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더 강해진 안보리 대북 제재
중국의 성실한 이행이 관건

유엔 안보리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대북 제재가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북한의 비타협성만 고취시킨다”는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펼쳐온 대북 경제 제재의 성과와 전망을 살펴보았다.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는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을 계기로 시작됐다. 북한의 남침에 직면해 미국은 1950년 6월 28일 수출통제법을 적용해 대북 수출을 전면 금지했고, 12월 16일에는 적성국교역법을 적용해 북한 제품의 수입과 대북 금융 거래를 전면 금지했으며, 미국 내 북한 자산을 동결했다. 이후 2000년대 초까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미국의 양자 제재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무게감 덕분에 사실상 다자 제재 기능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12월 기준 미국은 총 14개 국내법을 적용해 북한을 제재하고 있다. 14개 법률 중 상당수는 규정을 위반하고 북한과 거래한 미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상응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미국의 대북 제재를 위반해 북한과 거래한 제3국인은 미국과의 경제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미국과 경제관계가 있는 나라나 기업·개인은 북한과의 거래에서 미국으로부터 받는 불이익보다 더 많은 이익이 기대되지 않는 이상, 자발적으로 북한과의 경제 거래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제재는 애초 이러한 2차 제재(Secondly Boycott) 효과를 전제로 고안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보리 결의안 2312호의 파괴력

그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첫째 미국과 북한은 경제적 거래 관계가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에 경제 제재가 효과를 가지려면 ‘양자 제재의 형태를 띤 다자 제재’, 즉 2차 효과에 중점을 둔 제재가 필요했고, 미국이 국제경제에서 차지하는 압도적 무게감은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둘째, 유엔의 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만장일치를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 제재가 가능하려면 중국과 소련의 대북 제재 동참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이는 냉전시대에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2000년대 들어 대북 경제 제재는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됐다. 첫째, 양자 제재의 주체가 다양화됐다.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그리고 한국 등이 사실상 대북 금수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심 무역 파트너였던 한국과 일본의 대북 금수조치는 북한 경제 및 무역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경우 공식적, 제도적으로는 양자 제재를 거부하고 있지만 특정 시기, 예를 들어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는 경우 일시적으로(통상 3~4개월) 비공식적으로 양자 제재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 유엔이 대북 경제 제재의 주요 행위자로 등장함에 따라 명실상부한 대북 다자 경제 제재가 시작됐다. 2006년 이후 유엔 안보리는 총 7차례에 걸쳐 대북 경제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제재 수준 역시 점진적으로 강화됐다. 2016년 3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의 경우 ‘최근 20년간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로 평가되고 있으며, 같은 해 11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 2321호는 그보다 더 강력한 제재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제재가 북한에 상당한 고통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지만 제재가 겨냥했던 애초의 목적, 예컨대 대량살상무기 포기와 같은 행동의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북 제재가 성과가 없었다거나, 제재가 오히려 북한의 비타협성만 고취시킨다는 식의 회의론이 정당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제재가 소기의 목적을 완전히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무용했던 것은 아니다. 제재의 성과와 관련해 우리는 두 가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가장 중요하지만 종종 망각되는 사실은 제재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능력을 크게 제약했다는 사실이다. 이 부분에서 국제사회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능력이 진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일 제재가 없었다면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핵보유국 북한을 마주했을 것이 확실한 것이다.

다음으로 제재의 두 번째 목적, 즉 고통을 줌으로써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했던 부분과 관련해서는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유일한 성공 사례는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제재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BDA 금융 제재 이후 북한은 금융 거래와 관련해 다양한 회피 경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역의 경우 처음에는 한국과 중국, 이후에는 중국이 주요 탈출구로 기능했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것이 이를 입증한다.

미국의 2차 제재 시행 여부는 미지수

하지만 이 역시 실패로 결론짓기는 이르다. 두 가지가 핵심인데, 미국의 2차 제재 발동 여부가 하나이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21호의 시행이 다른 하나이다. 미국이 북한 때문에 중국과의 통상 마찰을 감내하면서까지 본격적인 2차 제재를 시행할지 여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하지만 안보리 결의안 2321호는 매우 강력한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견된다.

안보리 결의안 2321호의 핵심은 연 4억 달러 내지 750만 톤가량으로 못 박은 무연탄 수출쿼터에 있다. 이 부분이 집행될 경우 북한은 기존 대비 연간 6억 달러의 외화 획득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1991년 이후 누적 외화수지 흑자(약 24억 달러)의 약 25%에 해당되는 큰 액수이다. 다시 말해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2231호에 따른 제재가 성실히 집행될 경우 북한의 외화는 4년 내에 고갈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해 대이란 제재에 버금가는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무연탄 수입 중단으로 북한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중국의 무연탄 수입 중단으로 북한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화수지의 적자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외화 재정의 고갈을 의미한다. 특히 안보리의 제재 강화로 대량살상무기 및 재래식 무기 수출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무연탄 수출의 대폭적 감소가 가져오는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국가 통제 경제 부문(군수 부문 및 민수 부문의 일부)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핵심 부품 및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데, 외화수지의 대폭적인 감소는 이를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북한 당국으로서는 국가 통제 바깥의 부문, 즉 시장에서 부족한 외화를 추가적으로 흡수할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와 생산 두 영역에서 북한 경제에 큰 충격을 가져올 전망이다.

첫째, 현재 북한 시장은 외화를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다. 무연탄 수출의 대폭적 감소는 시장으로 유입되는 외화의 대폭적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여기다 북한 당국의 외화 흡수정책이 추진되면 외화를 기반으로 한 시장 거래가 중단되면서 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현재 북한의 생산과 유통이 부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현상의 배경에는 ‘돈주’의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돈주는 자신의 자본을 투자해 생산이나 판매에 필요한 상품(원자재, 설비, 소비재 등)을 구매하고 인건비를 대주면서 공장과 국영상점망을 가동시키고 거기서 발생하는 이윤 일부를 취하고 있다. 북한의 부동산 개발 역시 상당 부분 돈주의 투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만일 북한 당국의 외화 흡수정책이 추진된다면 돈주는 투자를 중단할 것이고 이미 투자한 자본 역시 조기 회수하고자 할 것이다. 이는 그나마 가동되던 북한의 생산을 멈추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망은 중국이 안보리 결의안 2321호를 성실히 이행한다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그간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면 일정 기간(통상 3개월) 대북 제재를 집행하다가 곧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안보리 결의안 2270호의 경우에도 ‘민생경제’ 조항을 유연하게 해석함으로써 지난 8월부터는 대북 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의 ‘물타기’ 더 이상은 어려울 전망

하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물타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대북 제재 결의안에 물량 및 금액상 쿼터가 명문화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세관 기록 조작 등을 통해 필요시 무연탄 수입량을 늘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선박으로 운송되는 무연탄의 특성상 이러한 조작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은 최소한 무연탄 수입과 관련해서는 그간 대북 제재에서 보여왔던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실제 지난 2월 중순 중국은 안보리 결의안 2321호에 따른 금액 쿼터가 다 찼기 때문에 2017년 대북 무연탄 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이것이 중국이 북한을 버리는 카드를 선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미 2013년부터 중국의 광산업 구조조정 및 환경정책으로 말미암아 북한의 대중국 무연탄 수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의류 임가공 수출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향후 더 빠르게 증가할 소지가 다분하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북한의 돈줄에 큰 구멍이 생겼다. 사진은 폐쇄 전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 모습.개성공단 중단으로 북한의 돈줄에 큰 구멍이 생겼다. 사진은 폐쇄 전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 모습.

한편 북한은 2015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수입대체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 생산을 증대시켜야 하고 여기서 기본 전제가 전력 생산 증가이다.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의류 임가공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라도 전력 증산은 필수적이다. 다시 말하면 이번 대북 제재는 중국과 북한의 산업무역 정책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추진하고 있던 것을 단지 ‘촉진’하고 있을 따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최근 이뤄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북한과 중국은 산업정책 및 무역관계에서의 변화가 서서히, 점진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제재로 그 과정은 급진적 방식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그리고 새로운 산업정책과 무역관계가 안착될 때까지 북한 경제는 큰 피해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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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수 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
서울대 경영학 석사, 정치학 박사.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원 역임. 저서 <북한 경제개혁의 재평가와 전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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