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가능한 북한 도발과 테러방지법의 위력은?
간첩조직에 의한 대남 테러를 방어한다
<사진> 1998년 전남 여수 해안으로 침투했다가
우리 군의 방어망에 걸려 격침된 북한의 반(半)잠수정.
북한은 김정일정치군사대학과 6개 연락소를 통해 남한의 정보를 수집하며 남한의 역량을 약화시키고 유사시 북한군을 응원하기 위해 테러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3일 ‘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하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우리도 점증하고 있는 각종 형태의 테러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고 공공 안전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테러방지법 제정은 국제적인 테러 위협은 물론이고 항시적으로 받고 있는 북한의 대남 테러 위협을 예방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글은 과거 사례를 통해 북한이 전개하는 대남 테러의 목적과 양상을 분석해 향후 북한이 감행할 수 있는 테러 행태를 예측하고, 테러방지법 제정이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 살펴보려는 것이다.
북한 대남 테러의 목적과 역량
북한이 대남 테러를 감행하는 중요 목적은 우리 사회 내부를 혼란·약화시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남한을 상대로 크게 두 가지 방향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가 핵과 미사일 개발 등을 통해 북한 자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남한 내 종북세력을 포섭해 고정간첩망을 구축하는 것도 북한의 혁명 역량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다른 하나는 남한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대남 테러는 적대세력인 남한의 역량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키기 위해 감행하는 대남 혁명투쟁 형태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또한 대남 혁명에 유리한 정세를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테러를 감행하기도 한다.
이는 과거에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감행된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 하나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북한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2년 3월에 있었던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을 계기로 한국에 고조돼 있던 반미의식을 확산하기 위해 1983년 9월 대남 공작원들을 침투시켜 대구 미문화원을 폭파하도록 했다.
<사진> 1983년 9월 23일 일어난 대구 미문화원 폭발사건 현장. 북한 공작조직이 감행한 테러이다.
북한은 전쟁 등의 방법으로 남한 체제를 전복하고 한반도에 사회주의 체제를 수립하기 위해서도 테러를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북한이 대남 공작원을 침투시켜 종북세력을 포섭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포섭한 종북세력을 통해 간첩망을 만든 다음 평시에는 정책 수립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전쟁 발발 등 유사시에는 북한군의 군사 공격에 호응해 후방에서 대한민국의 군인들과 군사시설은 물론이고 민간인들과 주요 전략시설들을 공격·파괴하는 등 테러를 자행해 북한의 전쟁 수행을 돕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북한 간첩망의 중요 임무는 테러의 방법으로 적화통일을 위한 북한군의 공격에 협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공작부서에 포섭된 고정간첩들은 잠재적 테러분자들이라고 할 수 있고, 그들이 속한 간첩망은 사실상의 테러조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북한은 언제든지 대남 테러를 감행할 목적으로 테러조직과 인력을 항시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북한군 정찰총국에는 작전국과 정찰국, 그리고 대외정보국 와해모략과 등 테러조직이 설치돼 있다. 이들은 언제든지 대남 테러를 감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정찰총국 산하의 김정일정치군사대학과 6개의 대남 침투 연락소는 수백 명의 테러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 문화교류국은 대구 미문화원 폭파와 이한영 암살을 주도한 바 있다. 지금도 한국을 자기 집처럼 드나들면서 테러를 감행할 수 있는 정예요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위부와 북한군 보위사령부는 협박과 회유로 탈북자를 매수한 다음 그들에게 군사정보 수집은 물론이고 탈북자 암살 등 테러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대남 테러를 감행하는 것은 북한에 있는 전문 테러집단만이 아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북한을 열렬히 추종하는 종북세력과 북한에 포섭돼 활동하는 고정간첩들, 그들이 속한 간첩망도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 종북세력이 테러집단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은 이석기의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가 증명해주었고, 지난해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공격한 김기종이 입증해주었다.
북한이 테러조직을 동원해 감행한 대남 테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에 대한 암살 기도였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군 124군부대 특수요원 30여 명이 청와대를 습격해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휴전선을 넘어 몰래 침투해 들어왔다가 실패한 바 있다. 1970년 6월 22일에는 대통령을 시해할 목적으로 국립현충원의 정문인 현충문에 폭발물을 설치하다 폭발해 실패한 적도 있다.
1974년 8월 15일에는 재일교포 문세광이 광복절 경축 행사에 참석했던 대통령을 저격하려고 쏜 총에 육영수 여사가 맞아 서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은 1983년 10월 9일 미얀마를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아웅산 묘소 폭파사건을 감행했다.
북한의 대남 테러 사례를 통해 본 향후 전망
우리 국민에 대한 납치 역시 북한이 감행한 대남 테러 가운데 하나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우리 어선을 대량으로 납치한 후 수많은 어부들을 돌려보내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최은희(1978년 1월 14일 피랍)·신상옥(1978년 7월 19일 피랍) 씨에 대한 납치도 감행했다. 1970년대 중·후반에는 고교생과 해외 유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납치했으며, 2000년대 이후에는 김동식 목사 등 중국 동북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성직자들을 납치하기도 했다. 물론 1970년대 대량으로 일어난 일본인 납치도 빼놓을 수 없다.
요인 테러 및 암살은 북한의 대남 테러 행위가 얼마나 위험하고 치명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1996년 10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최덕근 영사 피살사건을 감행했으며, 1997년 2월에는 남파 공작원들을 보내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김정일의 처이질인 이한영을 암살했다.
<사진> 1981년 평양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이한영(왼쪽)과 김정일의 큰아들 김정남. 김정일의 처이질인 이 씨는 한국에서 생활하다 1997년 북한이 보낸 공작조직에 피격돼 절명했다.
또한 2010년에는 북한 노동당 비서를 역임하다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씨를 암살하기 위해 2개의 공작조를 탈북자로 위장시켜 파견했다가 실패했다. 2011년 9월에는 탈북자를 내세워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하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대상물 폭파나 시설물 공격도 북한의 대남 테러 행위 가운데 하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반미의식을 고조·확산하기 위해 1983년 9월 남파 공작원들을 침투시켜 대구 미문화원을 폭파했으며, 1986년 9월에는 서울에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을 방해하기 위해 김포공항 폭파사건을 감행했다. 1988년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올림픽을 파탄시키기 위해 1987년 11월 김현희 등 해외 공작원들을 시켜 KAL기를 폭파함으로써 탑승자 115명 전원을 사망케 하는 참사를 저질렀다.
위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북한의 대남 테러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위와 같은 방식의 대남 테러를 북한이 앞으로도 충분히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북한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특수요원들을 남파시켜 군사시설은 물론이고 원자력발전소와 항만, 공항, 저유소, 가스저장소, 통신시설, 철도와 교량 등 전략시설들에 대한 공격과 파괴를 감행하려 획책하고 있다.
<사진> 평시에는 정보를 수집하고 유사시 북한군에 호응하기 위해 남조선노동당을 결성했던 할머니 남파 공작원 이선실(1984년 10월 경복궁에서 촬영한 사진).
단도직입으로 표현한다면 테러방지법이 있다고 해서 북한에 의한 직접적인 테러를 근원적으로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테러방지법이 있다고 해서 북한이 특수요원들을 몰래 침투시켜 요인을 암살·납치하거나 시설물을 폭파하는 것 등을 완벽하게 예방하거나 차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법, 북한의 테러에 얼마나 효과적일까
그러나 이 법이 발효됨으로써 북한의 사주를 받아 활동하는 국내 고정간첩과 국제 테러세력들에 의한 테러 그리고 북한을 적극적으로 추종하는 종북세력에 의한 테러는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법이 발효됨으로써 북한에 포섭된 후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는 고정간첩들과 그들이 속한 간첩망(테러조직), 그리고 북한과 연계된 국제 테러조직들에 대한 정보 수집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그들에 의한 테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사주를 받는 사실상의 테러조직인 간첩망과 그 구성원들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이들의 의도와 행동계획을 사전에 파악해 테러를 방지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테러방지법은 북한의 대남 공격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김동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정일정치군사대학과 경남대 북한대학원 졸업(북한학박사). 북한 노동당 중앙위 대외연락부 공작원으로 세 차례 남파됐다 피검. 기무사 분석관 역임. 저서 <아무도 나를 신고하지 않았다> 등 (.본인 요청으로 사진은 게재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