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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요벨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직원들과 함께한 박요셉 대표(왼쪽).

사회적 기업 요벨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직원들과 함께한 박요셉 대표(왼쪽).

“카페 이어 생태순환 농업…
탈북 청년 자립 돕습니다”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 설립한 사회적 기업 ‘요벨’은 탈북 청년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박요셉 대표가 꿈꾸는 작은 남북통일이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중이다.

“요벨은 탈북 청년들의 자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입니다. 탈북민 청년과 남한 청년, 디아스포라 해외 교포들이 함께 투자해 설립한 회사죠. 2014년 첫 비즈니스로 카페 창업을 시작한 데 이어 탈북민 정착을 돕는 다양한 비즈니스를 발굴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박요셉(35) 대표는 탈북민 출신 최초의 사회적 기업가다. 그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요벨’은 남한 사회에 이제 막 발을 디딘 탈북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들의 지속 가능한 정착을 돕고 있다. 남북 청년을 함께 고용하기 때문에 일종의 화합의 장이 되기도 한다. 덕분에 탈북 청년들은 자연스레 남한 문화를 수용할 기회를 갖고, 남한 청년들은 탈북민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된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들의 자립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에요. 어떻게 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해왔죠. 탈북민을 돕는 몇몇 기업이 있긴 하지만 남한 사람들이 설립하고 탈북민들을 고용하는 구조이다 보니 (탈북민 입장에서) 자기 주도적인 면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어요. 탈북민에게 의사결정권을 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요벨을 만들게 됐어요.”

요벨의 최대 주주는 5명의 탈북민이다. 이 밖에도 여러 명의 남북한 청년들이 주주로 참여해 주인의식을 갖고 이끌고 있다. 이렇게 설립된 요벨은 2014년 IBK기업은행의 탈북민 창업 지원을 받아 기업은행 수지센터에 사내 카페 ‘레드체리’를 오픈했다. 이듬해에는 서울 한남동 사옥에 2호점 ‘스페이스 요벨’을 오픈하면서 요벨의 첫 비즈니스는 순항의 돛을 달았다.

지금은 어엿한 사회적 기업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박 대표의 초기 정착 시절도 여느 탈북민과 다르지 않았다.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한정돼 있었고 차별과 무시도 적잖이 받았다.
“많은 탈북민들이 처음 1년 동안은 우울증을 앓는 등 많이 힘들어해요. 저도 그랬죠. 외래어도 못 알아듣겠고 친구도 없고.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대학 진학을 결심한 박 대표는 2006년 건국대 수의학과에 합격해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대학 전공을 고를 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수의학을 선택했어요. 탈북 후 남한으로 오기 전 중국에 머물면서 양치기를 했던 것도 계기가 됐고,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북으로 소 1000마리를 보낼 때 수의사가 소의 건강검진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인상적으로 들었기 때문이에요. 수의사가 된다면 나중에 통일이 된 후에도 북을 도울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것 같았어요.”

IBK기업은행 서울 한남동 사옥에 입점한 사내 카페 ‘스페이스 요벨’에서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서울 한남동 사옥에 입점한 사내 카페 ‘스페이스 요벨’에서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탈북민 일자리 제공하고 농촌 인력난도 해결

이후 대학을 마치고 탈북민 자립을 돕는 일에 뛰어든 그는 요벨을 설립했다. 첫 사업은 진입 장벽이 낮은 카페가 적격이었다. 카페 운영이 안정기에 접어든 요즘, 박 대표는 두 번째 사업을 시작했다. 바로 ‘요벨팜’, 즉 친환경 생태순환 농장 사업이다.

“이제 막 시작한 생태순환 농업은 제가 대학에서 배운 것들까지 포괄적으로 이용하는 사업이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돼지는 돼지 농장에서, 소는 소 농장에서만 기르는 시스템이었다면, 요벨의 생태순환 농업은 목축업과 밭농사, 논농사, 과수원이 함께 어우러지는 다품종 농업을 하는 거죠. 그렇게 하면 인공 비료 없이 자연 퇴비를 얻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땅도 치유되고 가축들에게도 좋은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게 됩니다. 가축을 대량으로 사육하진 않되 그 땅에서 자랄 수 있을 만큼의 가축과 과수원, 농사를 병행하며 전체적으로 생태를 살리는 농업을 하려고 해요. 거기서 생산하는 제품들은 ‘꽃 피는 아침마을’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할 계획입니다.”

박요셉 씨는 탈북 청년들의 자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요벨을 설립해 운영중이다.박요셉 씨는 탈북 청년들의 자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요벨을 설립해 운영중이다.

특히 농촌 출신이 대부분인 탈북민들에게 좀 더 익숙한 일자리가 되리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자립 해결에 한 발 더 다가섰다고 그는 자평한다.

박 대표는 생태순환 농업을 통해 1차적으로는 탈북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모델을, 2차적으로는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 문제 해결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 이후까지 고려하면 전망이 좋은 아이템이다.
그는 자신도 똑같이 겪었던 좌절과 차별의 고통을 더 이상 탈북민 후배들이 겪지 않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남한 사회에서는 탈북민이라는 꼬리표가 끝까지 따라다니기 때문에 많은 탈북민들이 그 사실을 감추려고 해요. 하지만 스스로를 부끄럽지 않게 생각해야 남들도 나를 존중하게 되지 않을까요? 나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헤쳐나간다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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