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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2014년 북한의 대남정책

2014년 북한의 대남정책
유화정책을 통한 실익 추구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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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결실로 이산가족 상봉이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북한 강원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2차에 걸쳐 이루어졌다. 사진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남측 장춘 씨(81·왼쪽 아래)가 북측의 가족들을 만나 손을 잡고 있다.

한국의 대북정책은 비교적 뚜렷하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대북정책을 발표하고 또 이 틀 속에서 임기 5년 동안의 대북정책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정책은 희미하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대남정책을 발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희미한 대남정책마저도 온탕과 냉탕을 밥 먹듯 오가기 때문이다.

•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며 나아가 통일 기반을 구축하려는 정책’이다. 신뢰 형성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하며, 통일 인프라를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 협력의 선순환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박근혜정부 대북정책의 4대 핵심 과제이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과 대비되는 북한 김정은의 대남정책은 무엇인가? 김정은의 등장을 기점으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은하 3-2호 발사와 3차 핵실험, 그리고 지난해에 쏟아냈던 말 폭탄 등을 고려해본다면 김정은의 대남정책은 ‘무력을 바탕으로 한 대남 압박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책이 2014년에도 그대로 지속될까? 아니면 손바닥 뒤집듯이 대남정책을 바꾸어 유화정책을 펼치게 될까?

대남 유화정책 가능성 있어

김정은의 대남정책이 유화정책으로 전환될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근거는 있다.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그 가능성이 어느 정도 예측되고, 또한 북한 스스로도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우선 2014년 김정은 신년사의 관련 부분부터 살펴보자.

‘북남 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하여야 합니다.… 백해무익한 비방 중상을 끝낼 때가 되었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남조선 당국은 무모한 동족 대결과 종북 소동을 벌이지 말아야 하며 자주와 민주, 조국 통일을 요구하는 겨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북남관계 개선에로 나와야 합니다.’

김정은이 2014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마련’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의 대남 압박정책과는 다른 대남 유화정책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유추할 수 있다. 김정은은 2013년 신년사에서도 남북 적대관계 해소를 밝혔다. 그러나 3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말 폭탄을 쏟아냈다. 따라서 올해도 ‘말 따로 행동 따로’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워낙 신뢰성이 부족하고 정책의 일관성이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김정은의 중대 제안이 있었고,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됨으로써 대남 유화정책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남 유화정책의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북한 스스로도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외교적 필요성 때문이다. 김정은 등장 이후 북한은 북한 주민을 단결시키고 자부심을 고양해 조기에 3대 세습체제를 안착시키려 했다. 북한은 주민을 단결시키기 위해 한국을 희생양 삼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켰다. 또한 자부심을 고양하기 위해 은하 3-2호 미사일을 발사하고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런 정책이 김정은 체제의 조기 정착에는 분명 도움이 됐을 것이나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받기에 충분했다. 불량 국가의 이미지가 덧씌워졌고,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 강화됐다. 이제는 이를 벗어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대외정책을 펼칠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집권 후 당·정·군 간부 44%를 교체해 자신의 사람들로 충원했다. 심지어 고모부인 장성택마저 비참하게 처형함으로써 누구도 김정은에게 도전하지 못하도록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김정은은 지난 2년여의 시간을 통해 북한을 장악했다고 판단하고, 이제는 외부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셋째, 경제 강국 건설을 위해 한국으로부터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2년에 6·28 경제 개선 관리조치를 통해 경제의 자본주의적 요소를 일부 도입했고, 2013년에는 국가경제개발위원회의 설립과 함께 신의주 특구 및 13개의 경제개발구를 발표함으로써 경제 강국을 향한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관계가 급격히 냉각되자 북한은 한국을 그 대안으로 택했다.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 그리고 지원을 위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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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2014년 1월 1일 오전 9시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방송된 신년사에서 “북남관계의 개선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남 유화정책의 환경 조성

북한은 2014년 1월 중순, 국방위원회 명의의 ‘중대 제안’을 발표했다. 상호 비방·중상 중지, 상호 적대행위 중단, 핵(核)재난 예방조치 등 3개 분야가 핵심이다. 한국이 중대 제안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내자 북한은 국방위원회 명의의 공개서한까지 발표했다. 북한은 공개서한을 통해 자신들의 제안이 위장 평화 공세도, 선동 심리전도, 도발을 위한 구실이나 명분 쌓기도 아니며, 급변사태나 체제 불안정 수습을 위한 전략적 조치도 아님을 강조했다.

북한은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수락했다. 그 이후에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열렸다. 결국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북측 대표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남측 대표를 맡아 2차례에 걸친 접촉이 있었다. 고위급 접촉을 통해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예정대로 진행, 상호 비방 및 중상 중지, 그리고 상호 관심사 추후 협의’ 등의 3개항에 합의했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점은 고위급 접촉이 5년여 만에 재개됐다는 점, 상호 관심사에 대해 추후 협의한다는 점, 그리고 북측 대표단을 북한 ‘국방위 대표단’으로 명명했다는 점이다.

이런 환경 변화가 남북한 모두에 주는 의미가 있다. 한국은 신뢰 프로세스를 펼칠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북한도 대남 유화정책을 전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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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월 28일 북측 출입사무소에서 북측 운용인력들이 개성공단 출입자의 신원을 전자 단말기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RFID 시스템이 구축되면 남측과 북측 출입사무소가 통신 회선으로 연결돼 출입자 명단을 전산으로 교환하게 되고 출입 당일에는 자유롭게 개성공단을 드나들 수 있게 된다.

대남 유화정책의 방향과 한계

북한은 유화정책을 통해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실익을 얻으려 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종료 후 북한은 남북 장관급 회담 또는 청와대와 국방위 간 접촉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조치의 해제, 경제특구에 대한 투자, 비료 및 식량 지원 등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한국은 이산가족 상봉행사 정례화,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해결, 북한 자원 개발 참여, 남북한 횡단철도, DMZ 평화공원 조성 등에 관심이 많다. 물론 남북한 체육 및 문화 교류, 남북한 정체성 및 공동체 형성을 위한 공동 연구 등도 주요 관심사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의 관심사항이 다르긴 하지만 남북한이 회담을 통해 적절한 타협을 이루어나간다면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북한은 경제적 실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고, 한국도 원하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장밋빛 전망이 가정으로 그칠 수도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못한다면 남북관계의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고 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어야 남북한의 관계 개선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6자회담의 진전은 마치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운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남 유화정책의 지속과 중단 여부가 이 부분에서 결정될 것이다. 만일 북한이 ‘조건 있는 6자회담’에 복귀한다면 6자회담과 남북회담은 순항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조건 없는 6자회담’만 고집한다면 6자회담은 고사하고 남북회담도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지 않은 채 대남 유화정책을 통해 경제적 이득만 취하려고 한다면 이는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몇 번의 남북회담과 초보적 수준의 남북 교류 및 협력에 그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남 유화정책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통한 비핵화 정책과 직접 연동되어 있다. 비핵화를 하지 않은 대남 유화정책은 일정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고 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어야 남북한의 관계 개선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6자회담의 전진은 마치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운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응 방향은?

북한이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오로지 북한의 몫이다. 사실 올바른 길과 그렇지 못한 길을 선택할 경우 북한이 받을 수 있는 이익과 손실은 이미 대차대조표상에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주저한다면 남북회담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다시 대남 압박정책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대남 압박정책은 국지 도발,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사이버 공격, 물리적 테러, 사이버 심리전 등 대체로 메뉴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매번 대상, 시간, 장소, 그리고 방법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정책을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회담 대표단의 ‘급과 격’을 따질 정도로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대북정책을 추진했다. 비밀회의가 아니라 공개회의의 원칙도 지켜나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듯 국민들의 절대 다수가 박근혜식 대북정책 추진의 원칙을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정부는 국민의 든든한 지지를 바탕으로 의연하게 대북정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대남 유화정책을 전개하든 또는 대남 압박정책을 전개하든 한국은 양 극단의 정책에 모두 대처하면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photo 김열수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와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국사전략학부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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