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호 > 특별좌담

특별좌담 / 박근혜정부 1년

박근혜정부 1년 화
통일·외교·안보 분야 성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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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월 18일 오후 1시 30분
장소 국립외교원
사회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참석자 방효복 한국국방연구원장,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이상 가나다 순)

최완규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의 정책을 중심으로 지난 1년을 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윤덕민 박근혜정부 첫해 국정 과제 중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었습니다. 지난 1년간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를 이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러·중·일 4강 외교는 물론이고 많은 국가와 정상 외교를 펼쳤는데, 그중 더할 나위 없이 공고한 한미동맹 관계를 구축했고, 중국의 시진핑 정부와도 굳건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이제 한국을 중시하는 중국의 자세가 엿보입니다. 러시아와는 유라시아 외교를 통해 지평을 넓혔고,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으로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남은 과제는 일본과의 관계인데, 아베 정권의 퇴행적인 역사 인식 때문에 한일관계가 소원한 상태지만 개선의 여지는 있습니다.
그 밖에 중견국 외교 등 국익을 위한 외교의 네트워크를 잘 정비했다고 생각합니다. 긴밀한 양자관계도 필요하지만 다자 간 다층적인 네트워크 외교가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정부의 외교는 선택이나 균형을 지향하기보다는 네트워크를 강화해 우리의 국익을 확대해가는 전략입니다. 균형이라기보다 조화를 강조하는 외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박근혜 대통령께서 항상 하는 말씀이 ‘비정상의 정상화’인데, 지난 1년간 대북정책에서 정상화를 위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즉 북한의 3대 세습과 관련된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원칙 있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통해 일정 부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유성옥 박근혜정부는 신뢰할 수 없는 북한을 상대로 신뢰할 수 있는 남북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난 1년간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 여건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이어 장성택 처형이라는 북한 내부의 격동이 있었습니다. 이에 북한의 도발에 따른 긴장과 대립이 격화되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만,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합의를 도출한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남북관계에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실현된 것이지요.
과거에는 우리가 북한을 지원하면서도 되레 북한에 끌려다니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숫자만 늘려준 사례가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우리가 북한에 지원하는 만큼 우리도 북한으로부터 얻을 것은 얻는 관계로 가고 있습니다.

방효복 박근혜정부에서 확고한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입니다. 이 용어는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품격을 높여주었습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지만 신뢰라는 말은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이해가 되는 용어였습니다. 안보 측면에서는 북한의 전술적 변화가 여러 번 있었지만 언제든지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도발에 관계된 내용이기 때문에, 굳건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부활된 국가안전보장회의, 신설된 국가안보실의 역할

최완규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됐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5년 만에 부활하고 청와대에 신설된 국가안보실에서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후 NSC 주도로 남북고위급 접촉을 성사시키고, 결과적으로 남북 최고위 당국자 간 소통 채널이 확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향후 대북정책, 통일정책, 외교·안보정책 추진 과정에서 NSC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죠.

윤덕민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정원 등 다양한 기관들 사이에 통합되고 조율된 사령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고, 그것이 NSC 부활의 계기가 됐습니다.
박 대통령은 조직을 정비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국가안보실을 신설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과제들은 한 조직에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NSC의 출범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중요한 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유성옥 NSC는 모든 정보와 정책이 모이는 곳입니다. 정거장이자 컨트롤타워 기능도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인원과 예산으로 볼 때 그 조직에서 국가 전체의 외교·안보·통일정책을 다루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외교·안보·통일 관련 정부 부처가 최대한 역할을 하고, NSC는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에 주력해야 합니다.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되면 상대적으로 각 부처 역할이 위축됩니다.
다만 NSC 설치를 계기로 북한의 체제 변화와 일정한 과도기를 거쳐 통일 이후까지 20~30년을 내다보는 국가 대전략이 나와야 합니다. 거기에는 향후 북한 정권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전략적 목표가 제시돼야 합니다.
이처럼 대통령을 중심으로 모두가 공감하는 목표와 전략하에서 각 부처가 세부적인 액션플랜을 세워야 합니다. 그런 큰 그림 없이 각 부처가 중구난방 식으로 나가면 혼란만 커집니다. NSC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큰 그림을 그려서 각 부처가 하는 일을 챙기고 점검하고 또 통합하는 것입니다. 또 각 부처와 연구기관에서도 NSC만 바라볼 게 아니라 스스로 국가전략을 찾아내 NSC를 지원한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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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성장과 효율 위주의 경제적 관점에서 통일에 접근하다 보니 통일의 대의명분이나 규범적 가치가 전제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방효복 방효복 우리의 외교·안보정책이 임기 5년의 정권이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님을 전제로 한다면 NSC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자명합니다. 중·장기적 국가의 모습, 안보의 지향점, 외교에 대한 기본지침 등 대전략(Grand Strategy)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NSC가 이번 남북회담의 전면에 나선 것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봅니다. NSC는 관련 부서 간 조정과 통제 기능을 맡아 조력자와 코디네이터 노릇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시의적절한 ‘통일 대박론’의 효과

최완규 연초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꺼낸 후 우리 사회에서 통일 논의가 분출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성장과 효율 위주의 경제적 관점에서 통일에 접근하다 보니 통일의 대의명분이나 규범적 가치가 전제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윤덕민 내년(2015년)이면 분단 70년입니다. 분단이 70년 이상 지속되면 동질성이 훼손되고 그만큼 고착의 위험성이 커집니다. 이제 통일담론은 남북한 주민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북한과 통합되는 과정은 우리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흔히 통일 과정의 리스크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통일을 기회로 보고 들어오려고 합니다. 그래서 남북한이 통합하는 과정이 젊은 세대에게 상당한 기회가 될 수 있고, 남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회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역사적인 통일담론을 가져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시의적절했습니다.
요즘 대통령께서 즐겨 인용하는 말씀이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입니다. 통일이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통일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다 보면 통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철저히 준비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지요.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면 분명히 통일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유성옥 여론조사를 해보면 국민의 70%가 통일비용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하는데 당장 내 호주머니에서 비용을 내겠다는 사람은 30%가 채 안 됩니다. 소위 ‘눔프(Not Out Of My Pocket)’ 현상이지요.
그러나 통일이 아니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습니다. 2050년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대로 멈춥니다.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통일이 정말 우리에게 희망이고 혜택이고 축복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낸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는 통일을 투자로 보았습니다. 남북 간 대화도 통일을 위한 하나의 투자이며,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투자도 해야 합니다. 김정은 정권을 향하는 통일 노력이 있다면 또 다른 노력은 북한 주민을 직접 바라보는 통일 노력입니다. 두 개가 같이 가야 합니다. 김정은 정권과 하다가 안 됐을 경우 북한 주민을 바라보는 통일운동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방효복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용어와 시기가 절묘했습니다. 첫째, 통일은 좋은 것, 희망적인 것,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는 긍정적 사고로 전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둘째, 대외적으로 우리의 통일 의지를 널리 알렸습니다. 외국 학자들을 만나면 “왜 남한에서는 통일에 대한 의지와 열기가 표출되지 않느냐”라고 묻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셋째, 북한 당국자와 주민들에게도 통일이 희망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됐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시아 패러독스’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국의 생존법

최완규 1972년 고(故) 김경원 교수께서 국제 학술회의에서 이런 말씀을 한 적 있습니다. “대한민국 통일정책의 진정한 딜레마는 어떻게 하면 궁극적 목표로서 통일을 달성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안보라는 국가의 핵심적 이익을 지키면서 소극적으로 통일을 추구하느냐에 있다”라고요. 통일과 안보는 양날이라는 것이죠. 그로부터 40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통일담론과 안보담론의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과 논의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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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제 통일담론은 남북한 주민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윤덕민 우리가 북한을 압도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만 전향적인 대북정책도 가능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피땀 흘려 안보를 구축했고, 다만 비대칭전력에서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 문제가 있습니다만, 그것을 억제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도 만들어나가면서 대북정책과 통일담론을 추진해야 합니다.

방효복 안보담론과 통일담론이 상치되는 것은 ‘투자’ 때문일 겁니다. 일정한 재원을 가지고 배분할 때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의 문제지요. 우리가 압도적인 우세 속에서 북한이 어쩔 수 없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적어도 북한보다는 확실히 우위에 있는 물리적 힘을 확보할 만큼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이해시켜야 합니다.

유성옥 남북 합의는 또 나올 수 있습니다. 7·4 남북 공동성명도 있었고, 남북 기본합의서도 있지 않았습니까. 1991년 합의된 남북 기본합의서 초안 작성에 저도 참여했습니다만, 남북이 합의한 기본합의서 내용대로라면 지금쯤 통일이 됐을 겁니다. 결국 북한 정권이 변하지 않으면 통일은 불가능합니다.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은 햇볕정책일 수도 있고, 압박정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햇볕정책은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압박 일변도의 정책 또한 한계가 있습니다. 어쨌든 분명한 전제는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을 위한 정권으로 변하지 않는 한 통일은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완규 현재 동북아 지역에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과 동북아 지역에서의 협력을 위해 우리 외교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요.

윤덕민 최근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둘러싸고 상당히 경쟁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상하원 연설을 했습니다. 오바마 정부에서 6명의 외국 정상이 미국 상하원 연설 기회를 얻었는데 영국, 독일, 이스라엘, 멕시코 정상과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두 번이나 한 것이죠. 그만큼 미국이 한국을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우리를 굉장히 중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누가 한국의 마음을 사로잡느냐가 이 지역 질서에서 중요한 ‘패’입니다.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할 때 가장 중요한 관문이 바로 한반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중국을 봉쇄하고 견제하려면 미국은 한미동맹을 중시할 수밖에 없고, 반대로 중국은 한국을 친중화시켜야만 자신들의 염원인 태평양으로 진출할 길이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구한말의 재현 아닌가,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으니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만, 저는 이 상황이 우리에게 ‘꽃놀이패’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도 우리를 중시하고 중국도 우리를 중시하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할 게 아니라 즐기자는 겁니다. 특히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국과 중국 모두 북한 자체보다 한국을 더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지혜를 짜내야 합니다.

유성옥 지금 우려되는 것은 ‘아시아 패러독스’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데, 정치·안보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해야 하고, 또 주변국가들 간에 경제협력은 증가하지만 정치·안보 등의 문제에서는 불신과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이죠. 이 때문에 우리의 생존권은 점점 위협받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일본과 중국이 대립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한반도 통일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우리는 소프트 파워 외교를 통해 주변국가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통합의 이익을 창출해냄으로써 한반도에서만큼은 화해와 협력, 평화, 공동 이익이 실현되도록 해야 합니다.
‘아시아 패러독스’에서도 희망적인 것이 소위 ‘신형대국관계’입니다. 과거에는 소련과 미국이라는 두 개의 대국이 경쟁을 했다면 이제 중국을 G2로 인정해달라는 것이 신형대국관계입니다. 중국이 신형대국으로 인정받으려면 G2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바로 북한 핵에 대한 중국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요구입니다.
저는 핵무기가 북한 김정은 정권을 유지시켜주는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고 통일로 가는 길이 되리라 봅니다. 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과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얻어내면 한반도 통일이 가능합니다.
북핵 억지력 갖추고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최완규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정책으로 ‘비핵·개방 3000’을 표방한 뒤 선(先) 비핵화, 후(後) 교류협력의 틀로 고착돼 남북관계가 정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북핵 문제를 어떻게 연동시킬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윤덕민유성옥 지금 우려되는 것은 ‘아시아 패러독스’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데, 정치·안보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해야 하고, 또 주변국가들 간에 경제협력은 증가하지만 정치·안보 등의 문제에서는 불신과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이죠. 이 때문에 우리의 생존권은 점점 위협받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일본과 중국이 대립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한반도 통일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우리는 소프트 파워 외교를 통해 주변국가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통합의 이익을 창출해냄으로써 한반도에서만큼은 화해와 협력, 평화, 공동 이익이 실현되도록 해야 합니다.
‘아시아 패러독스’에서도 희망적인 것이 소위 ‘신형대국관계’입니다. 과거에는 소련과 미국이라는 두 개의 대국이 경쟁을 했다면 이제 중국을 G2로 인정해달라는 것이 신형대국관계입니다. 중국이 신형대국으로 인정받으려면 G2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바로 북한 핵에 대한 중국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요구입니다.
저는 핵무기가 북한 김정은 정권을 유지시켜주는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고 통일로 가는 길이 되리라 봅니다. 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과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얻어내면 한반도 통일이 가능합니다.

북핵 억지력 갖추고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최완규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정책으로 ‘비핵·개방 3000’을 표방한 뒤 선(先) 비핵화, 후(後) 교류협력의 틀로 고착돼 남북관계가 정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북핵 문제를 어떻게 연동시킬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윤덕민 우리 사회에서 북핵 문제가 점점 더 형식화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를 제기하면 할수록 남북관계가 악화되니 이를 덮어두고 남북관계를 개선해나가고 점진적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해결될 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저는 북핵 문제야말로 당사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북핵 외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입니다. 북한의 상황을 볼 때 내부 결속이나 미국과의 담판,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등을 의식해 올봄이나 초여름 사이에 또 한 차례 핵실험 또는 미사일 실험을 할 개연성이 있습니다.
핵에 관해서는 이미 남북 간에 불균형이 존재합니다. 북한이 이미 핵실험을 세 차례나 했습니다. 그것을 억제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 없으면 대북정책에서 운신의 폭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북한 핵에 대한 대비책과 억제력을 기르는 동시에 국제사회와 더불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일관되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핵에 의존하는 한, 그것이 비용이 되고 손해가 된다는 점을 북한에 올바로 인식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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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핵을 생존의 보장책으로 생각하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오히려 생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방효복 한국국방연구원장

유성옥 남북관계와 핵 문제 해결은 병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북핵 문제 해결의 과정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남북관계만 진전되면 과거처럼 북한의 핵 무장력만 길러주고, 우리가 오히려 북핵의 볼모가 되는 안보 공백 상태가 올 수 있습니다. 핵 문제에서 합의를 위한 합의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합의를 파기했을 때 페널티가 없으면 또 파기합니다. 페널티는커녕 회담 복귀에 따른 보상을 챙기니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북한은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핵무기가 없어서 붕괴됐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게임의 룰이 바뀌었음을 북한이 깨닫도록 해야 합니다. 오히려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체제가 붕괴된다는 인식을 북한이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대북 안보리 결의 2094호’에 따라 대북 제재와 압박을 계속해나가되, 출구가 없으면 북한이 이판사판식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북한에 핵 포기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시해줘야 합니다.

방효복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 사회가 북한 핵을 우리의 문제로서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미국과 북한의 문제로 인식했지요. 이제 핵을 생존의 보장책으로 생각하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오히려 생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또 그들이 핵이 없어도 생존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보장과 지원,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핵을 이용한 도발에 대비해 안보 차원에서 최소의 투자로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을 가져야만 합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 자력으로 하는 방법과 국제적으로 하는 방법입니다. 자력으로 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확장 억제’ 개념 등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에서 보장을 받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최완규 국제정치에서 보면 차원이 다른 가치는 등가로 교환하지 않습니다. 결국 북한 핵이라는 것이 안보 가치를 위주로 해서 나온 문제이기 때문에 안보 대 안보, 핵 대 핵, 이런 차원에서 문제를 접근해야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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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는 소프트 파워 외교를 통해 주변국가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한반도에서만큼은 화해와 협력, 평화, 공동 이익이 실현되도록 해야 합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방효복 저는 북한 핵 문제를 군사적인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안전성입니다. 관리의 문제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국 당국자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들은 무기로서 북한의 핵을 걱정하기보다 안전성이 깨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경고합니다.
사고가 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이 바로 중국이라는 것이죠. 현재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한반도의 비극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핵이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요즘 더티밤(Dirty Bomb)이라 해서 재래식 폭탄에서 핵물질을 넣어 배낭처럼 운반하는 무기가 나오는데, 조잡한 기술로도 엄청난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그런 용도로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최완규 단임제하 정부에서의 대북정책은 수명이 5년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지난 정부를 보면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앞으로는 적어도 통일·외교·안보·국방정책만은 정권과 상관없이 지속될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관련 국책연구기관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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