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제18기 국내지역회의 2018년 12월 5일 <통일시대> 편집위원 좌담에 참석한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의원,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왼쪽부터). “北, 자력갱생만으론 한계
남북관계 성과 없으면 동력 떨어질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시점에,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종합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통일시대> 편집위원 좌담이 열렸다. 2018년 12월 5일 오전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한자리에 모여 2019년 북한의 행보를 다양한 관점에서 짚어봤다. <통일시대> 편집위원장인 임강택 선임연구위원이 좌담의 사회를 맡았다.

임강택 | 2019년 남북관계에 대해 북한이 어떠한 포지션을 취할 것인가를 예측해보자.

서보혁 | 북한의 2018년 신년사를 회고해보면, 2019년에는 남북관계 발전을 가속화하고 나아가 제도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는 연장선상에서 2018년 4월 천명한 경제 발전 총력 노선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남북관계 발전을 전개해나갈 듯하다. 특히 경제협력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이관세_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임강택_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북한이 아파서라도 항복할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위험하다.”

임강택 | 북한이 앞으로의 목표나 주안점을 어디에 둘 것으로 전망하나.

서보혁 | 북한의 대외정책은 자신과 우호적인 나라는 어디든, 과거 적대적이던 나라를 포함해 우호관계를 맺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북·미 정상회담을 했으니 앞으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큰 틀에서 맞교환할 수 있도록 이전보다 북·미 정상회담을 적극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관세_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이희옥_성균중국연구소장
“2019년에도 북한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고립적인 상황으로 치달아 나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희옥 | 북한이 2019년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경제 문제 해결일 가능성이 크다. 2018년 북한 경제가 좋지 않았고, 2019년 경제가 더 안 좋아진다면 선제적 돌파가 필요하다. 제재 국면에서 공간이 열리지 않고 결박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외부적으로 돌파하려면 경제에 초점을 두고 북한식 개혁·개방을 모색할 듯하다. 한편 북한이 핵 보유국가에서 비핵화 국가로 전환함에 따라 그로 인해 야기된 북한 주민들의 혼란을 줄이고자 할 것이다.

홍순직 | 북한의 주요 정치 일정을 살펴보면 2020년은 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과 10개년 전략계획(2010~2020)을 완성하는 해이다. 이 개혁을 성공시켜 2021년 8차 당대회를 개최하고 경제특구와 개발구의 외자 유치 확대로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로 나아가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2019년에는 경제적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 특히 4대 중요 대상 건설사업(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양강도 삼지연군 꾸리기, 단천발전소 건설, 황해남도 물길공사)의 성과 도출을 위해 내부 역량을 총동원할 것 같다.

전영선 | 최근 북한에 나타나는 재밌는 현상은 지방경제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7, 8월 김정은 현지지도를 보면 온천지구 시설에 대한 집중적인 질타가 이어졌고, 종합적인 온천지구로 꾸릴 것을 지시했다. 온천지구를 비롯해 젓갈공장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북한이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면서 당 중심의 경제체제를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까 싶다. 북한의 화장품 브랜드도 다양해졌다. 봄향기, 금강산, 미래, 은하수 등 화장품 브랜드가 추가로 생겼다.

지방경제 활성화… 당 중심 경제체제 지역으로 분산

임강택 | 북한이 남북관계, 북·미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편에선 북한이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무엇을 의미하나.

전영선 | 예방 차원에서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사회주의 체제에 일정 정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북한은 그렇게 얘기하지 않는다. 사회주의가 가져야 하는 기본 덕목은 계속 가져간다. 시장 개혁·개방과 사회주의는 별개다.

임강택 | 북한 입장에선 대북제재가 매우 중요한 변수다.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은 뭔가.

이관세_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홍순직_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한은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뭔가를 만들어가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홍순직 | 대북제재의 효과가 2017년 9월 본격 가시화됐다. 이전까지는 북한 경제가 괜찮았다. 과거보다는 시장화와 정보화의 확산으로 소비재와 숙박·운수, 식당 등 물류·유통 서비스와 경공업 부문에선 대체로 잘 돌아가고 있다. 다만, 대북제재가 완화됐다기보다 감시와 통제가 다소 느슨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2017년 이전보다는 여전히 강한 편이고 제재의 압박이 효과를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북·중 무역이 2018년 9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고, 대중 수출은 같은 기간 89.6%나 감소했다.

임강택 | 대북제재가 2019년에도 지속된다면 북한 경제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2017년에 보유한 자원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이것이 고갈된다면 부담이 더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생각처럼 북한이 항복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북한이 아파서라도 항복할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새로운 비전으로 북한이 나아갈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홍순직 |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2년가량 남았다. 자칫 트럼프의 관심이 한반도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2019년에 모든 걸 쏟아 붓지 않으면 북·미관계는 지지부진해질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현 정부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남북관계마저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2020년부터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한반도 운전자와 촉진자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해야

이희옥 |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교체와 관계없이 대북정책의 폭을 일정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천명했으니 역진하지는 않을 것 같다. 북한으로선 궤도 이탈의 부담도 크다. 국제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 신뢰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핵에 대한 신고나 사찰은 결국 신뢰가 부족해 생기는 문제이므로 어떤 식으로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 2019년에도 북한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고립적인 상황으로 치달아 나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관세_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서보혁_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한미 워킹그룹도 만들어졌으니 선례를 잘 만들어서 비핵화 프로세스에 북한을 끌어들이면 좋겠다.”

서보혁 | 현재 미국에선 민주당, 공화당 불문하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를 비판하고 있다. 2018년 12월 들어 이 협상을 주도한 폼페이오도 북한을 압박하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 내에서 북·미 협상에 부정적인 기류가 국내 정치에 의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한국 정부는 주시해야 할 것이다.

이희옥 | 협상할 때 북한은 단순하면서도 동시적이고 단계적인 해법을 활용한다. 이른바 살라미 전술이다. 중국은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해법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반면 미국은 일괄 타결을 원하는 듯하다. 우리 정부는 중간 스탠스에서 단계를 압축하는 과정에 놓여 있다. 북·미가 최종 단계에 이르려면 중간 매개가 있어야 한다. 김정은의 답방은 이러한 단계를 압축하는 조치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비핵화를 분명히 밝힐 수 있도록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북한이 끌려나오는 것보다는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임강택 | 2019년 새로운 계기를 만들기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분야별로 정부의 과제와 접근 방법에 대해 말해보자.

서보혁 | 남북은 한 민족으로서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의미에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 지원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지원 방침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이후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탄력을 받으면 트럼프 정부도 부분적으로 제재 완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한미간 정책협의도 필요하다. 한미 워킹그룹이 만들어졌으니 선례를 잘 만든다면 비핵화 프로세스에 북한을 유도하기를 바란다.

이희옥 | 중국은 어떤 국제 정세가 펼쳐지더라도 북한의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비핵화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묶어두는 한편 그에 상응하는 대북 인센티브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지가 한중 협력의 중요한 과제다. 한국과 중국이 협력해 북·미관계를 촉진해야 한다.

“종합적인 플랜으로 북한 접근할 기구 필요”

전영선 |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경우 러시아 항공기는 2시간이지만 대한민국 국적기는 2시간 45분이 걸린다. 우회하기 때문이다. 영공을 통과한다면 항공료가 낮아지고 비행시간도 단축된다. 항공협정을 통해 이를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 서해 평화수역 관리체제를 통해 공동어로를 비롯한 어업 협력을 통해 풀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홍순직 | 2018년 9월 북한이 나진·선봉지역 발전전략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그 계획이 꽤 장대하다. 북한은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뭔가를 만들어가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러한 목마름을 채우는 것, 북한이 기대하는 수준과 우리의 가능성 간의 간극을 메워가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북측은 물론 주변 국가들과도 양자적·다자적, 공식·비공식으로 다양한 대화 채널을 가동해 대화를 해야 할 것이다.

이관세_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전영선_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국가 차원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창구이자 종합적인 플랜을 가지고 북한에 접근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전영선 | 통일 문제를 총괄하는 통합적인 기구를 만들어 전략적인 관리와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반도 신경제위원회도 좋다. 국가 차원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창구이자 종합적인 플랜을 가지고 북한에 접근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임강택 | 지금 중국에서 북한을 대상으로 한 사회 거버넌스뿐만 아니라 테러, 문화재 보호,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400개의 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 법률팀은 인원이 200명에 달한다. 북한의 입장에서 생산적인 논의 공간을 지속화할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좌담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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