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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 인권 결의와 인권 외교

불이행 시 강제력 있는 후속조치 예고
‘정부 · 유엔 공조’ 인권 개선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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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서울 유엔인권사무소)’ 개소식이 지난 6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로리 문거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아시아·태평양 국장,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 윤병세 외교부 장관, 사인 폴슨 초대 소장.

북한 인권 결의안이 12월 중 유엔 본회의에서 정식 채택될 예정이다. 다시금 국제사회의 뜨거운 관심과 주목을 받는 북한 인권 문제의 현주소와 인권 외교의 방향을 짚어봤다.

지난 10월 2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제70차 유엔총회에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의 북한 인권 상황을 담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제69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북한 인권 결의에 근거해 제출됐다. 이 보고서는 북한 내 식량 사정과 보건 문제, 아동·장애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열악한 보호 환경, 북한이 자행한 납치와 이산가족 문제, 표현과 이동의 자유 제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담았다. 한마디로 보고서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변화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어 11월 초엔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주도적으로 작성한 북한 인권 결의안이 한국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50여 개국의 공동 제안 형식(절차)을 밟아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제출됐다. 이 결의안은 같은 달 제3위원회를 통과한 다음, 12월 중 본회의에서 정식 채택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북한 인권 문제가 다시금 국제사회의 뜨거운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이하에서는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이 갖는 의미와 배경을 짚어보고, 한국의 대북 인권 외교의 방향을 제시해보겠다.

11번째 유엔총회 결의 채택 배경과 의미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에 북한 인권 결의안이 제출·채택된 것은 2005년 11월이 처음이었다. 그로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비슷한 시기에 대북 결의안이 상정돼 채택됐다. 따라서 이번 북한 인권 결의안은 11번째로 총회 제3위원회에 채택된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몇 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북한 인권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2000년 중반 이래 유엔총회가 특정 국가의 인권 상황을 심의하고 결의안을 채택하는 경우는 서너 나라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11년 동안 북한은 항상 거기에 포함됐다. 그만큼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열악하고,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북한 주민 인권 개선 요청을 계속 무시하면서 마이동풍(馬耳東風)의 자세를 보여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셋째, 아직까지 인권 개선의 질과 속도가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앞으로도 유엔을 중심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중대한 현안으로 삼고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결을 추구해나가겠다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는 의미도 있다.

유엔총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은 북한 내에서 고문과 불법 구금이 계속되고 있으며, 양심과 표현, 종교의 자유 등이 제한되고 있고 법치주의가 미비해 적법 절차의 무시, 공개처형 등이 자행되고 있다고 고발하고 있다. 특히 정치범의 즉결처분, 강제수용소 운영 등을 경고하고 나섰다. 나아가 북한이탈주민의 강제 송환, 연좌제, 여성·어린이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강제 실종의 형태로 실행된 외국인 납치 문제 해결도 촉구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이전의 결의안 내용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북한 인권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에 유엔총회가 유사한 내용을 되풀이해서 지적하고 비판할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또한 다소 장황할 수도 있는 결의안 내용은 북한 인권 침해가 전 사회적이고 광범위하며 고질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북한 인권은 단시일 내에 해결될 수 없음을 말해주는 대목으로 국제사회의 끈기 있고 지속적인 대북 인권 개선 노력이 긴요함을 확인시켜준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 인권 결의안은 또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 조사 허용 및 대화 등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인권 관련 대북 기술 지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엔총회 결의안 내용을 부정·매도·비난하는 경직적인 자세를 더는 고집하지 말고 유엔의 인권 개선 메커니즘에 협조하라는 의미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북한 인권 결의안은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의 서울 개소를 환영하면서, 책임성(Accountability) 규명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을 요청했다. 더불어 지난 10월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환영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유엔총회 결의는 본래 법적 구속력은 없다. 권고적 효력만을 가질 뿐이다. 그럼에도 총회 결의는 강한 설득적 가치와 권위를 갖는다. 또한 해당 국가가 계속 ‘무시-거부-불이행’ 등의 행동을 반복할 경우, 좀 더 강력한 반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 2014년 유엔총회 결의에서는 처음으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해 논의할 것을 권고했다. 안보리는 이러한 권고에 따라 2014년 12월 22일 사상 최초로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채택해 심의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동은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 강제성이 있는 후속조치가 나올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특히 2014년 총회 결의는 북한 인권 침해에 관련이 있는 최고지도부의 책임 추궁 문제를 거론하고, 그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축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 6월 23일 서울에 유엔 북한인권(현장)사무소를 정식으로 설치했다. 이번 북한 인권 결의는 북한인권사무소의 서울 설치를 환영하는 한편, 향후 사무소의 임무(Mandate)를 완수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당부했다. 앞으로 적절한 방법으로 조치의 시행 실적 및 결과 보고가 이뤄질 것이며, 유엔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피드백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북 인권 외교의 기본 방향으로 다음 몇 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 북한 인권을 ‘인권(보편적 가치)’ 그 자체로 접근하고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의식하거나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문제에 소극적이거나 이를 화해·협력에 종속시킬 경우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비판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대북 인권 외교에서 정책적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개선 의지를 바탕으로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대북 인권 외교가 신뢰성과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제 공조를 통한 근원적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는 한국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 공조는 충분한 명분이 있으며, 또 실효성 제고 측면에서도 유용한 접근이라고 하겠다.

대북 인권 외교는
남북관계를 의식하지 않는
정책적 일관성을 확보해야
국제사회의 신뢰 확보 가능

한국 대북 인권 외교의 추진 방향

끝으로 대북 인권 개선 전략을 강구할 때는 국제사회와 남북대화 채널을 준별해 차별적으로 접근하는 한편, 정부와 민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 및 협력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의 방향성을 염두에 두면서 대북 인권 외교를 추진할 때는 구체적인 방안을 정교하게 강구해 적기에 실행해야 할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을 들면 아래와 같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권고사항 이행 관련 외교적 대책 수립 및 관련국 간 입장 조율 : COI 권고 이행 및 북한 인권 결의 채택과 관련해 유엔총회, 안보리, 인권이사회, 사무총장에 대한 대책 포함 ▲유엔 인권이사회 및 산하 실무그룹회의 등에서 유엔 북한 인권 COI 권고사항 이행 점검 시 혹은 권고 이행과 관련된 사안 토의 시 능동적 역할 수행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의 상호적 대화(Interactive Dialogue)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 적극 개진 및 동 보고관의 조사활동 지원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와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 및 지원 ▲유엔 북한인권고위급회의 지속 개최, 정례화 및 참여 범위 확대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의 반인도범죄 가해자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추진 시 외교적 대책 강구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실시하는 북한 인권 가해자의 책임성 규명 노력에 대한 최대한의 물적 지원 ▲자유북한이주민국제의원연맹(IPCNKR)의 북한이탈주민 및 북한 인권 국제 공론화 시 측면 지원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나 미국 북한인권특사(대사급) 방한 시 외교부 장관 접견 및 의견 교환, 필요시 업무 협조 ▲주제별 특별보고관의 합동·연석회의에서 북한 인권 관심사를 제기할 수 있도록 인권 외교 전개 : 주제별 특별보고관의 방한 시 북한 인권 부분에 대한 관심 촉구, 인권이사회 산하 주제별 실무그룹에 제기된 북한 인권 관련 사안 해결을 위한 외교적 차원의 측면 지원 포함 ▲외교부 소속 대외직명 인권대사의 북한 인권 외교 전개, 국내적 관심 환기 차원의 다양한 활동 ▲중·러 등에 대해 탈북자 대북 강제 송환 저지를 위한 양자 및 다자 외교 전개 ▲재외 북한이탈주민의 인권 상황(제3국 수형시설에서의 인권 침해 실태 포함) 지속 모니터링 ▲제3국 소재 북한이탈주민의 안전한 국내 입국 추진을 위한 현지국과의 양자외교 강화 ▲재외 북한이탈주민의 인권 보호 및 심리적 안정 지원 ▲외국인 납치 및 한국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차원의 양자 및 다자 협력 전개(민간 차원의 해결 노력 지원 포함) 등이다. 특히 서울에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설치된 만큼, 이 사무소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수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인권의 역사를 회고해보면, 인권은 ‘거론’할 때 ‘개선’이 있고, 침묵하면 진전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을 거론하고 해결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작금 유엔을 무대로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국 정부는 이에 적극 협력하는 가운데 생명과 인권의 빛이 북한 주민에게 하루빨리 전달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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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국의 인권단체인 인권재단(HRF) 관계자들이 10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 인권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북한 인권법이 이미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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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 동 대학원 법학박사. 육사 교수,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 소장, 외교통상부 인권대사 역임.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민주평통 인권법제위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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