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N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남북 문화교류 새로운 희망 연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남한에서 두 차례 공연한 것을 계기로 북한의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에 남한 노래들이 많이 연주되고, 이를 북한 귀환공연에서도 연주한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끈다.

지난 2월 8일엔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 11일엔 서울 남산 자락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특별공연이 있었다. 이 공연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참가가 결정되면서 축하 행사의 하나로 기획됐지만, 16년 만에 북한 예술단의 방남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세인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90분 정도의 공연에서 ‘J에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해뜰 날’, ‘다 함께 차차차’ 등 13곡의 남한 노래를 부름으로써 연주곡목 구성에서부터 파격을 보여주었다.

서울 공연에서는 단장으로 방문한 현송월이 직접 무대에 섰고, 남한 가수 서현이 무대에 올라 남북한 가수가 ‘우리의 소원’을 함께 부르는 깜짝 이벤트도 보여주었다. 더욱 이례적인 것은 평양으로 돌아간 후 만수대예술극장에서 ‘귀환공연’ 형식으로 남한에서 보여주었던 공연을 그대로 재연했다는 점이다. 삼지연관현악단의 남한 가요 편성이 단순히 방남 공연용이 아니라 북한에서 남한 가요에 대한 ‘해금’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한 가요 ‘해금’ 신호탄?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에서는 서곡과 종곡의 3곡을 포함해 총 46곡이 연주됐는데, 여기에는 9곡의 북한 노래와 13곡의 남한 노래가 포함됐다. 그 밖의 23곡은 외국곡이며, 1곡은 민요 ‘아리랑’이었다.

삼지연관현악단의 연주곡목 구성은 세계 음악, 남한 노래, 통일 노래의 세 가지 묶음으로 돼 있다. 동계올림픽 방문객, 남한 관객 등을 최대한 고려한 편성으로 보인다. 거기에 ‘통일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대남전략을 고려한 통일 노래들이 기본 축으로 편성됐다.

북한 노래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이나 남한 노래 ‘홀로 아리랑’은 독도 문제를 매개로 남북한의 민족적 연대를 강조하는 연결고리로 활용했다.

하지만 엔딩곡으로 편성한 ‘다시 만납시다’의 배경 화면에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배치함으로써 이번 공연이 일회성 공연으로 그치지 않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북한의 의도도 감추지 않았다.

2월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끝나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이 손을 흔들고 있다. 2월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끝나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이 손을 흔들고 있다.

서울 공연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고위급 방문단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고, 평양 공연에서는 최용해와 당 간부, 북한 예술인들이 공연을 관람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이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청신호로 읽히기에 충분한 장면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공연에 참가한 삼지연관현악단은 어떤 예술단체이며, 그 구성원들은 누구인가? 이미 알려진 대로 북한에서 ‘삼지연관현악단’이라는 예술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방남 공연을 위해 특별 편성된 ‘연합예술단’이라 할 수 있다.

노래를 담당한 가수들은 김주향, 김옥주, 송영, 이수경, 김청, 김성심, 노경미, 권향림 등 청봉악단 단원들이다. 나훈아의 ‘사랑’을 부른 남자 가수도 청봉악단의 드러머 이혁철이다.

오케스트라는 북한의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악단 연주자들이 맡았다. 부분적으로 타악주자 최혜림, 바이올린 백현희 등은 청봉악단 연주자들이다. 삼지연관현악단의 기본 구성은 삼지연악단 연주자들과 청봉악단 가수들로 구성됐다고 볼 수 있다.

2월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 모습. 2월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 모습.

반면 삼지연관현악단의 상층부는 이 두 단체가 아닌 다른 단체나 기관의 간부들로 구성됐다. 이 방문 공연단의 총단장은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이, 단장은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맡았다.

예술부단장 및 수석지휘자는 공훈국가합창단 단장인 장용식, 행정부단장은 김순호 공훈국가합창단 행정부단장, 무대감독은 안정호 모란봉악단 창작실 부실장, 성악과장은 장정애 모란봉악단 부단장이 맡았으며, 제2지휘자는 윤범주 전 은하수관현악단 지휘자가 맡았다.

이번에 서울과 강릉을 방문한 삼지연관현악단은 청봉악단과 삼지연악단, 공훈국가합창단, 모란봉악단 등 네 단체가 연합해 구성한 프로젝트성 예술단이라 할 수 있다.

당초 언론에 오르내렸던 모란봉악단(가수 및 연주자들)이나 왕재산예술단은 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지연관현악단은 평양에서 열린 귀환공연을 끝으로 해체돼 구성원들은 원래 소속했던 단체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예술 활동 당과 국가가 통제

북한에서는 삼지연관현악단에 참여한 예술단을 비롯해 어떠한 예술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을까. 북한에서 활동하는 예술단체는 그 수가 많지 않다.

장르별로 한두 단체가 전부다. 지방의 시·도예술단은 음악, 무용, 연극을 모두 수행하는 종합예술단이며, 평양에서만 장르별 전문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연극에는 국립연극단, 인형극에는 평양인형극단, 가극에는 피바다가극단이 하나씩 있다. 서커스 전문단체인 국립교예단도 북한을 대표하는 예술단의 하나이다. 만수대예술단과 국립민족예술단은 음악과 무용을 기본으로 하는 단체이다. 클래식 음악단체로는 국립교향악단과 윤이상관현악단이 있다.

전기기타를 연주하는 삼지연관현악단원. 전기기타를 연주하는 삼지연관현악단원.

이번에 남한을 방문한 삼지연악단은 만수대예술단 산하에 편성된 오케스트라이며, 청봉악단은 모란봉악단 및 왕재산예술단과 함께 북한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단체이다.

우리에게도 알려져 있듯이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은 김정은 시대에 새로 등장해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단체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 이름을 떨쳤던 보천보전자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은 통합해 왕재산예술단으로 활동 중이다.

북한에 예술단체의 수가 많지 않은 것은 모든 예술 활동이 당과 국가의 통제 아래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당 선전선동부는 예술단체를 비롯한 작가, 예술인들의 모든 활동을 통제하고 있다.

김정은의 특사로 남한을 방문한 김여정이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돼 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개인이 설립해 운영하는 사설 예술단체가 없고, 국가기관으로서 예술단체만 존재한다.

이선희의 ‘J에게’를 R&B 스타일의 애드리브를 섞어 열창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원들. 이선희의 ‘J에게’를 R&B 스타일의 애드리브를 섞어 열창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원들.

공연단체의 수가 많지 않은 만큼 예술인에 대한 대우, 예술단체의 활동 환경은 좋은 편이다. 대부분의 예술단체는 상주하는 전용 공연장을 갖고 있다. 국립연극단은 국립연극극장에서, 국립교예단은 평양교예극장에서, 국립교향악단은 모란봉극장에서, 피바다가극단은 평양대극장에 상주하면서 공연 활동을 하고 있다. 예술단의 공연 제작 환경은 매우 안정적이지만, 공연 프로그램의 다양성은 원천적으로 제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공연은 해당하는 공연장에서 이뤄지는 반면, 공연의 유통은 ‘국가예술공연운영국’이라는 기구를 통해 통일적으로 진행한다. 영화로 치면 제작사는 여러 곳인데, 배급사는 한곳에서 독점하는 구조인 셈이다.

국가예술공연운영국은 1972년 중앙예술보급사로 설립돼 2012년 현재의 국가예술공연운영국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번 삼지연관현악단의 총단장 직함으로 방문한 권혁봉의 직함이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예술공연운영국은 국가예술공연운영국과 동일한 기관으로 추정된다.

뜻밖의 평양 귀환공연 레퍼토리

국가예술공연운영국에서는 각 공연장의 공연 작품 편성사업, 공연 작품에 대한 홍보사업, 공연 관람표의 판매사업만이 아니라 공연 관련 자료 관리사업도 담당하고 있다. 북한에서 관람표 판매는 국가예술공연운영국 지구보급소에서 이뤄진다.

지구보급소는 전국에 설치돼 있는데, 평양에는 중구, 동대원, 서성, 선교, 평천, 모란봉, 보통강, 만경대, 낙랑구 등 1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삼지연관현악단 단원과 소녀시대 서현이 ‘우리의 소원’을 부르고 있다. 삼지연관현악단 단원과 소녀시대 서현이 ‘우리의 소원’을 부르고 있다.

이렇게 보면 북한에서 공연예술 제작과 유통은 모두 국가 시스템에 의해 통일적으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통일적 시스템은 이미 선정된 작품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북한식 선택과 집중)’을 가능하게 하고, 공연예술에 대한 국가 관리를 효율화하는 데는 매우 용이하지만, 개별 예술단체의 창조적 다양성을 희생하는 조건 위에 작동된다는 점에서 근원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삼지연관현악단의 남한 공연은 여러 가지 의미와 효과를 남긴 것 같다. 일차적으로는 평창동계올림픽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 문화교류 활성화에 큰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지연관현악단의 평양 귀환공연에서 보듯 북한의 공연장에서 북한의 예술단에 의해 남한 노래가 연주됐다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의 하나의 상징이며, 이로써 남북 문화교류도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박영정 박 영 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카카오톡 아이콘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스토리 아이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