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14 | 20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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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안과 향후 과제

북한 비핵화와 통일 유도하려면
미·중 동시 상대 외교전략 정교화해야

2월 9일 세컨더리 보이콧이 내포된 대북 제재법안에 대한 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미치 매코널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국 대북 제재법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은 북한을 옭죄는 쌍두마차가 될 전망이다.<사진> 2월 9일 세컨더리 보이콧이 내포된 대북 제재법안에 대한 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미치 매코널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국 대북 제재법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은 북한을 옭죄는 쌍두마차가 될 전망이다.

자꾸 미·중 문제로 비화해버리는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려면, 미·중 두 나라를 꽉 잡아놓을 전략과 치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안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길이다.


유엔 안보리는 한국 시간으로 3월 3일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있은 지 57일 만에 이뤄진 성과다. 안보리의 역대 대북 제재조치 가운데 가장 포괄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그만큼 오랜 시간이 소요된 것도 사실이다.

이제부터의 핵심은 이번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통일에 얼마만큼의 효과를 가져다줄 것인가에 있다. 이번 결의를 계기로 한국이 계속해서 북한 문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어젠다 세팅(의제 설정)을 할 수 있을 것인가도 관건이 된다.

이번 안보리 제재 내용이 가지는 큰 특징은 비군사적 조치로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의 안보리 대북 제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번 결의는 북한의 WMD 개발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량살상무기 차원을 넘어 북한 관련 제반 측면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제재조치를 포괄적으로 망라하고 있다.

무기 거래, 확산 네트워크, 해운·항공·운송, 대량살상무기 수출 통제, 대외 교역, 금융 거래, 제재 이행 등에 걸쳐 매우 폭넓고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리, 서비스 제공 등을 목적으로 한 무기 운송도 결의 위반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제재 대상으로 북한의 국가우주개발국, 원자력공업성, 기계공업부, 정찰총국, 39호실 등 주요 기관도 거명해놓았다. 결의 2270호는 과거 사례와 비교해볼 때도 두드러진 차이점을 보인다. 대북 제재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유엔이라는 다자 차원의 제재가 한국 주도의 다양한 양자 제재와 톱니바퀴처럼 촘촘히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과거와 같은 대북 접근방식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냉전 종식 이후 약 25년 만에 가장 원칙적이고 엄격한 대북정책을 채택했다. 우리 정부의 이러한 정책적 판단에는, 수없이 반복되어온 북한의 일탈행위를 지금까지와 같은 ‘거래를 전제로 한’ 기능주의적 접근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 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정교하고 기민한 공조체제가 중요하다. 유엔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다자 제재 방식과 한국이 국제사회의 다양한 행위자(국가 및 국제기구)들과 추진하는 양자 제재 방식이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기능주의적 접근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유엔 중심의 다자 제재 도출 과정과 한국 중심의 양자 제재 추진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하다. 중국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의 특징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

이번 유엔 결의안이 성사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가 도출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대중(對中) 외교의 중요성은, 향후 대중 외교에서 우리 정부가 시금석으로 삼아야 할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또한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어떤 변수들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며 접근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해준 큰 배움의 과정이기도 했다.

안보리 제재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중국이 2월 7일 행해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기로 기존 입장을 전환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외교가에서 전해지는 분석에 따르면, 2월 12일 미국 의회는 북한을 상대로 사상 초유의 ‘통합 북한 제재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러한 흐름이 중국으로 하여금 유엔 중심의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선택하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단독으로 만드는 ‘통합 북한 제재법안’에서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의 시행 여부에 초미의 관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중국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법이 통과되면 중국의 외교적 입장과는 무관하게 바로 미·중 간 갈등으로 전환될 소지가 있었던 것이다.

유엔 중심의 다자 제재는 다를 수 있었다. 안보리에서 최종안을 도출하기 위해 조율하는 과정과 제재안 확정 이후 이행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그들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여지가 있다. 안보리 제재안이 북한에 끼치는 효과도 미·중관계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중국은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월 7일 광명성 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4차 핵실험에 이은 미사일 도발은 유엔 안보리로 하여금 더욱 강한 대북 제재안을 만들게 했다.<사진> 2월 7일 광명성 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4차 핵실험에 이은 미사일 도발은 유엔 안보리로 하여금 더욱 강한 대북 제재안을 만들게 했다.

중국 입지 강화해준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의 독자적인 ‘통합 북한 제재법안’ 제정과 전면적 시행보다는, 중국 정부의 선택에 따라 그 실효성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안보리 결의의 제재 수위를 적절하게 높이는 것이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최종 채택되기까지 5차례에 걸친 정상 간 ‘전화 통화외교’를 포함해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최종안 도출을 위해 주요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우리 정부가 일궈낸 외교 성과는 인정할 만하다.

‘금융 거래’ 및 ‘해운·항공·운송’ 분야에서 북한에 가해지는 제재 내용은 충분한 실효성을 갖고 있다.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해볼 만함은 물론이고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북한 문제에 관한 주도권을 행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 의도와는 달리 한반도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지를 너무 강화시켜준 측면이 있어, 향후 중요한 참고사항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북한에 가해졌던 안보리 제재들은 강제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이를 따르지 않는 국가들에 불이익이나 처벌이 가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큰 틀에서는 이번 안보리 결의안 역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이 저지르는 핵게임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사회의 강경 입장이 지배적이고, 우리 정부 역시 개성공단 중단조치를 감행하는 등 대북정책의 이니셔티브를 행사했으므로, 과거와는 분명히 차별적 성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단독 제재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통한 다자 제재적 선택들은 분명히 북한에 고통을 줄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경제 영역에서 발생하는 북한의 고통이 다양한 대내적 과정들을 거쳐 어떠한 정치적 영역으로 전환될 수 있느냐이다. 북한이 비핵화나 체제 전환 같은 정치적 선택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는 입장들이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한반도 문제의 두 핵심 관여국인 미국, 중국과의 긴밀한 공조체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돌이켜보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전통적인 한미동맹은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한중관계에서도 커다란 외교적 성과가 있었다.

한미·한중관계의 안정성 확보가 중요

이러한 성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전략적이면서도 현명하게 잘 전개한 결과다. 여기에서 균형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공간적 개념의 균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가이익적 차원에서의 균형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극대화해야 할 우리의 국가이익이 매우 다양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미·중 사이에서 국가이익 차원의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한반도 차원에서 해석되고 인식돼야 할 많은 문제들이, 미국과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반도적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미·중 간 게임으로 자꾸 전환되기 때문이다.

3월 4일 필리핀은 수빅만에 들어온 북한의 진텅호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몰수했다.<사진> 3월 4일 필리핀은 수빅만에 들어온 북한의 진텅호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몰수했다.

결국 ‘한미·한중관계’의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본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앞으로는 일종의 ‘국제 분업구조’가 효과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의 변화와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미국이 담당할 역할과 중국이 담당할 역할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이번에 확인된 미국과 중국의 매우 다른 대(對)북한 인식과 문제 해법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우리 정부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대북 제재 국면이 효율적으로 지속되고, 그 과정에서 안보리 결의안이 과거보다는 훨씬 실효적인 의미를 갖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상대하는 우리의 외교전략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고 안목 또한 길게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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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 정치학박사. 고려대 아세아 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역임.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 통일부·외교부·국방부 정책자문위원(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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