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12 | 20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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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 촉구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도 강조

1월 13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사진> 1월 13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미국은 북핵을 심각하지만 시급한 문제로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방치하면 북한은 5차, 6차 핵실험으로 갈 것이니,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동해 방지해야 한다. 북한에 원유를 주고 있는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도 중요하다.

2016년 벽두부터 한반도 안보 상황이 심상치 않다. 국제사회의 우려를 비웃듯이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이다. 북한은 1월6일 낮 12시 30분(평양시간 낮 12시) 조선중앙TV 특별 중대 보도를 통해 첫 수소탄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보도는 “우리의 지혜, 우리의 기술, 우리의 힘에 100% 의거한 이번 시험을 통하여 우리는 새롭게 개발된 시험용 수소탄의 기술적 제원들이 정확하다는 것을 완전히 확증하였으며 소형화된 수소탄의 위력을 과학적으로 1월 13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해명하였다”고 주장했다. 또 “수소탄 시험은 미국을 위수로 하는 적대 세력들의 핵 위협과 공갈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 권을 철저히 수호하며 지역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변했다.

北 수소탄 개발 주장 논란은 있다. 그러나…

북한이 시험한 것이 진짜 수소탄인지 아닌지 그 진위를 파악하기는 아직 어렵다. 과거세 차례의 핵실험에서도 북한은 완전한 성공이라고 주장했지만, 국제사회는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바 있다. 이번 수소탄 실험 이후에도 당분간 그런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소폭탄은 대체로 기존 핵분열탄에 비해 더 복잡하고 진전된 기술인 ‘핵융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서구 기준으로 볼 때, 폭발력이 미약한 것을 보면 수소탄으로 보기 어렵고, 이를 수소탄이라고 할 경우 디자인상 결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비록 증폭핵분열 방식의 핵무기일지라도, 이는 소형화를 위한 중요하고도 실질적인 진전이기 때문에 한반도 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것은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내외적으로 긴박한 상황이 벌어진 것을 계기로 1월 13일 취임 이후다섯 번째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날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의 키포인트는 경제 살리기와 국회 경색 등 국내 정세 개선과 북핵문제로 대표되는 안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현 시국을 “안보와 경제 두 축이 동시에 위기를 맞는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의 북핵 대응은 이전과는 달라 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북한의 후방·국제 테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테러방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국가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노동개혁은 한시가 급한 절박한 과제” 등의 표현으로 국내외 상황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국제적 고립과 제재를 무릅쓰고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의도는 우선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전환을 압박하고 그간 오 바마 행정부가 취해온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포기케 하는 한편, 미·북 간 대화 재개도 압박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 개발 역량을 과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대해서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해온 통일 준비에 찬물을 끼얹고, 핵을 앞세워 대남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대내적으로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 수립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지지 동원, 대내 지지 기반의 공고화를 기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1월 13일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왼쪽부터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 아시아대양주국장,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사진> 1월 13일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왼쪽부터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 아시아대양주국장,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북한의 최근 행태를 보면 ‘핵보유국’으로서 독자생존 모색을 장기적 생존전략의 방향으로 결단한 듯한 징후가 보인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향후 핵 역량 강화와 운반수단 다양화에 적극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개발 지속 등 핵 역량 강화를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해 10월 17일 성명에서 “조선반도에서 평화를 보장하는 방도는 오직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을 백방으로 강화하여 미국의 가중되는 핵 위협과 전쟁 도발을 억제해나가는 랭전의 방법이다. … 다른 하나의 방도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우리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데 응해나옴으로써 신뢰에 기초한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수립해나가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을 회피하면 ‘무한대한(=끝없는) 핵 억제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함으로써 미국과의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는 한 핵 무력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재확인했다.

또한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 견지를 통해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올해 신년사에서 7차 당대회가 북한의 미래 노정에 대한 ‘휘황한 설계도’를 펼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경제 강국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여 나라의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에서 새로운 전환을 이룩하겠다”고 선언했다.

“인민 생활 문제를 천만 가지 국사 가운데서 제일 국사”로 제시하는 한편,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에서 자강력 제일주의”를 최우선시하고, “사대와 외세 의존은 망국의 길”이라고 지적했다. 정상회담을 하지 못한 중국과의 관계 악화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보면 북한은 장기적으로는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 실화 한후 유리한 입지에서 미국, 한국,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심각한 문제(Serious Problem)’이긴 하지만 ‘시급한 문제(Urgent Problem)’는 아니라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미국 당국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중단·지연 징후는 없으며, 현재 상태가 유지되면 북한은 2020년까지 50~1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무기들은 플루토늄이 아닌 농축 우라늄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북한 내 우라늄 농축 시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적으로 미국의 주된 관심은 북한의 핵 능력보다는 미사일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에 위협이 될 만한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미국 내에서는 ‘전략적 인내’ 정책의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그런 기류는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강경화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북한 압박

최근 미국 비확산 정책 부서에서는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을 하면 그것은 곧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만한 심각한 사태라고 보고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미국이 준비 중인 대북 패키지 속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단체나 개인도 제재 대상으로 삼는 소위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며, 그럴 경우 북한은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 때보다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9월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인사를 나누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사진> 2015년 9월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인사를 나누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갈수록 강경해지는 미 의회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초당파적 대북 강경 결의안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대북 압박 국면에서 성공의 관건은 역시 중국의 역할이다. 이번 핵실험의 경우 사전 통고가 없어, 미국 못지않게 중국도 당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대한 과거 중국의 대북 제재는 약한 편이었으나 중국은 이번 실험을 계기로 유엔 제재나 미국과의 협력에 과거보다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전망이다.

그래도 중국이 북한 정권의 정치·경제적 붕괴까지 초래할 수 있는 조치, 예를 들면 송유 중단까지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 핵으로 야기될 수 있는 동북아의 핵 도미노는 중국에도 불편한 사태이지만, 중국은 핵실험을 계기로 한미, 또는 한·미·일 대북 공조가 강화돼 북한이 붕괴하는 사태는 원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제재가 포함된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중국은 그동안 누차에 걸쳐 북핵 불용 의지를 공언해왔다”며 “그런 강력한 의지가 실제 필요한 조치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추가 핵실험도 막을 수 없고,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안정도 담보될 수 없다는 점을 중국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중국을 향해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위태로운 핵 불장난을 단호히 중지시킬 수 있을지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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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세종연구소 동북아평화협력센터장
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일리노이대 졸업(정치학박사) 국방연구원 연구원과 외교통상 부 정책기획관 등 역임. 현 민주평통 기획조정위 간사, 한국 핵정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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