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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군사동맹에서 전략적 동맹 관계로
한반도 비핵화에 외교력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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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0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왼쪽)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마바 미 대통령 간의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은 과거와 달리 북한에 관한 별도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에는 이번 정상회담의 모멘텀을 살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동력을 결집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지난 10월 13∼16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16일 워싱턴 D.C.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취임 이후 두 번째 공식 방문이며, 오바마 대통령과의 양자 정상회담은 이번이 네 번째다. 특히 이번 회담은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열렸던 한중 정상회담, 9월 25일 미·중 정상회담에 이은 것이자, 11월 초 한·일·중 정상회의에 앞서 열렸던 만큼 올해 한반도 및 동북아 외교의 최대 분수령이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에 미국 국방부(펜타곤)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방문했다. 박 대통령의 펜타곤 방문은 역대 대통령 중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11년 10월 펜타곤 방문에 이어 두 번째다. 박 대통령의 펜타곤 방문은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는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한편,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미 펜타곤 방문은 미국 측의 각별한 예우 속에 이뤄졌다. 박 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미 펜타곤 의장대는 동맹국 정상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보여주는 공식 의장행사(Full Honor Parade)를 열었다. 한국 대통령을 대상으로 공식 의장행사가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박근혜 대통령 방미에 ‘최고 예우’로 화답함으로써 한미 혈맹관계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이다.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 지속적인 지지 표명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정리한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는 동맹 강화,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뉴프런티어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등 세 부분에 걸쳐 매우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한미 양국이 이미 합의한 ‘21세기 포괄적 전략동맹’의 방향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확대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관련 내용은 공동설명서와는 별도로 ‘북한 관련 공동선언’으로 발표됐다. 이 두 성명서를 바탕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를 평가해보기로 하자.

첫째, 공동설명서는 한미 간의 주요 현안과 장래 협력 방향을 매우 포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 제목인 ‘한미동맹 : 공유된 가치, 뉴프런티어’가 이미 동맹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우선 동맹 강화와 관련해서는 한반도의 방위, 민간 원자력 협력 확대와 무역·경제관계 심화, 지역정책 조율 강화 등을 언급했다.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와 관련해서는 국제안보 도전에 공동 대처, 지속가능한 발전 및 인도적 문제 협력, 여성 인권 강화 등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협력의 뉴프런티어 모색은 과거에 비해 협력 어젠다를 더욱 확대했다. 생물학적 위협 대처 및 글로벌 보건안보구상 확대, 기후변화 대처, 지속가능한 환경정책 협력, 사이버 협력, 우주 개발 협력, 과학기술 협력, 인적 교류 확대, 교육 파트너십 확대 등 한반도, 지역, 글로벌 차원의 거의 모든 공통 관심사가 총망라됐다.

이는 한미관계가 명실상부하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21세기 전략동맹’에서 합의한 한반도, 지역, 글로벌 차원으로 동맹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동맹의 내용도 군사동맹에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변모한다는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한미 양국이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한 것은 가장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북한에 관한 별도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 자체가 한미 양국이 북핵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잘 반영한다.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정책인 ‘전략적 인내’에 대해서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만을 기다리는 가운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 해결보다는 관리에 치중하는 모드라는 비판이 많았다. 현재 워싱턴의 분위기는 북한에 대해 ‘관여’보다는 ‘억지와 압박’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매우 강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억지와 압박, 외교의 적절한 믹스’로 표현(댄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되지만, 사실상 미국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전략적 인내’가 주축이며, 외교는 실종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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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0월 14일 한·미 우호의 밤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국무부에서 6자회담 특사로 북핵 문제를 다뤄온 시드니 사일러도 최근 퇴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미 국무부가 사일러 특사가 물러나면 후임을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가장 권위 있는 북한 전문가가 물러나면서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점과 더불어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 말에 더는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 가운데 한미 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시급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북핵 문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동성명은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가 여전히 유효한 정책임을 확인하는 한편, 북한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고 있는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이 성공할 수 없음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한·미·중 3자 협력도 새롭게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만큼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중 3각 협력 또는 6자회담 재개 등 구체적인 비핵화 협상이 어떻게 재개될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서기를 바라는 반면 미국은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을 경계한다. 이는 북핵 문제를 넘어선 북한 문제에 대한 중·장기적인 청사진과 추진 전략이 한미 양국 간에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북핵 문제를 넘어 북한 문제를 다루는 장기적, 포괄적, 입체적 공동 전략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셋째, 공동성명은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연설에서 제시한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을 계속하여 강력히 지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위급 협의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한국 주도의 통일을 승인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 이후 긴장 국면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한국 정부의 원칙 있는 대북 접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넷째,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을 개발한다는 북한의 논리가 허구임을 지적하는 동시에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압박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미 양국은 중국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북한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조율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서는 조속히 의미 있는 대화의 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다섯째, 동북아평화협력구상(NAPCI)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이끌어낸 것도 중요한 성과다. 양국이 뉴프런티어 협력 이슈로 언급한 보건, 기후변화, 사이버 협력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서 연성 안보 이슈로 이미 협력을 추진하는 중이다. 여기에 우주 협력과 과학기술 협력을 추가한 것은 양국의 협력 범위를 새로9운 지평으로 확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투기 핵심 기술 이전 무산 등 아쉬움도 적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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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근혜 대통령이 10월 1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펜타곤을 방문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공식 의장 행사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반면, 앞으로의 숙제도 적지 않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4개 핵심 기술 이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점이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은 10월 15일 미국 국방부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만나 KF-X 핵심 기술 이전 문제를 협의했으나 “조건부 KF-X 4개 기술 이전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해결하지 못한 채 좀 더 장기적인 과제로 남게 됐다.

또 다른 문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중 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한국이 목소리를 낼 것을 강조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 확립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동시에, 그러한 질서가 무력이나 강압이 아니라 현행 국제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평화로운 방식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우리도 남중국해의 해로를 이용하는 한 이 지역의 안전 문제에 더는 방관자가 돼서는 안 된다.

향후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의 모멘텀을 살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동력을 결집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존 6자회담 외에 한·미·중 3국 간 공조를 강화해나가기로 합의한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과 곧 개최될 한·일·중 정상회의 등 동북아 주요국 관계가 갈등에서 조정 국면으로 가는 상황을 적극 활용해 북한 비핵화 외교를 소생시켜야 하는 것이다.

정상회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속조치다. 양 정상이 합의한 ‘공유된 가치, 뉴프런티어’를 향해 양국의 파트너십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수준까지 격상시킬지, 그리고 북핵 문제는 얼마나 시급성 있게 다룰지,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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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서울대 외교학과 졸. 미 일리노이대 정치학 박사. 외교통상부 정책기획관, 한국국제관계연구소·국방연구원 연구원, 동아시아연구원(EAI) 국가안보패널(NSP) 연구위원, 통일부·육군·국방부 자문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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