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시대의 동북아 정세와 한중관계’라는 대주제로 진행된 포럼에서는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과 허성우 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이승열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부 교수가 한국 측 패널로 참석했고, 중국 측에서는 류밍 상하이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교수, 궈딩핑 푸단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공커위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실 부주임, 리카이성 상하이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이 참석해 최근의 동북아와 북한 정세 변화, 중국의 한반도 정책과 북·중관계,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 등에 관해 논의했다.
포럼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권태오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사드 배치가 중국의 이해와 안정을 해친다면 한·미·중 3국이 모여 배치 결정의 직접적 원인이 된 북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어느 것이 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대화해야 한다”며 “북핵과 미사일 위협이 사라진다면 사드 또한 불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권 사무처장은 “핵전쟁의 위협이 없는 안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의 공조와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큰 틀에서 한국과 중국은 상호 협력을 통해 주변의 상황과 관계없이 양국이 지향하는 경제 발전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양국 공동의 이익 모색 필요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미·중관계와 한반도’라는 주제로 진행된 제1세션에서 박병광 연구실장은 “미·중·일·러 4강의 지도자가 모두 강력한 외교안보 정책을 표방하는 스트롱 맨의 시대가 열렸다”고 분석하며 “미·중관계가 새롭게 정립되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확정되기 전에 기민한 대응으로 북핵 문제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실장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사드에 반대하는 것이 중국 정부가 사드에 관한 입장 변화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데 커다란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사드 문제로 나빠진 한중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진핑 주석의 체면 세워주기(Face Saving)’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밍 상하이사회과학원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핵이 미국과 대결할 수 있는 핵심 카드이기 때문에 중국의 압박이나 권고만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경제적 압박 외에도 북핵과 관련된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성우 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중국은 한국을 지렛대로 미국을 견제할 것이 아니라 동북아에서 한반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중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공동 안보이익’으로 상정하고 한·미·중 신3국 동맹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궈딩핑 푸단대 교수는 “동북아 국가들의 국민 간 교류, 여론 등 안정적인 요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근거 없는 불확실성의 강조보다 국민과 국가의 이익, 역내 평화와 안정, 문화 교류와 협력 등 실질적인 이익에 초점을 맞춰 함께 발전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의 사회로 진행된 2세션(주제 :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북핵 문제 해법과 한중 협력)에서 이승열 국회 입법조사관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요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강력한 제재를 이행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한중 양국이 사드 배치로 반목하기보다 북한의 핵 보유와 탄도미사일 체계 완성 이후에 일어날 동북아의 재앙을 막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태오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기조연설에서 “핵전쟁의 위협이 없는 안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의 공조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커위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부주임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미 3국이 유연하고 실무적인 협력정신으로 공조해야 한다”면서 “3국이 북핵 관련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성해 북한 상황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 부주임은 “미국이 좀 더 전향적으로 움직여 북한과의 신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만들어진 신뢰를 바탕으로 6자회담의 틀 안에서 ‘2(북한, 미국)+X(기타 관련국)’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태우 건양대 교수는 “대북 제재의 효과성을 우려하는 국제사회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을 성실히 이행하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오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최근 한중 양국의 이슈가 되고 있는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사드 배치의 원인과 명분을 제공하는 북핵을 중심에 놓고 논의해야 한다”면서 “근본적으로 미·중 간의 북핵 공조 차원에서 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카이성 상하이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사드 문제가 한국의 국익과 연결돼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한중 간의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양국 공동의 이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 사드 때문에 한중관계와 미·중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사드 배치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면서 북핵 문제의 진전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도 한중 양국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남궁영 교수는 “최근 들어 미국은 북핵 문제를 국제질서 측면에서 점차 자국의 핵심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면서 “미국이 북한의 레짐 체인지나 선제공격을 고려할 경우 중국의 입장은 무엇일까?”를 화두로 던졌다.
공커위 부주임은 “북한은 당 국가로 김정은 정권과 북한의 국가 이익을 분리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김정은만을 떼어내어 레짐 체인지를 고려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 주임은 “북핵 문제는 중국의 안보와도 관련된 문제로 중국 역시 큰 피해자”라며 “한국의 사드 배치와 한미 공동 군사훈련이 중국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북핵·사드 배치 관해 다양한 의견 교환
박종철 연구위원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2차 제재) 추진과 국제사회에서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노선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관해 질의했다. 이와 관련해 류밍 교수는 “북핵은 이미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상태라고 본다”며 “북한이 테러 국가와 핵 거래 등을 추진할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게 마지노선을 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류밍 교수는 “중국 기업이 북핵 문제에 따른 유엔 결의를 위반하면 중국 정부 차원에서 확실히 처벌할 것”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미국의 제재는 결의를 위반한 기업 외의 다른 기업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김태우 교수는 “통일이 한국의 이상적인 목표이지만 우선은 남북한의 상생이 현실적인 목표”라며 “한국이 북한의 붕괴를 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중국 측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허성우 이사장은 “한국에 사드는 생존의 문제인데 중국은 정치적인 문제로 해석하고 있어 서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사드 배치가 한국의 생존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을 중국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허성우 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이승열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부 교수, 류밍 상하이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교수, 궈딩핑 푸단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공커위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실 부주임, 리카이성 상하이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위 왼쪽부터).
북한 문제 해결 위해 중국과의 파트너십 중요
권태오 사무처장은 총평을 통해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 등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서로의 관점 차이와 그 차이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하고 “한중 양국의 입장 차이가 신냉전의 전초가 되지 않도록 원만하게 해소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창호 민주평통 중국부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는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각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처 방법을 찾고 있다”며 “이번 포럼이 이런 국제 정세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한중 간의 협력 방안과 통일정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한석희 주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한중 양국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한반도 통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활발한 논의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자문위원과 전문가, 학자 외에도 현지 유학생, 동포 등이 참석해 한중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한중 양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핵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사드 배치에 대해 한국과 중국이 상호 존중의 자세로 입장 차이를 좁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