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회 탐방

4· 27 판문점 선언이 이루어진 장소인 평화의 집. 제주시협의회의 의뢰를 받아 극단 가람이 만든 창작 퓨전 뮤지컬 ‘우리 이제 사돈 아니우과’의 한 장면. 힙합비트에 맞춰
‘평화’와 ‘통일’을 노래하다

“오른손을 주먹 쥔 상태에서 엄지와 검지, 새끼손가락만 펴서 머리 위로 올려보세요. 힙합 하는 사람들 한테서 많이 본 제스처이죠? 이 손짓은 ‘평화’를 상징해요. 자, 다 같이 ‘평화의 섬’ 제주에서 소리 질러볼까요. ‘피스(Peace)~” 관객들의 시선은 한국 1세대 댄서인 소울초이의 오른손에 쏠렸다.

얼핏 수화 동작처럼 보이는 이 손동작을 유심히 관찰하던 관객들은 댄서의 설명대로 손 모양을 만들어 머리 위로 올려 위아래로 흔들었다. 관객들의 입에서 “와” 함성이 연신 터져 나왔다. 관객 모두 하나 되어 빠른 힙합 비트에 맞춰 손을 흔들며 ‘피스’ 를 외쳤다.

지난 7월 15일 오후 2시, 제주학생문화원에선 힙합 공연이 한창이었다. 소울초이를 비롯해 제주 지역 스트릿댄스팀 미스 버건디와 프리언유즈얼이 무대에 올라 ‘피어나는 평화’를 주제로 한 이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힙합을 매개로 젊은층과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관객 수십 명은 이어 진행된 통일안보 강사인 김정천 씨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제주 팝핀댄스인 제이피소울, 비보이팀 팻소울즈의 열띤 공연이 오후 4시 가까이 이어졌다.

제주시협의회는 평화의 메시지를 무겁지 않은 힙합 스타일의 비트 위에서 풀어내고 있다. 많은 지역 협의회들이 문화를 매개로 한 통일운동을 추진한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었지만, 힙합을 통해 평화 어젠다를 환기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통일문화운동의 날개 펼친다

평화통일운동 분야에서 낯선 접근일 수 있는 힙합은 비주류 문화이지만 이제는 대중에게도 익숙한 장르가 됐다. 최근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고등래퍼’를 통해 힙합이 젊은 층의 압도적인 열광을 받았던 터라, 제주시협의회도 젊은 층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고자 힙합으로 평화통일 퍼포먼스를 준비하게 됐다.

제주시협의회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방식의 통일문화운동은 또 있다. 지난 7월 26일 한라아트홀에서 열린 ‘재밌go, 유쾌하go, 통일go’ 행사에서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인 뮤지컬 ‘우리 이제 사돈 아니우과’는 제주에서 활동하는 극단 가람이 제주시협의회의 의뢰를 받아 만든 창작 퓨전 뮤지컬이다.

작품에는 ‘결혼을 통해 사돈관계를 맺듯 남과 북이 통일한국의 미래를 향해 손잡고 걸어가야 통일이 이뤄진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힙합과 창작 퓨전 뮤지컬이 통일문화운동의 젊은 층저변 확대를 위한 촉매제라면, 세대 간 통일 시각차는 세대별 통일 비정상회담이 해소한다. 지난 8월 17일 제주 벤처마루 새별오름에서 열린 이 행사는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골격을 그대로 활용했다. 실제 20대부터 70대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제주 시민들이 모여 통일을 주제로 한 토론을 펼쳤다.

100여 명의 광주 지역 청년들은 남북 양측의 국방부, 국토교통부,교육부, 문화체육부, 보건복지부,외교부 등 6개 부처에 소속돼통일 한반도를 위한 각 분야별정책을 토론하고 논의하는시간을 가졌다. 7월 15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평화를 부르는 힙합과 통일 나눔 토크콘서트’ 참석자들이 무대에 올라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왜 문화에 바탕을 둔 통일운동일까. 성일승 제주시협의회 회장은 “그동안 막연하게 평화를 염원하는 문화사업은 많이 했지만, 젊은 층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세대간 격차를 해소하는 문화예술 통일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면서 “동시에 힙합을 매개로 한 통일운동은 젊은층의 접근이 한결 수월하면서도 통일문화운동을 오랫동안 고민해온 제주시협의회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답했다.

통일문화운동의 대표적인 특징은 지역주민들이 자연스럽게 평화통일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도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에서 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통일운동 참여 기회를 제공했지만, 그 형태가 영화나 음악회, 전시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힙합이나 창작 퓨전 뮤지컬, 세대별 통일 비정상회담 같은 행사는 새로운 형태의 통일문화운동이기에 지역주민들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평화통일 사안에 무관심한 젊은 층의 관심과 참여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다.

제주시협의회는 통일문화운동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홍보’를 꼽는다. 지역협의회의 통일문화운동이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사회 통일 여론 조성 차원으로 확장하려면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야 한다. 김미향 제주시협의회 행정실장은 “우리의 홍보 전략은 자문위원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입소문”이라고 말했다.

“각 분과별로 자문위원들이 자신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지역주민들에게 적극 홍보한 덕분에 좀 더 우호적인 한반도 평화통일 여론 조성이 가능해졌어요. 작품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전문 극단이나 예술 종사자 등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의견도 통일문화사업에 반영했죠.”

100여 명의 광주 지역 청년들은 남북 양측의 국방부, 국토교통부,교육부, 문화체육부, 보건복지부,외교부 등 6개 부처에 소속돼통일 한반도를 위한 각 분야별정책을 토론하고 논의하는시간을 가졌다. 통일에 대한 세대별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된 ‘세대별 통일 비정상회담’.

젊은 층 참여 유도, 세대 간 격차 해소

통일에 대한 세대 간 갈등과 격차를 줄이고, 통일 준비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통일문화사업의 효과다. 통일문화사업은 공연, 토크, 강연, 토론, 탐방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도 가볍게 웃고 그친다면 효과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제주시협의회는 국민소통분과위원회, 문화예술분과, 교육홍보분과위원회, 여성분과위원회 등 분과별로 다양한 기획을 추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제주시협의회는 통일문화운동을 내년에도 이어갈 예정이다. 내년에는 규모를 더 키워 참여자를 점차 늘리고 프로그램 다양화도 고려 중이다. 성일승 회장은 “올해 활동이 평화통일에 대한 흥미를 이끄는 수준이었다면 내년에는 심도 있는 평화통일 논의까지 이뤄지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들고 젊은 층과 더 많은 주민들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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