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론

남북통일은 어느 체제로?

통일은 국민이 단합된 통일 의지를 가질 때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구소련과 동유럽이 무너지고 탈냉전 시대가 열린 이래 자유민주주의식 통일은 당연시되고 있다. 또한 북한 체제가 먼저 민주화돼야 북한 주민들이 자유민주주의식 통일 노력에 동참할 수 있다. 남북통일은 한반도 내부의 일일 뿐 아니라 국제 문제이기도 하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이 될 때 중국도 민주화가 가능해지고,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이 보장되며, 전 세계 평화를 담보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한국 주도의 통일은 당연하며, 이를 위해서는 주변 4대 강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이 필수요인이다.

최근 국제 정세는 국익 우선주의와 새로운 민족주의가 대두되고 있다. 세계적 차원의 전쟁 위협보다 국지적 무력 충돌과 민족, 종족, 종교, 영토를 둘러싼 분쟁 위협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탈냉전 시대에는 정치, 군사, 이념보다 자원, 식량, 인구, 환경, 마약, 범죄, 테러 등에 의한 국가 간 대외관계가 더 중요해졌다. 이런 세계적 탈냉전의 질서 재개편은 통일을 이루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주고 있다.

탈냉전은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자력갱생 발전전략에 의한 자립경제 정책의 실패로 북한의 경제 침체 현상이 심화되고,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는 북한 체제의 존립 기반을 약화시켰다. 이에 따라 북한은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진 세습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식 사회주의’, ‘우리 민족(김일성민족) 제일주의’를 내세워 북한 주민의 내적 결속을 다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정치, 경제 분야에서의 총체적 난국 타개가 어려워지자 마지막 선택으로 핵 개발을 통한 정권 유지에만 급급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러한 북한 상황을 종식시키고 하루빨리 남북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남한 사회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공고히 하고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더욱 굳건한 사회 안정을 유지·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남한 역시 국가 존망의 위기에 처해 있다. 고령화 사회 도래에 따른 국가경쟁력 약화, 청년 실업, 결혼 기피, 높은 이혼율로 말미암은 가정 붕괴, 조선 말기적 상황을 연상시키는 정당 간 당파싸움, 북한의 핵 위협과 미·중 간 긴장 고조, 일본과의 관계에서 불거진 불협화음 등이 나타나고 있다. 남한 내 정치, 경제, 사회, 외교는 100여 년 전 겪었던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단군 이래 누렸던 대한민국 최대 전성기인 70년의 역사를 뒤안길로 하고 중남미 사례처럼 다시 후진국의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것은 괜한 우려일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바탕으로 경제 건설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통일 문제에서는 실력배양론과 ‘선 건설 후 통일’의 기반 위에 통일 기반을 조성하는 등 남북관계에서 우위를 선점했다. 반면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한 북한 정권은 통일 거부 세력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하루빨리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품에 안기게 하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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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영 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베를린훔볼트대학교 철학박사. 한국사회과교육연구학회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국가보훈처 공적심의위원 역임. 현 교육부, 경기도청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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