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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Vol.46 | 2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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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스토리 | 통일을 여는 사람들

남북한 사람 모두
웃을 수 있는 웹툰 만들어요 탈북 웹툰작가 최성국

‘로동심문 넘 웃기지만 넘 슬프네요. (남한 사람들과 탈북민 사이에) 저런 오해가 생길 수 있다니 북한에서 온 분들을 더 잘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겠어요~’, ‘작가 동지 내래 10점 만점 주갓서!’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 게재된 웹툰(인터넷 만화) ‘로동심문’에 달린 댓글들이다. 남한적응 7년차인 최성국 작가는 ‘재미있고 신선한데, 묘하게 슬픈’ 탈북민 만화를 연재하며 젊은 세대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탈북민의 남한정착기와 과거 북한에서의 일상 등의 소재를 웃음으로 승화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하루빨리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메시지가 남는 웹툰이다.

열혈 남한 정착기 ‘로동심문’ 웹툰 연재하는 탈북 만화가

▲ 로동심문 태양의 용철이 스틸컷웹툰 ‘로동심문’에서는 ‘결혼합시다’ 에피소드에 이어 ‘국정원이야기’가 매주 연재되고 있다. 이 만화는 지난 5월부터 네이버 웹툰 ‘도전만화’ 코너에서 시작했고 두 달이 채 안 돼서 ‘베스트도전’ 단계로 승격했다. ‘정식 웹툰 코너도 아니지 않냐’고 반문할지 몰라도, 도전만화에 이름을 올린 아마추어 작품이 무려 11만5천 개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어머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승격된 셈이다. 게다가 평점 역시 10점 만점에 가깝고, 프롤로그는 5만여 회 가량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결혼합시다’에서는 탈북민 용철 씨의 눈에 비친 남한 문화를 배경으로, 동료 여직원의 사소한 친절을 오해해 청혼까지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렸다. ‘국정원 이야기’에서는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 갖는 편견과 두려움 등이 해소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특히 북한말과 북한 주민들의 삶을 중간 중간에 녹여냄으로써 남한 사람들의 이해를 도왔다. 그리 대단할 것도 없고, 예쁘거나 잘생기지도 않은 평범한 탈북민들이 등장하는 만화인데 남한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생각과 행동, 유머러스한 그림체가 웹툰을 ‘정주행’하게 만든다.

남북한의 문화, 유머코드를 한데 엮어 공감대 넓힌 웹툰

사실 최성국 작가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평양 ‘4.26만화영화촬영소’에서 8년간 근무하며 ‘령리한 너구리’ 등 많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전문가다. 촬영소는 북한에서 ‘꿈의 직장’으로 불릴 정도로 대우가 괜찮은 편이지만, 같은 일을 하던 외국인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단 걸 안 뒤로 질병을 핑계 삼아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이후 그는 몇 년 간 북한에서 한국드라마 CD 등을 암거래하며 돈을 벌다가 보위부의 감시 대상이 됐고 추방, 탈북의 수순을 밟았다.

남한에 와서 한 만화 제작회사에서 근무했지만 좀처럼 적응할 수 없었다는 최성국 작가. 만화의 기본인 재미, 웃음 코드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미’나 ‘당에 대한 충성’ 등의 주제의식도 없고 전혀 웃기지 않는 만화에 열광하는 남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자신의 그림 역시 이곳의 기호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남한의 TV 프로그램들을 ‘전투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북 라디오 방송국 기자로 활동하면서 점차 가슴으로 남한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최성국 작가는 매주 한 편 한 편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갔고, 금세 수많은 독자 팬들에게 사랑받는 인기 웹툰 작가가 됐다.

▲ 유엔총회 개최에 맞춰 열린 북한인권관련 행사에서 발표하는 최성국 작가 오준 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와 함께 ▶

북한과 탈북민에 대해 관심 갖게 됐단 댓글에 보람 느껴

최성국 작가에게 가장 큰 보람을 주는 건 역시 댓글들이다. ‘북한 말씨 계속 따라 읽는 거 저 뿐이 아니지요?ㅋㅋㅋㅋ 신기하고 재밌어요’, ‘와~ 성국씨 이게 진짜 실화라면 남한 사람 입장에서 보다가 빵 터졌네요ㅋㅋㅋㅋㅋㅋ’와 같이 신기하다는 반응과 함께 ‘북한 감자 하고 남한 감자하고 어떤 게 더 맛있습니까?’, ‘우리나라 맥도×드처럼 햄버거 집이 있나요?’, ‘북한도 대학 갈 때 저희와 똑같은 과목으로 시험 보나요?’와 같이 북한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내는가 하면, ‘적응해 나가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요. 탈북자분들 파이팅입니다!’처럼 응원하는 글들이 많다. 또한 ‘저의 한국 정착시절을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다음 회 기대합니다’와 같이 가끔 탈북민들의 댓글도 눈에 띈다.

최성국 작가는 ‘이런 반응과 격려가 너무 좋다’며, 특히 웹툰 덕분에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되고 탈북민들의 삶에 공감하게 됐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냐고 물었더니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분이 이 웹툰만 보면 웃는다는 사연을 보내 온 독자, 탈북민 엄마와 사이가 서먹서먹했지만 엄마의 경험을 웹툰에서 접한 뒤 함께 웃으며 훈훈한 분위기가 되었다는 청소년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탈북민 동료와 함께 일한 직장인의 사연도 있다.
“한 남성분은 자기 회사에 탈북민이 있는데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 되더래요. 이 사람이 도대체 왜 이러나 싶었는데 웹툰을 보고 나니까 지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로동심문스틸컷 최성국 작가

한국 드라마가 북한 주민 마음을 바꾸듯 내가 그린 웹툰도…

최성국 작가는 남한 사람들이 웹툰 로동심문을 통해 북한과 탈북민에 대한 이해를 넓힌 것처럼, 북한 주민들 역시 한국 드라마 등을 통해 빠르게 외부 세계를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부터 외국드라마나 영화들을 보긴 했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았죠. 하지만 한국 매체가 들어가면서 비로소 북한 주민들도 자유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외국 문화콘텐츠를 우리말로 듣는 것과 한국 문화를 그대로 접하는 건 하늘땅 차이가 나거든요. 예를 들어 ‘엄마가 나를 다리 밑에서 주워왔대’나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대사가 나오면 ‘우리랑 똑같다’며 굉장히 친근감이 들어요. 이런 한국 문화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북한 사람 마음속에 자유민주주의가 전파되고 있는 거죠. 그게 문화의 힘이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최 씨는 웹툰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 믿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에서의 삶을 만화로 보여준다면 훨씬 이해하기 쉽고 공감대가 넓어질 거란 생각에서다.
“북한 주민 입장에서 남한 만화는 토가 많고 설명이 길어요. 물론 쓸모는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걸 이해하기가 매우 힘든 거죠. 북한 주민들은 이제 ‘남조선이 못사는 곳’이라고 생각진 않아요. 단지 내가 남한에 가면 어떻게 살게 될 지가 궁금하고 두려운 거죠. 저는 남북한의 문화를 다 겪어봤으니까 양쪽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만화를 만들 겁니다. 그 어떤 최신 무기보다 더 무서운 문화의 힘을 믿으니까요.”

남한과 북한 통일되면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거듭날 것

최성국 작가최성국 작가는 올 초 한 출판사에 정 직원으로 채용돼 월간지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로 그림 작업을 하면서도 틈틈이 탈북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고, TV 방송에도 가끔 출연해 북한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 또한 지난 9월 71차 유엔총회 개최시기에 맞춰 열린 대북 유입정보 관련 행사에도 참석해 세계인들에게 북한 이슈를 환기시키며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을 알렸다.

최 작가는 앞으로 통일이 되어 남북한의 기술이 합쳐지면 애니메이션 최강국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기술력이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기획능력이 뛰어난 데다,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책임감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강하기 때문이란다.
“물론 북한은 미국식으로, 남한은 일본식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기 때문에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양쪽이 합쳐지면 굉장한 파워를 발휘할 것 같아요. 안 해도 되는 것을 끝까지 가서 해버리는 게 우리들의 공통점이거든요. 허접한 게 없어요.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세계 최강의 만화들이 탄생할 겁니다.”

<글.사진 / 기자희>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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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전체 기사 보기 기사발행 : 2016-11-01 / 제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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