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으로 임명된 황인성 신임 사무처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정무직인 민주평통 사무처장직을 맡게 된 황 사무처장은 민주평통이 국민의 삶의 현장에서 수렴한 생생한 통일 의견을 반영한 통일정책을 건의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랜 기간 시민사회단체 활동과 통일운동에 몸담았던 황인성 사무처장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민주평통 사무처장으로서의 취임 소감과 민주평통에 관한 소견을 듣고 싶습니다.
통일의 길은 멀고 긴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입니다. 가다 보면 아름답고 편안한 길을 갈 수도 있지만 때로는 험난한 높은 언덕을 만나기도 하고, 진흙탕 길을 가야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분단·대결로 생기는 고통을 완화하고, 우리와 자손들의 삶을 평화롭고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는 온 민족 구성원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 평화통일을 이룩해가야 할 것입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명칭 자체에서 ‘민주’, ‘평화’, ‘통일’이라는 가치와 목표를 잘 제시하고 있습니다. 곧 민주평통은 가장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헌법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들의 통일 여론을 있는 그대로 수렴하고,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과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 결집을 위한 통일 사업을 전개해야 합니다. 또한 국내외 자문위원과 지역협의회의 통일 활동을 통해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소통과 통합을 위한 활동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통일정책에 관한 자문건의 활동을 내실 있게 펼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제18기 민주평통이 9월 1일자로 출범했습니다. 이번 18기 자문위원 위촉이 당초보다 늦어진 이유와 위촉 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잘 아시다시피 갑작스러운 탄핵 국면과 조기 대선으로 지난 5월 새롭게 정권이 교체됐습니다. 제가 취임했을 당시에는 제18기 자문위원 위촉을 위한 기본적인 업무들이 마무리 단계에 있었습니다.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 직능대표를 추천하는 주무관청의 장, 해외공관장 등 법정 추천권자의 추천이 끝나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사무처장의 제청으로 위촉하게 되는 직능대표의 위촉 작업이 추진돼야 하는데 7월 1일 출범까지 20일도 채 남지 않아 자문위원 후보에 대한 물색과 추천 의뢰, 후보 선정, 신원 확인, 간부 후보 심의 등을 완료해 위촉·출범하기에는 일정상 너무나 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자문위원 위촉에 좀 더 신중을 기하고 제18기 민주평통의 비전을 충실히 모색하기 위해 부득이 9월에 출범하게 됐습니다.
특히 평화통일 활동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고 리더십을 갖춘 인사들을 찾아내고, 여성과 청년의 참여를 확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최고의 남북관계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참여 비율을 높이려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통일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북한이 우리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면서 미사일 시험발사라는 무력시위와 도발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행동입니다. 북한이 당장은 대화의 자리에 나오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인내하면서 진정성을 보이고 일관성 있게 대화와 협력을 추구해나간다면 북한도 어느 시점이 되면 호응해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북한 핵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가 계속 진행돼왔고 제재 국면이 지속되면서 남북관계에 긴장 또한 높아졌습니다. 북한도 그만큼 어려워졌고요.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북한이 대화에 응해야 합니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이 불가결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월 민주평통에서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 의하면 ‘향후 남북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48.1%로 1분기 조사에 비해 13.9%포인트나 높게 나왔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 봅니다.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면서 북한과 대화를 모색함으로써 적대와 불신을 신뢰관계로 전환해가야 합니다. 모든 것이 막혀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호 신뢰를 형성해 적극적인 평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를 하다 보면 점차 군사적 긴장도 완화되고 북핵 문제 해결에도 진전이 있을 것입니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구현하기 위해 화해협력정책으로 확보한 상호 신뢰와 합의라는 역사적 자산을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인성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인터뷰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다. 황 사무처장이 민주평통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올해는 10·4 남북 정상선언 10주년입니다. 10·4 선언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와 관련해 민주평통이 구상하는 사업이 있다면?
10·4 정상선언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평화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아주 소중한 역사적 자산입니다. 6·25전쟁 이후 최고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현재의 군사적 긴장 상황에서 그간에 화해협력을 통해 이룩한 성과가 유실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것을 제대로 복원하고 성과를 확산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평통은 9월부터 10·4 선언의 의미를 재확인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남북 간 화해협력과 공동 번영, 평화 정착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이해를 확산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나가고자 합니다.
이와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께서 ‘신베를린 구상’에서 밝힌 평화를 위한 기본 청사진과 대북정책의 대강을 국민들이 바르게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합의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된 활동을 다양하게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이런 활동과 사업은 국내와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자문위원들에 의해 추진될 것이고, 국민과 함께할 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활동을 추진하는 자문위원과 지역에서의 통일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가겠습니다.
새롭게 구성된 제18기 민주평통과 자문위원들이 앞으로 2년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민주평통만이 할 수 있는 활동과 역할이 무엇일까요?
민주평통이 헌법과 법에 규정하고 있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일차적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평통은 자문기구이자 통일 활동 조직입니다. 대북·통일정책에 관한 자문건의 활동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삶의 현장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생생한 통일 의견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국민들의 땀내가 느껴지고, 일상적인 삶 속에서 제기되는 통일에 대한 생각이 가감 없이 수렴되고, 그것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합니다. 자문위원들이 국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그들의 한숨과 기대, 희망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담아내는 커다란 그릇이 돼야 합니다. 그런 역할과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이는 민주평통만이 할 수 있는 조직적 장점이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면서 국민의 통일 의지와 역량을 모아나가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을 넓혀나가야 합니다. 국민 통합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갈등 해소와 국민 통합이 통일을 향한 길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입니다.
사무처장께서 중점을 두고 있는 게 있다면?
민주평통이 통일을 향한 소통과 연대의 광장이 돼야 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개방적인 민주평통이 돼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는 단체와 많은 사람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범민족적인 역량을 결집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연대와 강력한 협력체제가 구축돼야 하고, 그들과 활동 성과를 나누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18기 민주평통의 중요한 활동 전략이 ‘국민 속으로, 국민과 더불어, 국민과 하나 되어’입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가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통일입니다. 그래서 국민이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추진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고 어울릴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해야 합니다. 시민친화적인 통일 활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민주평통이 통일운동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기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