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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종 블라디보스토크협의회장

“동북아 요충지, 변화와 개방 체감
‘한인 정체성’ 살려 동포사회 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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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0월 5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 한인회장대회 공동의장을 맡은 이경종 협의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박근혜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협의회는 한반도 15배 크기로 고려인 동포들과 한국인이 어우러져 사는 지역을 포괄한다. 16기에 이어 17기 협의회장을 연임한 이경종 블라디보스토크 협의회장을 통해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 관문인 블라디보스토크의 현실과 러시아 동방정책을 진단했다.

이경종 블라디보스토크 협의회장은 올해 9월 밀려드는 한국 방문객들로 정신없이 보냈다. 러시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동방포럼’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데다 러시아와 사증면제협정이 발효되면서 한국인 방문객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러시아 동방정책의 거점이자 동북아의 전략적인 요충지로 꼽히는 블라디보스토크는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국제도시 중 하나다. 이 협의회장은 16기에 이어 17기에도 협의회장을 연임하면서 척박한 러시아 땅에 한반도 통일 열기를 확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협의회는 정말 넓은 지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15배에 이를 정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있는 연해주, 그리고 약 800km 떨어진 하바롭스크주, 거기서 약 1000여 km 더 가면 바이칼 호수가 있는 이르쿠츠크주, 그 인근에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라티야공화국, 그리고 바다 쪽으로 사할린, 그 너머 마가단주와 활화산으로 유명한 캄차카 지역까지 포괄하고 있으니까요. 이 넓은 지역에서 개방 이후 정주세대인 한국인들과 개방 이전 정주세대인 고려인 동포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또 이 점이 우리 블라디보스토크협의회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이 협의회장은 블라디보스토크협의회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특별히 연해주와 하바롭스크주 지역은 일제강점기 대한의 독립을 위해 피땀 흘리던 지사들이 활약하던 수많은 흔적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게다가 북한 정권의 수립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지역이지요. 역사적으로 우리와 뗄 수 없는 그런 지역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더 긴장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현재 러시아에는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에 두 개의 협의회가 있다. 이 회장은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지만 아시아 같은 러시아이고 모스크바는 유럽 같은 러시아”라고 소개했다.

이 회장이 민주평통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한민족의 역사와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원동력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협의회 초기에는 현지 고려인 동포 위주로 자문위원이 선임됐다. 현지화는 가능했지만 아무래도 활력은 떨어졌다. 15기부터 정주 한인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이 회장도 민주평통에 참여했다. 당시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한인회 총연합회장을 맡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자문위원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1997년 2월 현지 상사 주재원으로 러시아와 인연을 맺고 현지에 무역회사를 차리면서 정착했다.

“그 당시만 해도 한반도 상황이 남북한과 중·러 주변국을 아우르는 길이 조만간 열릴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저도 한껏 고무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시간은 흘러 어느덧 19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큰 변화 없이 상황은 정체돼 있습니다.”

한복 패션쇼·전통혼례로 동포사회 결속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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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라디보스토크협의회 통일간담회 모습.

그러나 최근 들어 본질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 연방정부가 각종 발전계획을 공표하면서 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항 정책이라든지 선도개발구역의 지정, 그리고 위성통신에 관한 자유화정책(Open Sky Policy) 등 중요한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어요. 물론 이런 변화가 단기적인 변화라기보다는 긴 시간에 걸쳐 많은 재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절실함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아 좀 아쉽기도 합니다.”

이 협의회장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민족의 전통을 알리고 국가 이미지를 고양하기 위해 선택한 소재는 다름 아닌 한복이다.

“한복 패션쇼와 전통혼례 등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공연으로 보여주고, 현지에서 약간 명을 선발해서 한복 모델로 직접 출연시킬 계획입니다. 또 참가자들은 사진 촬영 시간도 갖고요.”

그는 “이를 통해 고려인 동포들에게는 재미와 볼거리를, 현지 러시아인들게는 또 다른 한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한인회장을 겸하는 이 회장은 재외동포 사회를 규합하기 위해서는 ‘한인’ 간의 정체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한인 공동체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각 지역별로 독특하게 형성·발전되어온 역사와 문화가 있습니다. 우리 러시아·CIS 지역의 경우 개방 이전과 개방 이후 정주세대 간에 차이가 있는데 ‘한인’ 이라는 정체성 안에서 연대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한민족의 전통문화가 그나마 유일한 합일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회장은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극동 러시아의 변화는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연방정부의 태평양 진출 정책의 관문이 되는 지역적 특성과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그리고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역사적 특성으로 해서 블라디보스토크와 극동러시아의 변화는 주변국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입니다.”

그는 여러 가지 제약과 불편한 환경 아래 놓여 있는 러시아·CIS 지역 협의회에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당부했다. 민주평통 블라디보스토크협의회는 42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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