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안보 패러다임 전환, 남북관계 자율성 확보
이번 보고서에는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증진, 한반도 공동 번영, 비핵·평화 프로세스 추진을 위한 다양한 제안이 담겼다. 국제 협력과 공공외교, 남북의 분야별 협력방안,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제안,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다양한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먼저 평화발전분과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향’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고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면서 연내 종전선언이 합의될 수 있도록 추동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 지향을 위한 안보체제 구축 필요성도 제기됐다. 9·19 평양 공동선언 군사 분야 합의 이행이 궁극적으로는 항구적 평화체제 진입의 첫 출발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대결적 군사안보에서 함께하는 ‘공동 안보’로 안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미래세대인 청소년 상호 교류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 재개 등 민족 동질성 회복·강화를 위한 교류협력 사업들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협력분과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함께 발전시키되 투트랙으로 각각 관리해 남북관계의 독립적인 자율성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평화 정착을 위한 3대 과제로는 ▲북핵 문제 ▲평 화체제 ▲군비통제가 선정됐으며, 단계적·동시적·포괄적으로 이를 상호 연계해 추진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되돌릴 수 없는 평화’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되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것이 비핵화의 속도를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언급했다. ‘평화 만들기’의 핵심인 군사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국제협력과 관련해 한미·한중 공동의 대북정책 설계, 다양한 외교 채널 구축을 통한 국제적 대북정책 컨센서스 창출에 대한 건의도 담았다. 정부 차원에서 한반도 주변 4강과 대북정책 목표를 공유하려는 노력뿐아니라 민간과 1.5트랙 차원에서의 외교적 노력 강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경제협력, 사회문화협력 통한 비핵화 평화 조성
경제협력분과에서는 지속적으로 경협을 발전시키기 위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남북 경협을 전담하는 반관반민 전담기구 설립, 지자체 협력사업 강화, ‘평화경제특구’ 조성, 경공업 위주의 위탁가공교역 재추진 등을 제안했다.
지역 협력과 관련해 북한이 중앙 독점의 경제 관리 권한을 분권화해 지방에 부여함에 따라 남북 지방 간 직접적인 협력이 가능해진 환경을 고려해 남북 지방 간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북한 지역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건의도 담았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유엔개발계획(UNDP)의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의 아시아횡단철도(TAR) 등 기존 국제철도 협력 조직 및 기구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014년 북한을 거쳐 온 유연탄 북한 나진항에서 선적된 러시아 시베리아산 유연탄 4만 500톤이 중국화물선에 실려온 뒤 경북 포항신항에 하역하는 모습.
이와 함께 ▲동아시아철도협의체 구성 ▲동아시아철도 시범 운송사업 추진 ▲동아시아철도협력기구 창설 등의 순서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문화교류분과는 비핵·평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문화 교류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남북관계 차원에서는 ▲새로운 남북 사회문화 교류의 패러다임 구축 및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파트너십 교류 진행 ▲남북한을 잇는 체계적 평화·관광 분야 협력 ▲‘한반도 新사회문화지도’ 제정 ▲남북 공동 추억·상처 공감 주제를 활용한 교류협력 추진을 제안했다.
남북 공감 주제와 관련한 사업의 예로, 구한말과 일제 치하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할 수 있는 사업,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소외되거나 제대로 발굴되지 못한 독립운동가 발굴, 일본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및 유품 공동 송환 처리 및 협상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 국제 차원에서는 ▲국제기구와의 협력해 남북 사회문화 교류 추진 ▲민주평통 해외위원을 중심으로 2020년 하계올림픽 공동 참가 및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 개최 추진을 위한 국제사회 여건 조성 등을 과제로 제안했다.
법·제도 개선으로 안정적 기반 조성, 초당적 협력 견인해야
통일법제분과는 법·제도 개선과 관련된 논의를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은 통일정책을 법치주의에 근거해 추진하는 원칙 조항 추가 등 관련 규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남북 교류협력의 기본법으로 삼으면서 ‘남북 경제 협력에 관한 법률’, ‘북한 개발 협력 및 인도적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의 제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사업 활성화를 위해 협력사업 승인 요건을 완화하고 ‘남북협력기금법’의 적용 대상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 직하다는 제안도 담았다.
국민소통분과는 비핵화 협상의 동력 회복 이후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인 평화를 이루기까지 우리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고 협상 진행에 관여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핵·평화 이행을 위해 초당적 협력을 견인하고,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남북 간 합의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 확보가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현재 평화 공존이 분단 고착화가 아니라 남북 간 하나의 시장, 남북연합의 건설 등을 통해 평화로운 통일의 길을 지향하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종교 지도자·여성 경제 공동체 조성… 평화교육 거버넌스 구축
종교·여성·청년분과는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토대로한 제안을 내놓았다. 종교분과는 국내 종교계와 민주평통 해외 조직 등을 잇는 대미 공공외교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에서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을 지지하는 ‘한반도 평화 기원 릴레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 등을 지역별로 전개하고, 이를 백악관으로 전달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 조선종교인협의회(KCR)가 미국 방문 추진을 통해 대미 공공외교의 폭을 확장하는 동시에 한미, 남북, 남·북·미 등을 통합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종교 지도자 모임을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통일법제분과는 법·제도 개선과 관련된 논의를 이어갔다.
여성분과는 한반도 여성 경제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국내 차원에서 진보·보수 등 사회단체와 여성계, 중앙과 지방, 계층별, 직업별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면서 여성계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남북관계 차원에서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 남북 여성이 참여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며, 제도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사안으로 남북 기본협정 체결 시 한반도에서 양성 평등의 가치를 명시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한반도 여성 경제 공동체 관련 기구를 설치하며, 남북한 여성 경제인을 대상으로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 교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남북 여성 학술대회를 열어 양성 평등에 관한 공감대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 국제적 차원에서 2020년 유엔세계여성대회를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청년분과는 평화 담론을 확산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평화교육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육 방법을 두고 진보와 보수 간 합의를 토대로 ‘한국형 정치교육 모델’을 비롯해 교사, 지역 활동가, 학부모, 일반시민 등이 함께하는 (가칭)우리 마을 평화학교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항구적인 평화체제 담론을 확산하고 청년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차세대 리더 교육으로 ‘평화청년포럼’을 개최하고, 노령층과 청년층의 세대 간 평화 공감의 장을 형성하는 ‘세대공감 포럼’을구성·운영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에 발행된 2018년 3차 ‘통일정책 추진에 관한 3차 정책건의’ 보고서는 민주평통 홈페이지(www.nua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