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남북은 문산~개성 간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과 동해선 철도 연결구간을 공동 점검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정동진역 부근의 동해선 철도 모습.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최대 현안은 북·미 비핵화 협상
2019년 상반기 접점 찾기가 관건

2019년에도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관계 발전은 지속돼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 비핵화 실무 협상이 교착국면에 있었기 때문에 남·북·미 정상들이 직접 협상을 통해 실타래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통한 4차 남북 정상회담에선 비핵화 교착 국면을 해소하기 위한 우리의 중재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재가동돼야 한다.

2019년 새해가 밝았다. 2018년은 한반도 평화의 대전환점을 마련한 한 해였다. 2017년 북한의 제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미국의 강경 대응으로 한반도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문재인 정부의 노력과 역할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베를린 구상을 통해 비핵화와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역설했다. 북한 흡수 통일이나 북한의 인위적 붕괴를 원치 않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남북이 함께 밝은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음을 천명했다.

이어 그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역사의 바른 편에 서는 결단을 내린다면 도울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한반도 화해와 평화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북한도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호응했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과 응원단, 당국 대표를 보내 우리 정부의 평화 노력에 화답했다. 이후 남북관계는 과거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역사적 흐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2018년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이벤트를 꼽자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일 것이다. 한 해 동안 남북 정상회담을 3차례나 개최한 것은 남북관계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4·27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핵 없는 한반도의 실현과 종전선언 등 평화체제 구축, 새로운 평화시대 개막의 문을 활짝 열었다.

4·27 판문점 선언은 2018년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대장전이라 할 수 있다. 5월 26일 판문점에서 갑작스레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둔 교착 국면을 해소한 중요한 회담이다. 이 회담을 통해 중요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라면 남북 정상이 언제 어디서든 일상처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9월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15만 명의 평양 시민 앞에서 육성으로 연설을 했다.

이는 남북 간 신뢰와 소통의 기회를 넓히는 상징적 사건이다. 9·19 평양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직접 다룬 것이다. 과거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 철저한 ‘통미봉남’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적 폐기, 상응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구체적 조치를 합의함으로써 정체된 비핵화 협상에 동력을 불어넣었다.

2018년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이벤트

평양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군사분야 합의서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양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북 양측의 국방 총책임자가 서명한 군사분야 합의서는 현재 착실히 이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사분계선상의 대북 확성기가 사라지고 육·해·공의 합의된 구간에서 상호 간 적대행위가 중지됐다. 남북 군사당국간 상시적 연락 채널이 재개되고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과 실무회담을 통해 군사적 조치들이 협의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작업이다. 상시 우발적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있는 남북 양측의 감시초소(GP)가 시범적으로 철수됐다. 도끼 만행사건의 암울한 역사가 있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은 비무장화 조치가 추진 중이다. 남북간 대결의 현장은 머지않아 관광 명소로 탈바꿈될 것이다.

6·12 센토사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중요하고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 적대관계에 있던 미국과 북한의 역사적 화해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미국은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약속함으로써 핵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했다. 북·미관계 정상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도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냉전체제가 포괄적으로 해체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이 같은 북·미 정상간의 큰 틀의 합의는 비핵화 회담을 이끄는 주요 동력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는 현안의 상시적 협의와 남북관계 제도화에 기여하고 있다. 2018년 9월 개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남북 인원이 상주해 상시 필요한 연락과 협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과거 동서독의 사례처럼 상주대표부가 각기 수도에 설치돼 대사관급 기능을 담당하거나 현재 남북관계와 앞으로의 기능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선 남북 인원이 한솥밥을 먹으면서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 당국자 간 신뢰 구축에도 기여할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남북관계’ 구축에 전력

그렇다면 2019년 기해년의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관계 발전은 지속돼야 한다. 특히 2019년 초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약속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예정돼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1, 2월에 예정돼 있다. 2018년 하반기 이후로 비핵화 실무협상이 교착 국면에 있었기 때문에 남과 북, 미국의 정상들이 직접 협상을 통해 실타래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통한 4차 남북 정상회담에선 비핵화 교착 국면을 해소하기 위한 우리의 중재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재가동돼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징검다리로서 미국의 협상 의지를 북한에 전달하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12월 초 G20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하게 되면 자신의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줄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받은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중재자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할 것이다.

2018년 12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2019년 남북관계는 2018년의 바통을 이어받아 ‘되돌릴 수 없는 남북관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함께 선순환되는 구조를 좀 더 공고히 해나갈 필요가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둬 비핵화 협상에서 대타협을 이뤄낸다면 남북관계는 한층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비핵화 조치는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한 만큼 대북제재가 바로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남북 경제 협력 사업도 제한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제재 완화 국면에 대비해 필요한 준비를 계속해나가야 한다.

G20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밝혔듯이 우리는 북한이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 대북제재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다만 남북관계 진전은 대북제재 공조를 저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고 촉진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고, 경제 발전을 위해 우리와의 협력이 절실하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려면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북한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설명해나갈 필요가 있다.

2019년 인도 및 사회문화 분야 교류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비핵화 협상과 병행해 남북 간에는 아직 협의·해결해나가야 할 일이 많다. 2018년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이산가족 상봉과 상시 면회소를 통한 이산가족들의 만남이 본격화돼야 한다.

이산가족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호응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산림 협력과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합의 사항들도 착실히 이행돼야 한다.

가장 주목할 것은 군사분야 합의의 이행이다. 2018년 상호 간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많은 시범적인 조치들이 전개됐다. 과거 남북 간 군사분야 합의는 늘 북핵 문제와 정치 변동에 따라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합의 이행이 원만히 이뤄져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아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초보적 신뢰 구축에 머물러 있다.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맞게 초보적 신뢰 구축을 넘어 본격적인 군비통제와 군축 문제도 협의해야 한다. 상황 전개에 맞춰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도 출범할 필요가 있다.

국민 공감대 확보에 만전… 민주평통 역할 중요

마지막으로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의 상황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확보해나갈 필요가 있다. 지금 한반도의 거대한 변화 속도에 비해 대내외 인식의 변화는 더디다. 이러한 공간을 메우는 데는 민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아직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여론이 다수다. 우리가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해 선언한 비핵화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가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강화해야 한다.

2018년 9월 평양에서 채택한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시범 철수한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상호검증이 2018년 12월 12일 진행됐다. 강원 철원 중부전선에서 한국 측 현장검증반이 북측 검증반과 만나 악수하는 옆으로 ‘군사분계선’ 표지판이 보인다.

또한 남북관계의 변화를 해외에 알리는 민간 공공외교를 활성화해나가야 한다. 국민적 소통과 의견 수렴은 더욱 중요한 과제다. 대북정책과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국회 및 언론과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올해 민주평통의 역할이 주목된다. 2019년 한반도 상황의 변화에 대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을 더욱 활발히 전개했으면 한다. 통일국민협약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평화통일 원탁회의 등 대국민 여론 수렴 플랫폼을 활용해 국민들이 한반도 변화를 이해하고 지지·성원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이 승 현 양 무 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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