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북한 평양에서 맥주 축제가 열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한의 첫 맥주 축제인 ‘평양대동강맥주축전’은
대동강변에 떠있는 유람선 ‘대동강호’에서 화려한 개막식을 열었다. 축전이 열리던 대동강호와 대동강변 부두는
특색있는 조명과 대형 전광판으로 화려하게 단장을 했다.
개막식에는 평양 주민들과 맥주 애호가, 북한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 손님들, 해외 동포들이 참석해 북적였다.
이 축제에서는 대동강맥주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최고 품질의 흰쌀맥주들과 흑맥주 등 여러 가지 맥주가 출품됐으며,
축제 시작 후 2시간 동안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됐다. 최영남 인민봉사총국장은 “조선(북한)의 맥주 생산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으나 여러 맥주 공장에서 출품하는 국내산 맥주들은 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군 복장과 비슷한 흰 상의와 파란 하의, 파란 모자를 착용한 봉사원들이 대동강맥주를 나르고, 탁자에는 프레첼 과자, 완두콩 등 간단한 안주와 양꼬치구이, 매운맛 닭고기 튀김이 제공됐다. 남한에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치맥(치킨과 맥주)’이 평양에서도 재현된 것이다. 이번 축제는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인 9월 9일까지 계속됐다. 모두의 축제가 아닌 일부를 위한 평양대동강맥주축전,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 내 최고위층 탈북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해외에 북한 정권의 건재함을 알리는 ‘쇼’를 했다.
대동강맥주는 봉학맥주, 룡성맥주, 금강맥주, 평양맥주 등과 함께 북한의 대표 맥주로 꼽힌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북한 대동강맥주가 한국 맥주보다 맛이 좋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대표 맥주 중 하나인 대동강맥주는 어떤 맛일까. 북한은 대동강맥주를 ‘동방 제일의 맥주’라고 자부한다. 2001년 1월 김정일의 지시로 평양시 사동구역 송신동에 공장이 건설됐고, 2002년 6월 완공했다. ‘대동강맥주공장’이라는 이름도 김정일이 명명했으며 2008년 4월 ‘대동강맥주’ 상표 도안도 결정했다.
북한의 축제 소식은 세계 각국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으며 중국, 영국, 미국 등 해외에서도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북한이 이처럼 맥주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대동강맥주의 인지도를 높여 새로운 외화벌이 상품으로 띄우려는 것과 동시에, 대형 유람선 및 평양 풍경을 외부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를 뒷받침해주듯 조선중앙TV는 “대동강맥주축전은 미제와 그 추종세력의 악랄한 반공화국 고립 압살 책동을 짓부시며(짓부수며), 인민의 낙원, 사회주의 문명 강국을 보란 듯이 건설해 나가는 우리 인민의 행복하고 낙관에 넘친 생활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북한이 그동안 금기시했던 상업광고를 통해 대동강맥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려는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연하고 부드럽고 향긋한 맛! 무더운 여름철은 물론 사철 누구나 즐겨 찾는 대중음료 대동강맥주!”
북한의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TV’가 2013년 ‘소문난 청량음료 대동강맥주’라는 제목의 2분 47초짜리 홍보영상에서 대동강 맥주가 “환경오염이 전혀 없는 대동강 지구의 무공해 지하수, 백과를 무르익히는 곡창지대 재령옥토에 뿌리박고 자란 기름진 보리와 흰쌀, 천혜산지 양강 땅의 호프를 주원료로 하고 있어 그 맛이 별미”라고 소개했다.
영상은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여유롭게 생맥주를 즐기는 장면을 배경으로 “인민 생활향상을 제일가는 목표로 내세우는 당의 은정 속에 인민들과 친숙해진 대동강맥주의 독특한 맛은 끊임없이 개선될 것이며 우리 인민들의 생활은 날로 더욱 윤택해질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마무리됐다.
북한이 대동강맥주 홍보 영상을 처음으로 띄운 것은 지난 2009년 7월 2일 조선중앙TV에서 대동강맥주 광고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그토록 자본주의의 부조리함을 꼬집던 북한이 ‘자본주의 상징’이라 할수 있는 ‘상업광고’를 장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변화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동강맥주’ 외에도 다양한 광고가 나오고 있다. 어린이 성장을 촉진하는 ‘키 크는 약’ 광고에는 약 병 옆에 만화로 목이 긴 기린 그림을 그려 넣었고, 피를 맑게 해준다는 약 광고에서는 금속제 반지 속에 보라색 보석이 들어 있다고 소개한다. 자동차 수리, 안드로이드 게임, 북한제 휴대폰에 프로그램 탑재와 같은 다른 광고도 등장했다. 특히 학생들을 상대로 한 학원 광고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월 평양신문은 태권도 교육기관인 ‘태권도 전당’이 낸 것으로 보이는 ‘2016년도 태권도 학원 학생 모집’ 광고를 실었다. 우리 고등학교 격인 고급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광고는 다른 기사와 다른 서체를 쓰는 등 광고효과를 내기 위해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평양신문은 노동당 관영 매체인 노동신문 등과 달리 평양시 주민들을 위한 생활 밀착형 정보를 전달한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지난 수년 동안 북한에서 볼 수 있었던 광고는 남북한 간의 경협과 관계된 것들이었지만, 최근 광고는 북한인들만을 상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과거에는 한국의 통일교와 북한 정부 사이에 공동으로 설립한 평화자동차의 대형 광고판이 있었고, 남북한 관계가 원만해 한국으로 수입이 허용됐을 당시 북한 TV에 방영됐던 대동강맥주 광고와 같이 한국과 연결 고리가 있는 상황에서만 등장했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북한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축구 경기장 안에 북한 기업의 광고가 허용됐으며, 아시안컵 축구대회 때에는 광고판 광고비가 4만 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경기장 안의 광고는 주로 중국과 합작을 한 기업들이 차지했다. 예를 들어 보통강백화점이나 철리마와 같은 광고판이 경기장 안에 등장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TV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우즈베키스탄의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경기를 중계하면서 개성 고려인삼, 평양 건재공장, 조선금강그룹 등 북한기업 광고판을 등장시켜 눈길을 끌었다. 광고판 중에는 ‘맑은 아침’처럼 그동안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정보기술(IT) 업체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올 들어서 평양 마라톤 대회를 할 때 고려인삼무역회사가 스폰서로 광고가 되기도 했으며, 당시 광고판 하나에 1000유로를 받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의 시장화 추세에 따라 기업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마케팅의 핵심인 광고는 피할 수 없는 경영의 도구”라고 진단했다.
오후부터는 이웃 친지들이 집으로 놀러와 함께 음식을 나누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끼리 민속놀이를 즐기기도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명절 때 노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주로 저녁이 되면 수건돌리기 게임과 같은 오락회를 하거나 기타를 치면서 남한 노래를 몰래 부르는 ‘신식 남자’가 되기도 하며,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면 용기를 내보기도 하는 하루이다. 혹은 가까운 친구들끼리 북한의 사회상에 대해 푸념을 하기도 하고, 중국이나 미국 등 외국 사람들의 생활은 어떠한지 서로 보고 들은 것을 공유하는 하루이기도 했다. 또한 장마당에서 사놓기는 했지만 입을 수 없던 청바지나,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집에서 몰래 친구들끼리 입어보며 자랑할 수도 있었던 편한 시간이었다.
북한에서 추석은 차례상에 올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전날에는 부실한 음식을 먹고 배가 고파서 견딜 수 없을 때가 많았다.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오늘 필자가 북한에 있었다면 진땀을 흘리며 음식 재료를 찾아 장마당으로, 개인 가정집으로 온 동네를 휘젓고 다녔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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