정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 이러한 불안감에 시달려봤을 것이다.
남현준 | 분단이 가벼운 일상처럼 돼 있어 우리 삶 속에 큰 의미가 되지 못한다. 그래도 막상 군 입대를 앞두면 다들 분단 현실을 실감하게 된다. 나도 10월쯤 입대할 예정인데, 최근 한반도 평화 무드가 형성됐다고는 하지만 막상 군복무를 할 생각을 하니 나는 나대로,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걱정을 하고 계신다.
단일팀 구성, 공론화 과정 생략
김귀옥 | 평소 북한과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입장이었나?
박철웅 | 19살이던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과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북관계가 냉랭해졌다. 그 영향 때문인지 학창시절 북한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다. 대학에 와서도 북한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서희준 | 유년시절엔 북한 정권이 무질서하고 위태로워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북한은 남한이 도와줘야 하는 곳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대학에서 공부한 후 북한 나름대로 정치·경제·사회 체제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북한 자체가 미지의 영역인 데다 폐쇄적이기 때문에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 북한에 대해 잘 모르면서 북한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어쩌면 북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든 것은 북한 실상이 아니라 북한을 밖에서 바라보는 편견과 선입견이 아닐까 싶다.
김귀옥 교수
“청년 세대는 미래 남북통일의 주역이다. 청년들의 이야기는 통일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남현준 | 중·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북한에 대해 제대로 배운 기억이 거의 없다. 대신 전쟁과 분단을 경험한 어른들로부터 ‘북한은 주적’이란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왜 북한이 남한의 주적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북한은 나쁘니까 나쁜 줄로 알라’는 식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대학에 왔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어린 시절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말이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김귀옥 |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단 구성 당시 청년들이 드러낸 반감 정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서희준 | 청년들이 반감을 가진 것은 정보의 불충분 때문이다. 정부가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다수의 청년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단일팀 구성에 대해 사전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국가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미흡했다.
남현준 학부생
“남북 교류에 이어 대화가 성사된다고 하니, 냉전의 얼음이 녹을 것 같다.”
박철웅 | 단일팀 구성 설득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데 동의한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것이 대화, 숙의, 공정이다. 하지만 정작 단일팀 구성 단계에서 공론화 과정이 생략됐다. 시간이 부족했다지만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청년들이 반감 정서를 보인 기저에는 북한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다. 우리는 대북 강경책을 펼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돌이켜보면 북한의 비핵화는 합의와 파기가 반복된 역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정권의 대북 강경책이 군대를 다녀온 청년들로부터 공감을 받았던 것이다.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한 한민족 실감
김귀옥 |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나?
서희준 | 언론을 통해 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생각보다 체격이 왜소했지만 눈빛이 살아 있었다. 작지만 강해 보였다.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기에 충분했다. 논란이 있긴 했지만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단 팀워크는 돋보였다. 누가 북한 사람이고 누가 남한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조화를 이뤘다. 경기를 마친 북한 선수단이 북한으로 돌아갈 때 남북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는 영상을 보면서 남북이 한민족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남현준 | 평소 북한 사람 하면 김일성 주석에 충성하는 경직된 모습만 떠올랐는데, 김여정 부부장이나 북한 응원단이 선수들을 응원할 때 보니 우리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김귀옥 | 문재인 정부의 평화통일 노력에 대해 평가해달라.
남현준 | 지난 정부들은 북한을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제는 이러한 악습을 철폐해야 한다는 인식이 청년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반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남북대화가 성사된다고 하니, 냉전의 얼음이 녹을 것 같은 느낌이다.
서희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독일에서 발표한 ‘신베를린 평화구상’에서 “한반도 운전대를 잡겠다”고 말했다. 남북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건데, 대북정책에서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운전대론을 대외적으로 설파했다면 이제부터는 대내적으로 메시지를 강조하면 좋겠다.
박철웅 대학원생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핵 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핵 동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박철웅 |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과거 햇볕정책과는 달라 보인다. 북한을 통일해야만 하는 민족으로만 보던 과거와 달리 하나의 국가로서 북한을 실체적으로 인정하려 한다. 물론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지만, 통일 가능성은 미래 일로 열어두면서 이미 국제법적 현실인 1민족 2국가 체제를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귀옥 | 올 1월 북측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했고, 그 직후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유화적인 대화 기조를 어떻게 보나?
남현준 |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경제적으로 부담이었을 것이다. 북한이 대화에 나서는 이유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국력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라면 대화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마침 남한에서도 대화를 원하고 있으니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박철웅 |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핵 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핵 동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만약 실제 그렇게 된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결과일 것이다.
서희준 | 지금으로선 북한의 대화 기조가 비핵화를 위한 과정일지, 핵보유국을 인정받기 위한 설계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이 남북관계의 전환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남북관계가 치킨게임으로 비유되곤 하는데, 결국 대화가 아니고서는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정부가 전 세계에 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밝혔고,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이 응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일·북한 관련 재밌는 콘텐츠 필요
김귀옥 | 청년 세대의 통일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박철웅 | 대한민국 역사에서 남북관계는 오랫동안 적대적이었다. 남한과 북한 모두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상대방을 이용했다. 이제 국민의 삶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현상 유지는 뛰어넘어야 한다.
서희준 학부생
“지금이 남북관계의 전환점인 것은 분명하다. 대화가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다.”
남현준 | 한반도 현상 유지는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공포 마케팅으로 활용됐다. 일례로 북한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쏘면 일본 아베 정권이 정치적으로 이득을 얻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것도 북한으로부터 미국을 지키기 위한 안보전략이다. 하지만 한반도 현상 유지는 국제적으로 볼 때 손해다.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한반도 현상 유지를 넘어서는 것밖에 없다.
김귀옥 | 청년들이 바라는 통일과 남북관계는 무엇인가?
서희준 | 지난 정부에서 ‘통일 대박’을 외쳤는데, 막연하게 청사진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 통일되면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경제성장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지만 로드맵이 추상적이었다. 청년들이 듣고 싶은 건 일자리 문제, 교육 문제, 세금 문제 등 통일 이후 사회 혼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또 요즘 청년들에게 미디어는 생각을 정리하는 창고다. 정부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통일의 필요성, 북한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통일에 대한 담론이 형성될 것이다.
박철웅 | 남북관계를 위해 청년들이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로 또 다른 희생을 요구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귀옥 | 남북통일 이후 북한에 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남현준 | 부모님이 유통사업을 하신다. 통일되면 국토가 2배로 늘어나는 만큼 북한 지역 판매처와 고객을 확보하겠다.
박철웅 |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북한 공산당에 가서 여러 자료를 살펴보고 싶다.
서희준 | 미지의 세계인 북한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리겠다. 한반도를 대표하는 유튜버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