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칼럼

방북 의사 밝힌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거는 기대

유럽 순방 중 바티칸에서 교황을 예방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일 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받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으로부터 공식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이 북한 방문 의사를 강력하게 밝힌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에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평화의 사도’라는 별칭으로 더 익숙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교황명으로 선택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교황은 평화와 가난한 이를 위한 신앙과 교회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교황이 되기 전에도 스스로 검소한 생활을 실천했고, 교황이 된 이후에는 세계 곳곳 분쟁지역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일에도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5년 미국과 쿠바의 54년 만의 화해를 이끌어내는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으며, 2016년 콜롬비아 내전을 종식시키는 과정에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한반도 평화에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2014년 교황의 방한기간 중에도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은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했으며, 위정자들에게는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고 촉구했다.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강론에서는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들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듯 생겨나도록” 기도하자고 청하기도 했다.

이는 부분적이기는 하나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에 대한 ‘신고와 검증’의 두 가지 조건, 나아가 ‘완전한, 불가역적 폐기’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도 평양회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북한에서 엄청난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고, 폼페이오 장관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다음 주 뉴욕에서,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카운터 파트가 빈에서 북·미 대화를 갖자고 제안했다.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의 갈등이 해소되고 화해와 대화가 촉진되길 바란다는 기도로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

가깝게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한다는 사실을 들어 “대화와 상호 존중을 통해 갈등이 평화롭게 해결될 수 있는 세계가 올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며 그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한반도 주민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교황청 주재 외교관들과의 신년 회동에서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면서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시라. 두려워하지 마시라”고 힘을 실어주었다. 교황의 방북 수락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종교의 자유가 제한돼 가톨릭 사제가 없으며 바티칸과 미수교 국가인 북한 땅에 교황이 방문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 될 것이고, 그만큼 북한과 세계에 던지는 메시지도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교황의 방문이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교황을 환대할 것으로 보이나, 이후 북한 사회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 역시 적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이 클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원만하게 성사돼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을 촉진하고, 남북한의 화해와 공동 번영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를 계기로 북한 주민들의 신앙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도 더 많이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희망한다.

이희옥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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