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칼럼

사람을 위한 평화를 이야기하자

평창동계올림픽이 스피드스케이팅처럼 꿈꾸듯 지나갔다. 카리스마 넘치는 북한의 현송월이 이끄는 예술단의 두 차례 공연 음악이 귀에 쟁쟁하다.

북한 고위급의 방남과 예술단 공연 등이 진행되면서 초반의 반북적, 허무주의적 분위기가 바뀌었다. 1월 중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중재하에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결성될 무렵 일부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한 달 만에 여론이 바뀌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여론이나 남북 정상회담에 찬성하는 여론이 70%에 육박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해 경제 제재를 피할 의도로 해석하는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와 민족공동체 실현이라는 대의적인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 전체에 평화가 절실하다.

하루빨리 남북이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교류하게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이 땅에는 적지 않다. 우선 이산가족이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등록된 13만1447명 중 2018년 1월 말 현재 5만8685명(2세대 포함) 정도가 생존해 있다.

2016년 통일부가 실시했던 등록 이산가족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들 중 76.3%가 당장 생사 확인을 희망하고 있다. 대면 상봉을 원하는 사람도 63.7%에 달한다. 이산가족의 통한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남북대화의 재개와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이산가족 못지않게 한반도의 봄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2년간 공단 폐쇄로 떠안은 피해액은 무려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그 기업인들은 ‘개성공단이 평화의 땅이었고, 남북 경제협력의 장이었으며, 북한의 시장경제 학습 공간(아시아경제, 2018년 2월 10일자)’이었다고 강조한다. 불 꺼진 개성공단이 녹으로 가득 차기 전에 평화의 불이 밝혀져야 한다.

청년들에게도 한반도 평화는 간절하다. 20대 초반 남성들의 군 입대를 둘러싼 불안과 갈등, 불편함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헬조선’ 같은 암담한 미래에 깃든 군대의 어두운 그림자는 청년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켜왔다.

2018년도 국방비 예산 43조1000억 원의 4분의 1이라도 청년들의 일자리 확대와 보편적 복지 등에 돌릴 수 있다면 모든 한반도 사람들의 삶의 질이 바뀔 수 있다. 그걸 바꾸게 하는 힘이 평화다.

오랫동안 사람을 위한 ‘통일’을 얘기해왔는데, 이제 사람을 위한 ‘평화’를 말해야 한다. 비핵이 평화를 보장하기보다는 평화야말로 핵 없는 세상을 보장해주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의 빗장이 활짝 열려 평화의 길로 가게 되길 기원해본다.

김귀옥 김귀옥
한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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