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생각

제18기 국내지역회의 8월 27일 세종호텔에서 시민사회단체 여성 대표자들이 모여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여성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여성 대표자 초청 간담회

“여성과 청년이 중심 되는
평화통일 논의의 장 확대해야”

8월 27일 서울 중구 충무로 세종호텔 라일락룸에 평화와 통일운동을 실천하는 여성들이 모였다. 민주평통 상임여성분과위원회가 주관한 이 간담회는 평화와 통일 분야에서 여성주의 관점과 평화 담론을 만들고, 여성의 역할을 높이기 위한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황인성 사무처장은 인사말을 통해 “평화통일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감수성과 성인지적 관점이 필요하다”면서 “오늘 논의가 민주평통이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혜숙 여성분과위원장(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은 “오늘 간담회는 분쟁의 피해자로서의 여성이 아닌 주체로 살겠다는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평화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하나의 시도”라며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이끌어가기 위해 여성이 어떠한 역할을 실천해야 하는지 그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평화통일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를 어떻게 확대해나 갈 수 있을까. 참가자들은 여성주의 관점의 평화통일 논의를 시작하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다양한 실천적 방안들을 제안했다. 장미란 YWCA평화통일위원장은 “평화와 통일은 체제 문제이기 이전에 사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며 “여성이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교류하는 통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상임대표는 “지역은 평화통일 담론에서 소외돼 있고, 전담 활동가도 없다”며 “여성이 함께 고민하며 연대하고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화교육 활동가인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는 남성 중심의 평화통일 논의의 장은 많은 반면, 여성이 중심이 되는 논의의 장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여성이 주도적으로 논의의 장을 설계하고 여성을 서로 초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남북 적대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나라 사랑’ 교육을 혹독히 받았기 때문에 평화통일 교육에도 ‘디톡스’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영숙 수원여성회 대표는 “여성, 청년, 노인 등 약자들이 단일 조직을 구성해 활동하는 것보다 여러 분야에서 골고루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아 평화여성회 갈등해결센터 소장은 “여성의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하면서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현숙 흥사단 조직국장과 이예정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부장은 여성으로서 통일운동 분야에서 활동해온 자신의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여성운동과 통일운동을 추진하면서 소통과 교류를 확대하고 조화와 협력을 높이는 방안을 만들어나가자” 고 입을 모았다.

최선희 아산제터먹이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일상에서 평화와 통일운동을 전개해나가기 위해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활동을 결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소영 감리교여성개발원 총무는 운동이 재생산되지 않고 활력이 생기지 않는 현장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끼리끼리’ 문화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평화시대 조응할 수 있는 여성의 역할 중요”

민주평통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숙임 조각보 이사장은 “여성의 참여를 양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새로운 평화시대에 제대로 조응할 수 있는 역할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평통 조직과 사업 내용을 진단하면서 날로 달라지는 한반도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노숙 기독여민회 회장은 민주평통 내부의 변화를 주문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자문위원들이 권의의식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애숙 광명여성의 전화 대표와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자문위원 교육사업을 강조하면서 “교육 참가자들이 수혜자와 대상자로 남을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역할이 이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한 교육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덕룡 수석부의장이 7월 17일 개최된 광주지역회의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평화 구축방안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토론자들.

연세대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김세원 학생은 “남녀 청년 대부분이 평화통일 활동 경험이 없는데, 그중 여성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그 대안으로 민주평통이 청년이 발언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등 청년을 대상으로 한 평화통일 논의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민주평통은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여성의 평화통일 운동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여성이 평화통일 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뛰어넘어 평화통일 운동의 주체로 우뚝 서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황인성 사무처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4·27 판문점 선언으로 개방과 수평적 연대를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시민사회에 친화적이면서 시민 참여를 기초로 한 상향식 평화통일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여성이 중심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여성 대표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논의된 문제와 진단, 제안을 토대로 여성주의 관점을 기반으로 한 평화통일 사업을 구상하고 실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이현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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