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평통

2016년 8월 12일 열린 북한 평양 대동강 맥주 축전에서 행사 보조원이 맥주를 채운 잔을 배달하고 있다(왼쪽). 북한에서 많이 마시는 대표적인 병맥주는 대동강맥주다. 민주평통은 8월 22일부터 25일까지 중국 선양과 단둥에서 ‘범민족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범민족 평화포럼

남북한 전문가와 해외동포 모여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그리다

8·15 광복절 7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남북한 인사를 비롯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 지역 등 해외동포 100여 명이 모여 한반도 평화 정착과 공동 번영을 이야기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주최한 ‘범민족 평화포럼’은 ‘판문점 선언’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민주평통은 8월 22일부터 25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 선양과 단둥에서 ‘범민족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공동 번영을 위한 협력과 판문점 선언 이행 방안 모색, 민족 화해와 단합 그리고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리 민족,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다!’를 대주제로 한 이번 포럼엔 남북 및 세계 각 지역의 동포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북측에서도 대표단 5명이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8월 22일 ‘범민족 평화포럼’ 1일 차 행사는 소피텔호텔에서 남측 김덕룡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북측 림룡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의 기조연설로 진행됐다. 기조연설에서 김 수석부의장은 “과거 남북한의 화해·협력을 위한 시도가 외부 환경에 의해 무산된 바 있다”며 “올해 개최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결실을 맺으려면 내부 정세뿐 아니라 국제 정세의 흐름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과 북, 해외동포의 역량이 결집되는 범민족 평화통일 연대가 필요하다”며 “범민족 평화포럼을 계기로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 이행과 군사적 신뢰 조치 필요

기조연설을 맡은 북측 림룡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은 판문점 선언에 대해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과 번영으로 나가는, 새로운 여정에 들어섰음을 엄숙히 선언한, 긍지 높은 민족자주 선언”이라고 정의한 뒤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가 있다면 민족 우선, 민족 중심 관점에서 헤쳐나가자”고 말했다.

8월 24일 선양 완다비스타호텔에서 개최된 포럼은 ‘평화 공존’, ‘공동 번영’, ‘통일’ 등 총 3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평화 공존 : 남북 신뢰 구축과 평화 정착’을 주제로 진행한 1세션은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았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북측 리선웅 조국통일연구원 실장은 “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는 민족의 생존과 관련한 문제인 동시에 북남관계 발전과 통일의 선결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그 당면 과제로 “판문점 선언에 명기된 대로 올해 종전선언을 반드시 해야 하고, 남북 간 군사적 대결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에 책임 있는 당사국들이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심사숙고할 것을 당부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 군사 문제, 평화체제라는 세 개의 항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군사 문제(2조)는 남북관계(1조)가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갈 수 있도록 떠받치는 디딤돌이자 평화(3조)를 이루는 열쇠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군사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 선행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 첫 주자로 나선 김상국 베를린자유대학교 한국학 전임연구교수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 조성에 핵심적인 포석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나 북한의 행보에 관해서는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종원 와세다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는 한반도 평화체제로 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했지만, 오래된 냉전으로 일상화된 현실과 이로부터 이익을 취하려는 정치·경제적 기득권, 동북아 지역에 나타나는 신냉전 구도 등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맛이 연하고 깨끗하며 거품성이 좋은 대동강 1번 맥주는 북한에서 인기가 가장 높다(위). 북한에선 캔맥주를 ‘떼기식 통맥주’라고 부른다. 대동강 떼기식 통맥주는 2017년부터 생산됐다. 공동 번영 :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주제로 진행한 2세션에서 북측 림룡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평화와 번영 동시에 추진해야

안태형 LA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연구위원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논의에 중국의 주도적 참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러시아와의 정치·경제적 협력, 북·일관계 정상화 등을 언급했다. 박 알렉산더 러시아 변호사는 경의선 철도 연결사업, 시베리아 횡단 철도 연결사업 등 북한이 주변 국가와 공동 이익을 창출하는 프로젝트 개발을 통해 경제적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리홍군 연변대 사회인문과 학학원 당서기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용서를 기초로 민족의 발전과 번영을 담론으로 삼는다면 공감대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남북에 대한 긍정적 부분은 널리 알리고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해체시키는 역할을 조선족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번영 :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주제로 진행된 2세션에서는 김경일 베이징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조봉현 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실천 조치 들이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틀 속에서 검토되고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동해선·경의 선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현대화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이 우선 추진됨과 동시에 10·4 선언 당시 합의한 사업도 재검토해 진행할 것을 강조했다.

북측 림룡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은 “판문점 선 언 이행이라는 마차는 평화와 번영이라는 두 수레바 퀴가 함께 굴러가야 제대로 전진할 수 있다”며 “판문 점 선언에 반영된 경제 협력 문제들을 전면적으로 이 행해 신뢰와 공동 번영의 기틀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고 덧붙였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민족경제의 발전을 위한 다 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은 한반도 공동 번영과 상생을 위해 문재인 정부의 지 역 균형발전이 남한 중심에서 한반도 차원으로 확대돼 야 하고, 공동 번영을 위해서는 남북이 동등한 경제 주 체라는 인식을 먼저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광철 미주 민주참여포럼 대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불 가역적 성공을 위해 재미 경제인과 동포사회로부터 한 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는 노력과 함께 미 행정부와 언론, 연방의회가 북·미관계 의 정상화를 초당적으로 지지하도록 미주 동포사회가 움직일 것을 강조했다.

김경수 중국조선족기업가협회 회장은 유엔 대북제재가 풀리고 난 후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해 외부의 노하우와 전문인력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 역할을 중국 내 한국 상인과 중국 조선족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넬리 카자흐스탄 국제관계·세계언어대학교 교수는 6·15 공동선언처럼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각 분야의 남북, 재외동포가 함께하는 한민족 공동체 네트워크를 구축해 재외동포의 역량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화해와 치유를 바탕으로 한 협력 추구

통일 :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재외동포의 역할’을 주제로 마련된 3세션은 황인성 사무처장이 사회를 맡았다. 김연철 통일연구원 원장은 주제발표에서 종전선언이 남북, 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과 한반도 평화 질서를 구축하는 기회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종전선언을 위해선 적대감 해소를 위한 화해와 더불어 전쟁과 분단에 의한 상처를 치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비정치 분야, 지방정부, 민간 교류가 지속돼야 남북관계가 후퇴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평화와 협력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북측 정기풍 조국통일연구원 실장은 “민족 우선, 민족 중심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고 풀어나 가야 한다”며 “판문점 선언에 대한 해외의 지지와 이행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과 남, 해외의 각지에서 다방면적 접촉과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 공동 행사들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북·남, 해외 통일 관계자들, 전문가들의 회합도 자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진웅 코리아NGO센터 대표는 재일동포 사회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38선’이 있는 것 같다며 재일동포 사회가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있는 일본에서 동포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남북이 힘을 합쳐 통일세대를 키워나가자고 제안했다.

맛이 연하고 깨끗하며 거품성이 좋은 대동강 1번 맥주는 북한에서 인기가 가장 높다(위). 북한에선 캔맥주를 ‘떼기식 통맥주’라고 부른다. 대동강 떼기식 통맥주는 2017년부터 생산됐다. 3세션 ‘통일: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재외동포의 역할’에서 황인성 사무처장(왼쪽에서 두번째)이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김게르만 카자흐스탄 국립대 교수는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의 중재자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효과적인 중재 활동을 위해 서울과 평양 표준어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일본에서 온 김향청 작가는 “일부 재외 동포들은 조국이나 거주국에서도 자유롭게 살지 못하고 ‘경계인’으로 지내는데, 이는 냉전의 비극적인 산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박순옥 사할린한인협회 회장은 “러시아에는 우리 동포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남북 간 교류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며 “사할린에서 남북 이산가족 및 사할린과 북조선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손식 코리안아메리칸보이스(KAVOICE) 대표는 “앞으로 미주 한인들이 미국 주류사회 및 지역 정치인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남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력을 적극 발휘하자”고 제안했다. 여혜숙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이사는 “거주국에서 해외동포들이 민족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외 동포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덧붙였다.

이윤정 레스터대학교 Alison Taysum 프로젝트 공동연구원은 영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국제 여론을 주도하는 나라라는 점을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영국이 공감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해외동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해외에서 자라는 한인 차세대가 정체성을 가지고 자라려면 차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객관적 사실과 현실적 전망을 바탕으로 한 통일교육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포럼이 마무리된 후 참가자들은 만찬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의 소원’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이날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맛이 연하고 깨끗하며 거품성이 좋은 대동강 1번 맥주는 북한에서 인기가 가장 높다(위). 북한에선 캔맥주를 ‘떼기식 통맥주’라고 부른다. 대동강 떼기식 통맥주는 2017년부터 생산됐다. 8월 25일 범민족 평화포럼에 참석한 민주평통과 북측 대표들이 좌담을 가졌다. 왼쪽부터 황인성 사무처장, 김덕룡 수석부의장, 림룡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 정기풍 조선통일연구원 실장.

한편, 25일 중국 선양 소피텔호텔에서 김덕룡 수석부의장과 황인성 사무처장, 북측의 림룡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과 정기풍 조선통일연구원 실장이 뜻 깊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김덕룡 수석부의장은 “남측 정부기구가 주최하는 행사에 북측 대표단이 참석한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며 이번에 열린 범민족 평화포럼이 판문점선언 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참여한 공식적인 포럼이라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북측의 림룡철 부회장은 “굉장히 특별한 회합이었고, 북과 남 뿐만 아니라 해외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판문점선언 이행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답했다.

또 남북 경제협력이 늦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김 수석부의장은 “현실적으로 제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쉽지 않다. 북·미가 빨리 비핵화와 관련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토론하고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해외동포의 역할에 대해 정기풍 실장은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라며 해외동포들이 자신을 이방인이나 교량자가 아닌 당당한 주체라는 인식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황인성 사무처장은 우리가 가는 길에 늘 좋은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잡은 손을 다시는 놓지 말자는 말을 전하면서 좌담을 마쳤다.
<전소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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