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민주평통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이후 ‘평화와 통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대구, 광주, 대전 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원탁회의를 진행했다. 사진은 대전 평화통일 원탁회의 모습.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전격 성사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카펠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 조야는 여전히 신중론
한인사회, 지지 얻고자 총력

국제사회의 시선이 2차 북 ·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로 옮겨가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6·12 북·미 정상회담 직후 미국 내 의회, 언론, 전문가로부터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다 여전히 미국 사회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여론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1차 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를 바라보는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미 의회와 행정부, 언론, 전문가 등의 입장과 견해를 통해 조명하고자 한다.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미국의 의회나 언론, 미국 외교정책이나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대체로 우호적이지 않다. 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하고 지지하는 이들도 있으나 대다수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이전부터 회담의 성공 가능성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고, 이러한 평가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먼저 의회에서는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있다.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지만 이에 대해 자신은 낙관적이지 않으며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냉담한 평가 내놔

미 행정부나 많은 전문가들의 입장도 이와 비슷했다. 대북 강경파로 잘 알려져 있는 존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요구했고, 그가 북·미 정상회담을 의도적으로 무산시키려 했다고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장이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역시 “북한이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는 “북·미 정상회담은 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주류 언론들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는 북·미 정상회담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AP통신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흠집 내기성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불과 일주일가량 앞두고 척 슈머를 비롯한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북한에 대해 어떠한 양보도 하지 말아야 하며 북한의 핵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까지도 언제 어디서나 사찰이 가능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 하원은 의회의 승인 없이 주한미군 규모를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일 수 없도록 의무화하는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미 상원 군사위원회도 주한미군은 대통령의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내용이 담긴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보수적 성향의 연구소나 언론뿐만 아니라 진보적 성향의 연구소, 언론도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들을 드러냈다. 미국의 사회과학연구소인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3대 연구소 중 한 곳이다.

민주당 성향을 보이는 브루킹스연구소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이전부터 꾸준히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브루킹스연구소는 김정은 위원장을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 순진하다고 비판했다. 미국 시사잡지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를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역사적인 제1차 북·미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발표 이후에도 미 주류 언론과 전문가, 의회에서는 정상회담과 공동성명의 성과와 의의를 깎아내리려는 시도들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북·미 정상회담이 긍정적인 시도였다고 평가했고,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의 업적이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평가절하된 측면도 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 애썼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 은 소수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주장했으며,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줬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상원의원인 크리스 머피와 태미 덕워스는 북·미 정상회담 다음 날인 6월 13일 혹시나 있을지 모를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 조치를 막기 위해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날선 비판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 역시 유보적이거나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밥 코커 공화당 상원의원은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의회 동의나 비준 절차를 강조했다. 보수적인 매체인 더힐이나 내셔널인터레스트 등은 칼럼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민주평통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이후 ‘평화와 통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대구, 광주, 대전 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원탁회의를 진행했다. 사진은 대전 평화통일 원탁회의 모습. 워싱턴 DC의 미 국회 의사당에 모인 의원들.

美 의회, 북한인권법 연장안 만장일치 처리

또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CNN과 같은 주류 언론이나 많은 미국의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선전을 위한 하나의 쇼에 불과하고,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놀아났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도 “북·미 정상회담은 오로지 트럼프의 사진 촬영을 위한 쇼였다”고 평가절하했고, 미국의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재단의 피터 싱어도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발표도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미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대북 협상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인권법 연장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한반도 주둔 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 주류 언론들은 북한이 계속해서 핵시설을 가동하면서 핵물질을 제조하고 미사일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는 뉴스를 의도적으로 흘리면서 북·미 정상회담 흠집내기에 주력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계속해서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내보내며 ‘반(反)트럼프’ 비판의 최전선에 서 있다.

민주평통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이후 ‘평화와 통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대구, 광주, 대전 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원탁회의를 진행했다. 사진은 대전 평화통일 원탁회의 모습.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이 10월 7일 오전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 프로세스를 논의했다.

이렇듯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 의회와 행정부, 주류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거나 회의적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만이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비관적인 평가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2차 방북 이후 종전선언과 북한의 핵 신고를 둘러싼 북·미 간 갈등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취소로 더욱 격화됐다.

대표적인 미국 대북정책 전문가인 리온 시걸 등 일부 전문가를 제외한 대부분은 북한이 미군 유해 송환 등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내용을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한인사회, 한반도 평화 지지 얻고자 총력

최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미국의 대북 압박 노력을 훼손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반대했고, 이를 통해 북한이 미국과 한국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이러한 국내의 강한 비판 여론을 의식이라도 하듯, 트럼프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계속 발표를 늦추다가 최근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내년 1월 중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결정은 연내 종전선언이나 김정은 위원장 답방 등을 어렵게 만들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모멘텀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러한 어려운 여건에서도 미주 재미동포들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미 의회와 언론의 지지를 얻고 나아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을 비롯한 단체들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브래드 셔먼, 애덤 시프, 루 코레아, 앨런 로웬달, 주디 추, 엘리엇 엥겔, 그레이스 맹 등 한반도 정책과 관련된 중요 연방 상·하원의원들을 상대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이산가족 상봉 등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를 확산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 병 민 안태형
LA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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