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14 | 20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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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훈련

김정은을 옴짝달싹도
못 하게 만드는 무한의 힘

키리졸브(KR) 연습 기간 중 북한의 후방 테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육군 2작전사령부 주관으로 실시된 항공·특공부대 합동훈련.<사진> 키리졸브(KR) 연습 기간 중 북한의 후방 테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육군 2작전사령부 주관으로 실시된 항공·특공부대 합동훈련.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한미 연합군은 평양 점령을 위한 상륙훈련과 김정은 참수작전이 포함된 ‘신작전계획 5015’를 연습했다. 북한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군사적으로 북한을 조여버리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대한민국 전역과 주변 해역, 공중에서 3월 7일부터 3월 말까지 대규모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키리졸브·독수리(KR·FE : Key Resolve and Foal Eagle) 연습이다. 한국군만 30여만 명, 미군도 1만7000여 명이 참가했다. 한국군 30여만 명은 우리 군의 절반에 해당된다. 미군 가운데 주한미군은 2500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만4500명은 미 본토나 태평양 일원에서 증파된 다양한 부대다.

참가 병력으로만 보면 팀스피리트(TS) 훈련을 방불케 한다. 1976년부터 실시돼온 이 훈련은 실제 병력이 동원된 한미 연합훈련이었다. 미 본토를 비롯한 미 태평양사령부 산하 대부분의 부대에서 병력이 한국으로 증원돼 한국군과 함께 기동훈련까지 했다. 북한이 대한민국에 전면 남침했을 경우를 상정한 방어연습이었다.

그러나 이 훈련은 미국과 북한이 1994년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한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폐지됐다. 그 후 팀스피리트 훈련은 실제 병력 동원은 하지 않고 지휘소만 훈련에 참가하는 전시증원연습(RSOI)으로 대체됐다가 오늘날의 키리졸브 연습으로 전환됐다. 올해 키리졸브·독수리 연습 기간 중에는 한미 해병대의 상륙훈련인 쌍룡훈련도 실시됐다.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에 쌍룡훈련을 더하면 그 규모나 내용이 팀스피리트 훈련과 흡사하다. 키리졸브는 미 증원병력이 대한민국에 도착해 다른 부대들과 통합한 다음, 작전지역으로 이동해 전투력을 발휘하는 것을 실행해보는 도상 연습이다. 독수리 연습은 한미 실전병력과 전투장비가 야전에서 실제 기동하면서 모의전투를 벌이는 훈련이다. 쌍룡훈련은 한미 해병대의 대규모 병력과 전투장비가 해상으로 이동한 뒤 북한 해역을 가상해 상륙작전을 벌이는 것이다.

이번에 참가한 미군 전투장비도 과거에 비해 월등했다.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존 C. 스테니스(CVN-74)를 필두로 제3항모강습단이 참가했다. 이 항모강습단에는 존 C. 스테니스호에 실려 있는 FA-18F 슈퍼 호넷 등 90여 기로 구성된 제9항공단, 9800톤급인 모바일 베이(CG-53)와 안티에탐(CG-54) 등 이지스 순양함, 9200톤급인 스톡데일(DDG-106)과 윌리엄 P. 로런스(DDG-110) 등 이지스 구축함으로 편성된 22전대 등이 포함돼 있다. 제3항모강습단의 전신인 제3항모단은 6·25전쟁에도 참가해 유엔군을 지원한 적이 있다.

팀스피리트 방불케 한 올해의 연합훈련

미 공군은 주한 미 7공군에 이미 배치해놓은 F-16 전투기 외에 B-52 전략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투입했다. B-52 전략폭격기는 전술핵무기를 비롯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등 가공할 무기를 대량 탑재하고 있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할 수 있다. F-22 전투기와 B-2 폭격기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인지라 한밤중 적진으로 침투해 유도폭탄이나 공대지 미사일을 투하할 수 있어 북한 수뇌부가 가장 두려워한다. 스텔스기에서 발사된 공대지 미사일은 부지불식간에 사무실 창문을 뚫고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중 미국의 정보원이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거처 정보를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에게 제공하자 57분 만에 B-1 폭격기가 합동직격탄(JDAM) 4발을 투하했다. B-2 스텔스 폭격기나 F-22 스텔스 전투기는 이와 같은 임무를 10여 년 전 B-1 폭격기가 JDAM으로 했던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정확히 수행할 수 있다.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전략 중심을 무력화해 전쟁을 조기에 승리로 이끌기 위해 이른바 참수작전(Decapitation Attack)을 벌였다. 이를 위해 미국은 전쟁 중 이라크의 국가지도체제와 군사지휘기구, 지휘통제체제에 대한 공중공격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이라크를 전략적으로 마비시키기 위해 정밀 공습이 가능한 전투기와 폭격기, 정밀유도무기,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대량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사례는 유사시 북한에 대해서도 거의 같은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 전쟁 때보다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작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3월 16일 키리졸브 연습을 하고 있는 한미연합사를 방문해 한미 장병들과 기념 촬영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뒷줄 한가운데).<사진> 3월 16일 키리졸브 연습을 하고 있는 한미연합사를 방문해 한미 장병들과 기념 촬영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뒷줄 한가운데).

스텔스 공군력으로 펼치는 참수작전

쌍룡훈련에 한국은 해병대 3000여 명과 해군 2000여 명 등 5000여 명을 참여시켰고, 미군은 해병대 9200여 명과 해군 3000여 명 등 1만2200여 명을 5척의 함정으로 구성된 해상사전배치전단(MPSS)과 함께 보냈다. 이 배치전단에는 해병대 1개 여단이 한 달 동안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분량의 물자와 전투장비가 실려 있다. 모두 미 제3해병원정여단과 제7강습상륙전단 소속이다.

3월 3일 한국에 도착한 제3해병원정여단의 강습상륙함인 4만1000톤급 본험 리처드(LHD-6)와 제7강습상륙전단의 1만7000톤급 애슐랜드(LSD-48), 1만6000톤급 저먼타운(LSD-42)이 훈련에 투입됐다. 이와 같이 막강한 상륙부대가 상륙훈련을 한 곳은 동해 포항 앞바다이지만 실상은 북한 해안을 가상한 것이다. 한미 해병대는 적의 대비가 약한 해안을 선정해 하루 밤 사이에 해상으로 이동해 상륙작전을 감행함으로써 교두보를 확보한다.

상륙작전을 성공하기 위해선 항공모함이 상륙부대 배후에서 FA-18F 슈퍼 호넷 함재기로 지원 폭격을 해줘야 한다. 상륙작전이 성공하면 6·25전쟁 때 인천상륙을 했듯이 적의 허리를 잘라서 전세를 급속히 유리하게 전개할 수 있다.

이번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의 또 다른 특징은 새로운 한미 연합작전계획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언론은 지난해 한미 양국이 합의 서명한 ‘신(新)작전계획(작계) 5015’에 따라 훈련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작계 5015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으로 전환한 뒤 사용하기 위해 한미 군 당국이 심혈을 쏟아 만든 것이다. 기존의 계획들을 모두 통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확장하는 바람에 전작권 전환이 연기됐다. 새로 개발한 작계 5015도 사장시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미 양국은 작계 5015가 현대전에 적합한 기술과 개념을 반영한 신품인 만큼 내버려두기는 아깝다고 판단해 지난해 6월 한미 연합군의 공식 작전계획으로 채택했다. 작계 5015를 전개하면 과거 작계인 5027을 적용했을 때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실제 작전이나 연합훈련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과 미국이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을 전례 없이 강력하고 대규모로 진행한 것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북한은 경제 제재에 연일 반발하고 있다.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검증하기 위한 발사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하고 있다.

북한 꼼작 못 하게 하는 작계 5015의 위력

북한이 “핵무기를 실효성 있게 개발했다”, “ICBM도 실전배치했다”고 우기면서 대한민국을 협박하고 있는 부분은 아주 유의해서 보아야 한다. 김정은까지 나서서 새로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검증시험 등을 운운하는 것은 시행에 들어간 대북 제재가 그만큼 아프기 때문일 것이다. 달러 벌이가 매우 어려워지고 북한이 필요로 하는 물품 구매도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봉쇄에 가까운 대북 제재가 북한 경제는 물론이고 통치자금 마련과 필요한 물품 확보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대북 제재에 찬성한 상황이라 과거와 달리 북한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북한은 사실상 사면초가에 몰린 셈이다. 하지만 대북 제재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북한은 더 심각한 경제 및 정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참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미 공군의 B-2 스텔스 폭격기(위). 3월 12일 포항 독석리 해안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해병대의 쌍룡훈련. 평양에서 가까운 서해안 지역 상륙을 염두에 두고 벌인 훈련이다.<사진> 참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미 공군의 B-2 스텔스 폭격기(위). 3월 12일 포항 독석리 해안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해병대의 쌍룡훈련. 평양에서 가까운 서해안 지역 상륙을 염두에 두고 벌인 훈련이다.

그럴 경우 더 심각하게 도발하거나 입에 올릴 수도 없는 말로 대한민국을 겁박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조임을 풀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처럼 군사력 시현을 통해 대북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북한이 함부로 도발하지 못하도록 강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은 핵으로 질주하는 북한을 다루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군사적 대비로 북한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어놓고 경제적으로 북한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한미 연합훈련은 큰 의미가 있으며, 북한을 다뤄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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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
고려대 경영학박사.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중앙일보 군사전문기자, 국방부 대변인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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