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칼럼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서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는 영화가 있다. 영화 ‘신과 함께2’이다. 개봉과 동시에 흥행몰이를 하면서 화제를 낳고 있다. ‘인과 연’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천년 동안 맺어진 인연을 줄거리로 한다.

영화는 수홍이 귀인이라고 굳게 믿는 차사 강림이 수홍이 억울하게 죽었다며 염라대왕에게 차사직과 천년 동안 기다려온 환생을 걸고 재판을 요청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염라대왕은 강림의 제안을 받는 대신 진작 명부로 왔어야 했을 허춘삼 노인과 노인을 지켜주는 성주신을 데려올 것을 제안한다.

강림은 저승에서 수홍의 재판을 진행하고, 차사 해원맥과 덕춘은 허춘삼 노인과 성주신을 데리러 이승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해원맥과 덕춘이 성주신을 이기지 못한다. 성주신의 전직은 차사. 바로 천 년 전 해원맥과 덕춘을 이승으로 이끌었던 차사였다. 차사 해원맥과 덕춘은 성주신으로부터 완전히 잊어버렸던 천 년 전 자신의 과거를 듣게 된다.

해원맥은 자기 손으로 덕춘의 부모를 죽이고 덕춘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 고려군 별무반의 무장이고, 그런 덕춘은 자신과 여진족 아이에게 생명의 은인이었던 해원맥이 부모를 죽인 원수라는 것을 알지만 해원맥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날한시에 죽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의 인연이 밝혀지면서, 나머지 한 처사인 강림의 비밀도 함께 밝혀진다.

강림은 해원맥의 상관이자 고구려 별무반 대장군의 아들이었다. 존경하고 따르던 아버지가 양자로 들인 여진족 고아인 동생을 아끼자 열등감과 질투심에 휩싸이고,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방기한다.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아버지를 찾지만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었다. ‘형님’이라 부르는 해원맥을 죽이지만 덕춘의 칼에 찔려 쓰러진다. 강림은 눈물을 흘리지만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다음이었다. 이런 인연이 얽혀 강림과 해원맥, 덕춘은 차사로서 천년 동안 함께 일하게 됐던 것이다.

세 차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성주신이 과거를 묻는 해원맥과 덕춘에게 넋두리처럼 던진 말이 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다. ‘만남에는 떠남이 있고, 떠난 것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승과 저승이 떨어져 있지만 저승의 일이 이승에서부터 일어났으니 떨어졌다고 할 수 없다. 나로부터 나간 인연은 나에게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인과 연이 어디 개인사에 한정된 것일까. 사회도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오늘의 역사는 과거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며, 또 다른 미래의 출발이다. 역사의 지엄함을 안다면 작은 일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 어떤 결정이든 반드시 결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2018년 남과 북은 갈등과 불신으로 점철됐던 과거를 거두고, 지금까지 걷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내딛고 있다. 서산대사는 ‘눈 내린 들판을 걸어 갈 때, 함부로 발걸음을 어지럽게 하지 말라’고 했다.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에게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남북관계도 역사의 한 시점이다. 과거의 사건으로 오늘의 관계가 만들어졌고, 오늘의 관계로 말미암아 내일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역사의 한 발 한 발이 소중한 이유이다.

이희옥 전영선
건국대학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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