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평창동계올림픽과 평창패럴림픽을 계기로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난 강원도.

강원도가 준비하는 포스트 평창 ‘평화특별자치도’ 지정으로
동북아와 북방의 관문 된다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과 패럴림픽을 통해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 사업을 전개하는 ‘평화특별자치도’로서의 ‘포스트 평창’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3월 18일 동계패럴림픽 폐막과 함께 지난 2월 9일부터 평창에서 시작된 전 세계인의 동계스포츠 축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문화·환경·평화·경제·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을 표방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92개국 2925명의 선수가 참가한 역대 최대의 올림픽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는 무엇보다 북한이 참가함으로써 대회가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질 수 있었던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전 세계의 이목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집중됐고, 북한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 마식령스키장에서의 남북 선수단 공동 훈련과 개막식 공동 입장,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은 대회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남북 간 화해와 대화 국면은 현재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지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치른 국가적 대사였지만, 개최지인 강원도에도 큰 의미를 지닌 행사였다. 6·25전쟁의 격전지였던 강원도는 분단의 상처가 그 어느 지역보다 큰 지역이다. 예부터 대륙으로 가는 길목이었던 강원도는 국토의 분단과 남북 강원도 분단으로 말미암아 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지난 60여 년간 개발의 사각지대로 남아 국토의 변방이 됐고, 최전방의 접경지역은 국가 안보를 위해 발전의 기회를 희생해왔다.

남북 교류협력의 메카로 자리매김

접경지역인 강원도 고성은 금강산 관광의 시작점으로 한때 남북 교류의 현장이었지만, 지난 10년간 금강산 관광 중단 등 교착된 남북관계는 사회·경제적으로 이 지역에 커다란 피해를 주었다. 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마지막까지 북한의 참가를 기대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기 이전, 남북관계는 오랫동안 경색돼 있었다. 경제 협력은 2010년 5·24 조치 이후 거의 중단되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로 완전히 중단된 상태였다. 6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를 위기로 몰고 갔다. 특히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유례없이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 북·미관계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북한의 도발로 촉발된 위기가 남북관계의 경색을 넘어 북·미 간 대립, 중국과 미국 및 중국과 우리와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등 안보가 매우 엄중한 상황이었다. 연일 계속되는 북·미 간의 설전으로 일각에서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은 남과 북이 만나 대화를 재개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기한 남북 간 대화의 가능성이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현실화된 셈이다. 파격적으로 진행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라는 구체적 성과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남한 선수단의 마식령스키장 훈련, 북한 예술단의 서울과 강릉 공연, 대북특사의 방북 등으로 이어져 남북대화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 간 대화는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일련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 용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정례적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이해’를 분명히 밝혔다.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대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미군이 한반도 주변에서 하는 군사훈련들을 계속 받아들이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논의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 비핵화에 큰 기대를 갖게 됨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핵화의 과정에서 그간 중단된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협력 재개가 반드시 동반돼야 할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남북 교류협력의 중단은 남한과 북한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교류협력의 중단은 우리 사회에 북한에 대한 정보 부족을 가져와 남북관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북한에 대한 전문성 부족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심층적 분석과 해법 도출도 어려웠다. 북한에 대한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계속된 북한의 군사 도발은 우리 사회의 남남갈등을 더욱 부채질했다.

북한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2007년 67.1%였던 북한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는 2016년 무려 92.5%까지 증가했다.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 심화는 결국 장래 통일 비용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덧붙여, 지난 10년간의 남북관계 중단은 그간 남북한 간 당국 대 당국의 구도 속에 추진돼온 남북 교류협력 방식에 심각한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수정할 대안은 지자체와 민간이 주도하는 교류협력이다. 경제 협력과 같은 높은 단계의 교류협력보다는 사회·문화 교류 등 낮은 단계의 협력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지자체와 민간이 교류협력의 전면에 등장할 때 가능하다. 정부 중심에서 지자체와 민간 중심으로 교류협력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지자체와 민간의 자율적인 활동 공간의 확보가 지원돼야 할 이유이다.

정부 중심에서 지자체와 민간 중심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와 같은 분단국이었던 독일은 지방정부 주도의 동서독 간 교류협력으로 통일의 동력을 확보해나갔던 좋은 사례이다. 통일 전 동서독 지방정부 간 자매결연이 큰 역할을 했는데, 무려 62개의 도시가 자매결연을 맺었다. 이와 같이 동서독 지방정부의 자매결연이 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서독 지방정부 연합의 적극적 추진과 함께 연방정부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동서독 기본조약으로 대부분의 자매결연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어 가능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옮아가고 있다. 과학기술과 정보산업의 발달로 물리적 거리와 무관하게 세계는 점점 가까워지고 하나가 돼가고 있다. 발달된 정보망으로 세계화는 심화되고 인류는 수많은 정보를 함께 공유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구상에 정보의 사각지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북한도 이 점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북한의 닫힌 문을 여는 것도 결국은 기술과 정보의 전파에서 비롯될 것이다.

2월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함께 입장하는 남북 단일팀. 2월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함께 입장하는 남북 단일팀.

과학기술과 정보산업의 발전은 이 시대 통일의 의미가 좀 더 다르게 해석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좀 더 넓고 개방된 사고로 남북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민족보다는 시민의 가치와 인간의 보편타당한 가치가 우위에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대에 소통과 협력 그리고 교류는 이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필수요건이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적, 군사적으로 대립된 가운데 민족의 동질성 회복이라는 가치로만 통일과 남북관계를 추진한다면 정책은 경직되고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 획일화된 가치가 일반화됐던 시절에는 반공이 우리 사회에서 높은 우위를 점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는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우리의 사고가 다양해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는 남북관계에서도 좀 더 유연하고 다양한 사고 속에 인간적, 공간적 접촉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이 새로 도입돼 추진될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지자체의 교류협력을 선도해왔다. 1998년 전국 최초로 남북 교류협력 관련 제도와 기금을 도입·설치했고, 남북 강원도의 공동 번영과 이익 도모라는 기본원칙하에 지역 단위의 작지만 실질적 교류협력을 추진해왔다. 씨감자 원종장 건설, 솔잎혹파리 공동 구제, 연어자원 보호·증식 등이 대표적 사업이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북강원도 겨울철 체육경기’의 일환으로 남북강원도 아이스하키 친선경기도 유치했고, ‘남북강원도 민속문화축전’도 개최했다.

통일특구, 동해안 광역 관광벨트 등 추진 필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전제로 북한이 개발 중인 원산 국제관광도시와 금강산, 설악산을 이으면 남북강원도 동해안 광역권이 하나의 관광벨트로 재탄생하게 된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전제로 북한이 개발 중인 원산 국제관광도시와 금강산, 설악산을 이으면 남북강원도 동해안 광역권이 하나의 관광벨트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경험에 더해 앞으로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대화 분위기를 활용해 남북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먼저 남북이 함께한 평창동계올림픽의 열기를 오는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의 개최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 마식령스키장과 평창을 오고 가는 진정한 평화의 스포츠 제전으로 승화할 필요가 있다. 마식령스키장은 남북 대표단의 훈련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전제로, 북한이 개발 중인 원산 국제관광도시와 금강산 그리고 설악산을 잇는 남북강원도 동해안 광역권을 하나의 관광벨트로 개발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남북 크루즈 관광이 가능하며, 원산의 갈마공항으로 입국한 관광객이 양양 국제공항으로 출국하는 패키지 관광 프로그램의 개발도 가능하다.

셋째, 접경지역에 통일특구를 조성해 남북한 공동시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X축의 중앙지대 철원에는 개성공단 역개념의 ‘평화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설악~금강산을 연계 개발해 국제관광자유지역으로 조성해나갈 필요가 있다. 휴전선 남북 20㎞, 연안으로부터 20마일 이내 수역을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의 바다’로 설정하고 장기적으로 ‘동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로 발전시켜나갈 필요도 있다. 북강원도 고성~함남 신포 앞바다 수역에 남북 공동조업구역을 설정하고 러시아 수역 출어선에 대한 북한 수역 직항로 개설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해나갈 중요한 어젠다이다.

마지막으로, 분단도인 강원도를 ‘평화특별자치도’로 지정해 남북한 간 교류를 촉진하고 원산에서 설악산을 잇는 지역을 유엔 지정의 특별지역으로 개발해 동북아와 북방의 관문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안해본다. 이제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남북한 간 대화는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더불어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발판도 마련됐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의 전환점이 됐듯이, 한반도의 비핵화 과정 속에 ‘평화특별자치도’ 강원도에서 통일의 꿈이 무르익길 희망해본다.

김범수 김 범 수
강원연구원 공간창조연구부장
통일·북방연구센터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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