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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 북한 인권 개선 없이 진정한 통일은 불가능

북한 인권 개선 없이
진정한 통일은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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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인권학생연대 대학생들이 1월 7일 북한 정권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지난해 12월 12일 장성택 숙청 과정을 보고 전 세계가 경악했다. 2월 17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최종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는 인도에 관한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북한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므로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을 반인도적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3대 수령과 국방위원회 등 관련 기관의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해 책임을 물을 것을 유엔에 권고했다.

도대체 북한 인권이 왜 중요한가? 한반도의 통일이 민족적 염원이지만, 인권이 유린되는 통일까지도 감수할 수 있을까? 자유를 맛본 사람들은 전제정치하의 인권 유린을 견뎌낼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태어났고, 동일한 존엄성과 권리를 향유한다’는 기본원칙은 대한민국의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체제와 이념을 그대로 두고서는 진정한 통일을 이룰 수 없다. 통일이라는 이름을 붙이더라도 그것은 눈속임일 뿐이며, 머지않아 다시 분열될 수밖에 없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른 국제사회는 유태인 학살과 같은 인권 유린이 세계대전의 원인이 됐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유엔 헌장 제1조에 ‘인권 보호 증진’을 ‘국제 평화 유지’, ‘경제 협력’과 함께 유엔의 3대 목적으로 설정했다. 이러한 기본정신에 따라 1948년 12월 10일 역사적인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고, 이어서 오랜 교섭을 거쳐 1966년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2개의 인권 규약(사회권 규약, 자유권 규약)을 채택했다.

유엔 체제 출범 이후 지구상 모든 사람이 기본적 인권을 보편적으로 향유한다는 원칙이 강화돼왔다. 과거에 통용되던 개별 국가의 절대주권 이론에 대한 수정이 가해졌고, 주민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 유린을 정당화할 수 없도록 규범이 발전했다. 2005년에는 유엔 정상회의 결과 국가의 보호 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이 규범화되었다. 국가의 주권(Sovereignty)이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우월적 지위(Privilege)가 아니라 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의미한다고 정의하였다. 2011년 리비아 시위 군중에 대한 카다피 정권의 무차별 학살사태에 대해 유엔 안보리는 바로 ‘국가의 보호 책임’을 들어 유엔의 리비아 제재를 결의했다. 결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군력의 무력 제재가 이루어졌고, 카다피 정권은 무너졌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전통 국제법 원칙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변화를 의미한다. 국제사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도쿄 전범 재판, 구유고 전범 재판, 르완다 전범 재판을 통해 인도에 관한 죄, 평화에 관한 죄, 집단 살해에 관한 죄의 책임을 물어 처단했다. 2002년부터는 헤이그에 상설적인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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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제9차 북한인권사랑방 모임행사.

북한 인권 문제 외면해온 과오 되풀이 말자

유엔 출범 이후 인권 체제의 괄목할 만한 발전과 근본적 변화에 대해 우리 정치권은 한마디로 무지했다. 북한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2003년부터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채택됐는데도, 한국 정부 대표는 4년간 표결에 불참하거나 기권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한국 외교가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6년 12월 11일자 전원회의 결의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우리 스스로를 묶어버리는 과오를 범했다. 2010년 12월 6일자 새로운 결의에 의해 북한 인권 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요 과제로 포함시켰지만, 한국 사회의 몰상식의 흔적이 기록으로 남았다.

2005년 이후 국회에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법안이 제출됐고, 이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원회에서 상정조차 거부해 9년째 발목을 잡아왔다. 심지어 야당 대표는 이 같은 법안 상정 저지를 자신의 임기 중 가장 큰 업적이라고 자랑했다. 어느 정치인은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을 ‘배신자’라고 일갈해 숨겨온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들은 북한 인권법을 제정하면 전쟁이 일어난다거나 법이 제정돼도 북한 인권 개선은 어렵다고 이유를 댄다. 심지어는 상대방의 주권에 대한 간섭이라거나 외교적 결례라며 북한을 두둔하기까지 한다. 그들은 북한 동포 2000만 명의 처참한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북한 정권의 안위에 더 관심을 가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마치 나치의 유대인 학살 행위에 대해 독일의 배타적 관할권이 적용되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관여할 수 없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일본 군대가 강제 동원한 군대위안부 문제도 일본의 주권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침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인권의 중요성을 그토록 외치던 정치인들이 북한 동포의 인권침해를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자기모순이다. 민주투사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자기부정이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계기로 한국 국회가 국제사회의 상식에 따르는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 그래서 올바른 북한 인권법을 제정하기 바란다.

 

photo 김석우
10대 통일원 차관, 현재 국무총리 자문기구 ‘시민사회발전위원회’위원, 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통일 및 북한 분야 자문위원,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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