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택 모스크바협의회장
“고려인을 통일운동에
참여시켜야 한다”
한인 대학생과 고려인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통일 창작 문예학술제를 성대하게 치러 눈길을 끈 모스크바협의회. 대한민국 공군으로 30년간 봉직한 박형택 협의회장의 해외 통일역군 개척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35년간 하늘에서 나라를 지켰고, 지금은 모스크바에서 통일 염원을 현실로 이뤄내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형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모스크바협의회장은 평생을 국가 안보와 통일운동에 헌신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세에 공군정보고등학교에 입학해 52세에 예편하기까지 대한민국 공군에서 근무했다. F-4E 팬텀
전투기를 조종하며 ‘하나이되 하나이지 않은, 남북으로 갈라진’ 하늘을 날았다.
그런 그가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공군무관으로 임명받으면서다. 귀국
후 국방부 근무를 마지막으로 예편하고, 2008년에 모스크바로 돌아가 사업을 시작했다. 모스크바 한인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던 중 민주평통 14기 자문위원이 되었다.
15기, 16기 자문위원을 연임한 데 이어 17기에 모스크바 협의회장이 되었으니 벌써 4기째 활동 중이다.
그가 협의회장을 맡으면서 역점을 둔 것은 청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일안보의식을 높이는 사업. 러시아에
혼자 유학와 있는 한국 학생들이 선배나 교수 등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연장자와의 관계가 단절돼 있다는 사실과, 그 때문에 국내 사회문제나 안보 문제 등에 자칫 무심해지기 쉽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획해낸 것이 모스크바 유학생 통일 창작 문예학술제였다.
“하지만 과연 유학생들에게서 평화통일이나 안보 등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염려가 앞섰습니다. 사실 유학생뿐 아니라 모스크바의 교민들조차도 민주평통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저조했고, 우리 자문위원들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면이 있었거든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민주평통의 존재와 활동부터 교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었다. 자문위원들이 전보다 자주 모여 방법을 토론하며 학생 참여 유도, 교민 대면 홍보와 주변 전파, 기관과 종교단체 홍보 등의 활동을 적극 펼쳤다. 학생들의 주체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총유학생회에 주관을 맡기고, 행사 프로그램도 주제 발표 분야와 음악 발표, 연극 연출, 영상 등으로 다양화해 흥미를 유발했다.
구소련권 고려인들 통일운동에 동참시켜야
“그 결과 행사 당일에 전체 모스크바 유학생의 3분의 1 정도가 참여했고 50여 명의 고려인과 많은 교민들이 참관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우리 협의회에서는 이 대회를 모스크바 유학생회와 함께 정기적인 행사로 발전시켜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청년 학생과 교민들의 안보의식 함양, 동포사회의 통합 노력에 기여하리라 생각합니다.”
모스크바협의회는 매년 5월 가정의 달과 6월 호국보훈의 달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평화통일 글짓기
대회’와 ‘그림 그리기 대회’를 개최해왔다. 모스크바의 교육 여건상 중·고등학생이 거의 없어 초등학생 중심이 되다 보니 자연 학부모들의 관심과 간접참여도 이어졌다고 박 협의회장은 전한다.
박 협의회장은 러시아에서 통일운동을 하는 데는 ‘정치적 요소의 영향’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한다. 러시아는 아직도 남북한 동시 수교국이고, 과거 공산체제의 경직성이 잔존하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에 러시아도 동참했으나 개별적으로 마주치는 러시아인들은 스스로를 ‘한반도 통일 문제에 관해 남북한 양국에 중립적’이라고 말할 만큼 이곳 사람들의 정서나 사회적 분위기는 복잡합니다. 통일운동을 펼치기가 여의치만은 않은 환경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협의회는 두 번에 걸쳐 교민들은 물론 고려인 동포들과 함께 대북 규탄대회를 열었고, 교민신문과 한인회 홈페이지, 각 단체를 통해 모스크바에 있는 두 곳의 북한 식당 출입 자제를 촉구하는 등 적극적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박 협의회장은 모스크바를 비롯한 구소련권 통일운동을 더욱 효율적으로 펼치기 위해 몇 가지 개선안과 해결과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는 아세안지역 협의회에 속해 있는 상황. 하지만 러시아와 구소련권 국가에 살고 있는 동포들은
유럽이나 아세안 지역 해외동포와는 여건과 사정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독립된 하나의 문화권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박 협의회장의 의견이다.
“러시아와 구소련권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을 적극적으로 통일운동에 동참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이 한반도 통일운동에서 이탈하거나 방관하게 되면 이 지역의 통일 잠재역량을 상실함은 물론이고 한민족 동포사회의 이질감을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적으로 연구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