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와 ‘통일교육’은 국민의 통일 의지에 영향을 끼치는 양대 변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학 연구소, 언론사 등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국민 통일의식 조사를 보면 남북 경제 협력 및 사회·문화 교류가 늘어날수록, 그리고 통일교육이 활성화될수록 통일이 필요하고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응답도 늘어난다.
문제는 남북관계의 양상을 우리가 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남북관계는 말 그대로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는 관계다. 그렇다 보니 남한에 대한 북한의 생각, 북한과 주변국의 관계 등에 따라 우리 의도와는 다른 남북관계가 펼쳐질 수도 있다. 이에 비해 통일교육의 양상은 전적으로 우리 의지와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요컨대 통일교육은 남북관계에 비해 좀 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국민의 통일 의지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경색된 남북관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통일 의지가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은 배경에는 통일교육 종사자들의 헌신이 놓여 있다. 특히 지난 몇 년 사이 통일부, 교육부, 시·도 교육청, 현장 교사 등의 노력 덕분에 청소년 통일교육이 눈에 띄게 활성화됐다.
예를 들어 정부는 2013년부터 매년 5월 넷째 주를 통일교육주간으로 지정해 통일교육 캠페인을 실시 중인데, 통일부는 이 기간에 교육부, 시·도 교육청과 협력해 전국 초·중등학교에서 통일 주제 계기수업을 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놀이를 통해 통일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학교 통일교육’도 실시하고 있는데, 2016년의 경우 전국 1072개 초·중·고교생 6만850여 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밖에도 통일리더캠프, 통일교육 연구학교 지정, 학교 통일교육 우수 사례 발굴 및 확대를 위한 ‘학교 통일교육 연구대회’, 통일교육원과 시·도 교육청 통일교육 담당교사가 함께하는 ‘학교 통일교육 발전 워크숍’ 등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물론 통일교육 종사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청소년에 비해 성인 대상 통일교육 활성화가 더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3일 개정된 ‘통일교육 지원법’ 덕분이다.
성인 대상 통일교육의 법적 기반 강화
‘통일교육 지원법’은 1999년 제정 이래 이번까지 총 6차례 개정됐다. 2011년까지 이뤄진 4차례 개정의 방향이 통일교육 ‘주체’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높여가는 것이었다면, 2013년 5차 때부터는 통일교육 ‘대상’을 명시하고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둔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5차 개정의 핵심은 통일부 장관이 교육부 장관 또는 각 시·도 교육감에게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 통일교육 반영을 요청할 경우, 교육부 장관 등이 이 요청을 이행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또한 통일부 장관이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 매년 초·중등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를 할 수 있게 했고, 초·중등학교의 통일 관련 체험교육 및 강좌에 필요한 경비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학교 통일교육의 법적 기반이 강화되면서 청소년 통일교육이 어떻게 활성화됐는지는 이미 앞에서 소개했다.
이번 6차 개정의 핵심은 그동안 미약했던 ‘성인’ 통일교육의 법적 기반을 크게 강화한 것이다. 이와 관련된 주요 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래를 통해 통일의 꿈을 펼치는 학생들.
첫째,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에 대한 통일교육 실시가 사상 처음으로 의무화됐다. 현재 양성평등교육, 장애인식 개선교육 등은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 대상 법정 의무교육이다. 이에 비해 통일교육은 기관장의 의지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뤄져왔다. 그동안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 통일교육은 주로 통일교육원 원내교육 형태로 진행됐다. 통일교육원은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의 통일 인식 제고 및 통일 전문 공공인력 양성을 위해 공직자통일교육과정, 통일정책지도자과정 등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일교육원 원내교육만으로는 향후 남북관계 발전에 따른 인력 수요에 충분히 부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번 개정에 따라 앞으로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의 장은 소속 공무원 및 직원 등에게 통일교육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통일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 통일교육 의무화는 이들의 통일의식을 한층 더 높이는 한편, 통일 전문 공공인력 양성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둘째, 대학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초석도 마련됐다. 초·중·고교생 때 받은 통일교육 효과를 성인이 돼서도 이어지게 하려면 대다수 청소년이 진학하는 ‘대학’ 통일교육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몇 년 전 대학생 통일의식 조사 때 응답자의 80% 이상이 통일 관련 교양과목 개설 의무화를 찬성했을 정도로 대학생의 통일교육 요구도 큰 편이다.
정부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2016년부터 ‘통일교육 선도대학 지정·육성사업’을 시행 중이다. 이 사업은 정부가 전국 4년제 국·공·사립대학교(산업대학교, 교육대학교 포함) 중에서 통일교육 선도대학을 지정해 총 4년(2년 지원 뒤 중간평가 실시) 동안 재정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또한 정부는 2016년 2학기부터 ‘옴니버스 특강 및 통일·북한 강좌 지원사업’도 새롭게 시작했다. 이번 개정에서는 정부가 대학에 통일 문제 관련 학과 설치, 강좌 개설, 연구소 설치·운영 등을 권장하는 것을 의무화했고, 동시에 통일에 관한 체험교육 및 강좌에 필요한 경비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다양한 대학 통일교육 지원사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이번 개정으로 대학 통일교육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일 관련 교양과목 개설 의무화에 대한 의견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더욱 강화했다. 그동안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하는 이에게 예산 범위에서 필요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하는 정도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었다. 이번 개정에서는 이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의 지역별 시책 수립·시행을 의무화하고, 시책 수립·시행에 필요한 조례 제정, 시책 수행을 위한 국가와의 상호 협력체제 구축 등을 새롭게 규정했다.
넷째, 현재 전국 12개 지역에 설치·운영 중인 ‘통일관’의 통일교육 관련 기능을 이번 개정으로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 각 지역 통일관은 청소년과 성인이 그나마 손쉽게 북한·통일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번 개정은 통일관의 운영 목적을 ‘북한 및 통일에 관한 자료 전시나 체험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국민의 통일의식을 함양’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이로써 통일관은 통일교육 시설로서의 지위를 더욱 확실히 하게 됐다. 특히 통일부 장관이 북한·통일 관련 교육·체험활동 시설을 통일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통일관에 시정명령 및 지정 취소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좀 더 체계적이고 책임 있는 통일관 관리가 가능해졌다.
정부는 2016년부터 ‘통일교육 선도대학 지정·육성사업’을 시행 중이다.
다섯째, 통일교육주간이 ‘매년 5월 넷째 주’에 실시하는 법정 교육주간이 됐다. 그동안은 통일교육주간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보니 통일교육 캠페인의 전국적 확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통일부,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각 시·도 교육청 등과 각급 학교 교사, 전국 각 지역의 통일교육 관련 단체 등이 예측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통일교육 협업을 할 수 있다. 통일교육주간이 자리 잡아갈수록 국민들은 매년 8월에 ‘광복’을 떠올리듯이 매년 5월이면 ‘통일’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통일교육 제2 도약기 개막 기대
지금까지 본 것처럼 이번 ‘통일교육 지원법’ 개정을 통해 통일교육 대상과 주체라는 양대 측면에서 획기적 진전을 이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1999년에 이 법이 제정되고 곧이어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통일교육이 활성화된 때가 ‘제1의 통일교육 도약기’였다. 이번 개정 덕분에 ‘제2의 통일교육 도약기’를 열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통일부에서는 청소년 및 대학생 통일교육에 계속 힘을 쏟는 한편,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 통일교육 의무화 시대를 새롭게 맞아 관련 자료, 강사, 조직 등을 갖추는 데 매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통일교육 활성화 노력과 더불어 남북관계 진전으로 통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열정이 커진다면 2018년은 ‘제2의 통일교육 도약기’가 시작된 해로 훗날 기록될 것이다.
1월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통일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