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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의 북한 군부

‘강군’을 정권 위협 세력으로 인식
핵심 그룹 숙청, 계급 강등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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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김일성 주석의 103회 생일(태양절)인 지난 5월 15일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군부 인사들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 북한 군부는 김정일 집권 때와 달리 무차별적인 숙청, 부대 해산, 지휘관 강등 등 수난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공개 활동이 군사 분야에서 가장 많이 차지할 정도로 북한군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김정은 통치술이 군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분석했다.

김정일은 생존 시 구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권 몰락에 대해 “군대를 비사상화하고 비정치화함으로써 총을 쥔 군대가 당이 변질되고 국가가 와해되는 것을 보고도 속수무책으로 나앉아 혁명의 전취물을 지켜내지 못한 결과였다”며, 군대를 ‘혁명의 주력군이며 나라의 기둥’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최악의 경제난으로 정권 위기 상황을 경험한 김정일은 북한군을 통치의 중심으로 삼고 군을 우대하는 ‘군사우선정책’, 즉 선군정치를 통치의 기본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군의 영도 역할을 크게 부각시켜왔다.

이에 따라 북한의 권력체계에서 군부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 예를 들어 국방위원회의 지위와 권한이 강화됐으며, 현역 군 인사가 통치기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또한 김정일의 공개 활동이 군에 집중됐으며, 군부의 비군사적 기능과 역할이 유례가 없을 만큼 확대되면서 북한 전체를 병영국가화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김정일이 2000년 8월 12일 남한 언론사 사장단과의 만남에서 “내 힘은 군력에서 나오며, 외국과의 관계에서도 힘은 군력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로 김정일 집권 내내 군이 통치의 중심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김정일은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하고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회를 열어 후계자 김정은의 후견체제를 구축했다. 김정은을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앉히고 군부 핵심 보직에 있는 인물을 모두 망라해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고, 후계자 김정은도 군을 중심으로 통치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2년 7월 이영호를 숙청한 것을 시작으로 현역 인민무력부장이었던 현영철을 잔혹하게 처형하는 등 군부를 심하게 박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김정일 시대 그렇게 강조되었던 ‘선군정치’ 구호가 김정은 시대 들어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김정일 시대의 군부 중심 통치와는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선군정치’ 구호 사라져

김정은의 군부 흔들기는 당·정·군의 엘리트 집단 중 군부 엘리트가 가장 변화가 많았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즉 김정은 집권 이후 총정치국장은 김정각→최용해→황병서로 3번, 인민무력부장은 김영춘→김정각→김격식→장정남→현영철→박영식으로 6번, 총참모장은 이영호→현영철→김격식→이영길로 4번 바뀌었다. 이는 김일성 46년 집권 기간 인민무력부장이 5명, 김정일 17년 동안 3명이었던 것과 크게 대비되는 현상이다.

또한 작전국장은 김명국→최부일→이영길→변인선→김춘삼→노광철로 6번 바뀌었다. 이 밖에도 인민무력부, 총참모부의 부부장, 부총참모장, 그리고 해군사령관, 공군사령관을 비롯하여 각 군단사령관도 상당수가 교체되는 등 군 핵심 보직은 물론이고 일선 지휘관들도 상당수 교체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군 핵심 엘리트와 지휘관들의 변화로 정권 핵심 기구의 군부 엘리트들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즉 국방위원회는 2011년 당시 4명의 부위원장과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나, 현재는 이용무와 오극렬이 부위원장으로 남아 있고 위원은 전원 교체되는 등 변화가 컸다. 또한 김정일이 김정은 후견체제의 핵심조직으로 삼았던 당중앙군사위원회는 이영호 부위원장을 비롯하여 9명이 숙청 또는 해임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

한편 김정은의 군부 흔들기는 군부에 대한 잦은 보직 교체 이외에도 계급의 강등 및 복원, 고위 장령에 대한 육체적 기초훈련 실시 등 군부 핵심 인물들에 대해 수모에 가까운 대우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김정은 집권 이후 거의 대부분의 핵심 간부들이 계급 강등을 경험할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로 김영철 정찰총국장의 경우 대장(별 넷)에서 중장(별 둘)으로 두 계급 강등됐다가 다시 대장으로 복원됐고, 또다시 상장(별 셋)으로 강등됐다가 최근 다시 대장으로 복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동현 인민무력부 부부장의 경우는 상장→중장→소장→중장→상장→중장→상장 등 지난 3년 동안 7차례나 계급이 바뀌는 수모를 겪었다. 또한 북한의 군보(軍報)인 ‘조선인민군’에 따르면, 김정은이 인민군 제681군 부대 산하 포병부대의 포 사격 훈련을 시찰하고 질책한 이후 부대가 해산되고 간부 167명이 강등됐다.

이 밖에도 김정일 시대에는 없던 군 간부들에 대한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각 군종 사령관과 정치위원, 군단장과 군단 정치위원들의 사격 경기를 비롯하여 공군 장령을 상대로 한 전투비행술 대회, 해군의 고위급 지휘관 수영훈련, 인민군 고위 간부를 상대로 한 백두산 행군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군 장령들의 수난은 계속되고 있다.

김정일은 오랜 통치로
대다수 엘리트들의
사상과 충성도를 파악…
군을 잘 모르는 김정은은
통치의 중심을 당으로 회귀

핵·미사일 실무 책임자 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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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맨 오른쪽) 등 고위인사들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한 군부 인물들의 부침이 심한 와중에서도 김정은 정권에서 새롭게 부상한 군부 엘리트들 중 단연 황병서가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힌다. 황병서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총정치국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최근 김정은의 공개 활동 수행 빈도가 가장 높다. 그리고 김정일 시대부터 호위사령관직을 계속 맡고 있는 윤정린(당중앙군사위원)은 김정은의 경호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김정일 시대에 이어 2대에 걸쳐 신임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군부에서 김정은을 실무적으로 보좌하는 인물들로는 총정치국에는 조직부국장 조남진과 선전부국장 염철성, 김동화 등이 있으며, 총참모부에는 이영길 총참모장을 비롯해 노광철 작전국장, 박정천 제1부총참모장(전 포병사령관), 김영철 정찰총국장, 오금철 부총참모장 등이 있다. 그리고 인민무력부에는 박영식 부장을 비롯해 서홍찬 후방총국장과 부부장들인 강표영, 윤동현, 김정관 등이 있다. 조경철 총정치국 보위국장도 정권 보위 차원에서 실무 핵심 측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 각급 부대 사령관급인 최경성(전 11군단장), 김낙겸(전략군사령관), 최영호(해군사령관), 이용주(항공 및 반항공사령관) 등과 전 총정치국 부국장이었던 공군 정치위원 손철주, 김성덕 호위사령부 정치위원, 4군단 포병여단장에서 김정은에게 발탁된 윤영식 총참모부 포병국장도 최근 김정은 수행 빈도가 높았다.

군수산업과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책임지는 엘리트로는 전병호, 주규창, 박도춘 등이 물러나고 김춘섭 군수담당비서를 중심으로 조춘룡 제2경제위원장, 강관일, 홍영칠, 홍승무 기계공업부부장,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 등이 핵심 인물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홍영칠은 군수공업 실무 전문가이며, 홍승무는 3차 핵실험 시 실무책임자, 조춘룡은 미사일 담당 총국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핵, 미사일의 실무 책임자들이 중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김정은이 집권 이후 유독 군부에 대해 가혹하게 다루는 것은 분명히 군부 장악이 정권 안정에 필수적이라고 인식하는 독재자의 통치술로 볼 수 있다. 이는 김정은이 군부가 정권에 가장 위험한 세력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며, 군부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김정은은 김정일 시대 군부 핵심 측근들이 선군정치하에서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져 자신을 위협할 수 있다고 인식해 이들을 퇴진시켰으며, 이영호와 장성택은 아예 숙청했다. 그리고 군내 최고위급 간부들을 1년 이상 그 자리에 있지 못하게 하면서 계속 보직을 이동시켰다. 이는 김정은에게 군부 장악이 정권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북한 군부의 위상이 김정일 시대보다는 많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군의 중요성은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먼저 김정은의 공개 활동에서 군사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2014년도 김정은의 공개 활동은 경제 분야 62회로 가장 많았지만, 군사 분야도 56회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김정은 정권의 통치의 중심이 당으로 회귀했지만, 군사력 증강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군을 정권 보위의 기반으로 적극 활용하기 때문이다.

‘군부 흔들기’는 정권 불안정 요인 될 수도

김정은이 ‘2015년 통일대전’을 호언하며 군사력 강화를 직접 지도하는 것도 수령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제적 고립 등 외부 환경의 악화에 따른 위협을 차단하여 군을 자신의 통치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경제난으로 대규모 기동훈련조차도 하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김정은은 대규모 미사일·로켓·야포 사격훈련, 폭격훈련, 특수부대 공수강하훈련, 남침을 가상한 서북도서 기습강점훈련 등을 직접 지도하면서 군사훈련을 강화해왔다.

또한 군 총정치국장 황병서를 비롯하여 인민무력부장, 작전국장 등 군부 핵심 보직을 맡은 인물이 김정은의 공개 활동을 가장 많이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김정은이 군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김정은식 군부 흔들기는 몇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먼저 김정은의 잦은 군부 인사가 군부의 충성심을 높일 수 있을 수도 있지만 반면에 북한 엘리트들의 불안감이 높아질 소지가 있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 독재국가 북한에서 핵심 보직 임명을 결정하는 요인은 능력보다는 충성심이다. 김정일은 오랫동안 통치하면서 대다수 엘리트들의 사상과 충성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젊고 경험이 일천한 김정은이 많은 북한 엘리트를 모두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규모 인사를 직접 관장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앞으로 북한의 대남 군사전략에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위험이 있다. 특히 새로 등장한 신진 엘리트들은 김정은에게 절대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대외적으로 더욱 강경하고 호전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특히 김정은에 대한 충성 경쟁이 더욱 심해지면서 대남전략에 강경노선이 득세할 경우 남북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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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무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미 피츠버그대 정책학 박사. 국방부·통일부 정책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위원 역임. 육군·해군발전 자문위원, 21세기정치학회 부회장, 국방정책학회 부회장,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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