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12 | 20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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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배당금(Peace Dividend)

지난 1월 6일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국민들의 생계가 어려운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을 두고 핵 개발이 북한의 생명줄이 될 수 있다는 주장들이 많다. 과연 그럴까?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핵 개발을 중단하는 것이 북한의 생명줄이다. 가장 큰 이유는 ‘평화배당금(Peace Dividend)’ 때문이다.

평화배당금이란 전쟁이나 첨예한 군사적 대립이 끝났을 때, 군사적 목적으로 투입되던 비용을 경제적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게 되는 자금의 규모를 의미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평화배당금은 얼마나 될까? 직접적인 평화배당금은 핵 개발 비용을 전용하는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방부가 추계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한 자금 규모는 3, 4차 핵실험 이전인 2012년까지 11억 달러에서 15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투입된 비용은 매몰비용으로 치더라도 계속해서 핵실험을 하기 위해 추가되는 연구와 투자비용, 핵실험 설비의 건설비용 등은 평화배당금에 포함돼야 한다.

북한의 막대한 국방비도 상당 부분 평화배당금에 포함돼야 한다. 미국 국무부나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등에서 발표하는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12.4~22.1%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2.7~2.8%), 러시아(2.7~3.8%), 중국(1.3~2.2%), 미국(4.8%) 등의 국방비 비율에 비해 월등히 높은 규모다.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대외관계를 정상화한다면 국방비도 일반적인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GDP의 5% 정도로만 줄여도 GDP의 7~17%에 해당하는 평화배당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평화배당금을 군사적 대결구도에서 지출하게 되는 직간접적인 기회비용으로 해석하게 되면, 그 규모는 엄청나게 증가할 수 있다. 우선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제한받고 있는 경제활동과 추가적인 거래비용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가깝게는 한국 기업들이 시행하던 금강산 관광사업이나 북한 내 투자사업들이 다시 회복될 수 있고, 추가적인 경제협력이 일어날 수 있다. 한때 활발했던 일본과의 경제관계도 회복될 수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도 경제협력이 가능해진다. 국제금융기구의 지원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북한이 필요로 하는 신기술과 자본 도입의 어려움도 해결될 수 있다.

앞에서 얼추 열거한 평화배당금만 북한이 활용할 수 있어도 경제적으로는 새로운 생명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포기하지 않고도 베트남과 중국은 평화배당금과 경제개혁을 통해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루어왔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핵 보유가 북한의 새로운 생명줄이 된다는 것은 허구이다. 오히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만 강화해 북한의 경제가 더 어려워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북한의 하나 남은 ‘경제적 생명줄’인 중국조차 지원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는 더욱 강력한 대북 경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경제가 지금보다 어려워지면 북한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도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핵 개발은 절대 북한의 새로운 생명줄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오히려 북한 정부와 주민들에게 평화배당금이야말로 보장되어 있는 손쉬운 생명줄임을 일깨워주고 싶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독일 키일대학 경제학박사, 연세대 통일연구원 연구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1기 민간위원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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