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성과와는 별개로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남북 당국간 약속했던 이산가족상봉이 금강산관광 재개문제와 연계됨으로써 무산된 것이 대표적 예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핵개발의지를 강력하게 표방하는 상황에서 6자회담은 난관에 부딪혀 있고,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가 유효한 상황에서 북한이 원하듯이 5·24조치의 폐기를 전제로 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전격적으로 수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정부의 결정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 강조되는 ‘균형’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즉 포용과 원칙 사이의 균형을 비롯하여, 안보와 교류협력, 남북대화와 국제협력의 조율을 중시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조에 따라 우리 정부는 현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재개 보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국제협력의 필요성과 안보문제가 더욱 중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렸다.
남북관계에서 점진적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균형의 추구는 중요하다. 무엇보다 과거 정부의 경험에서 보았듯이 우리의 일방적인 대북포용이나 원칙적용이 북한의 진정한 변화유도에 실질적 영향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북한정권은 체제내적 논리에 따라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며 변화를 모색하는 까닭에, 특정 방향의 선입견과 기대를 가지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려는 노력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관계에서 어떠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스스로 판단하고, 이를 통해 올바른 변화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상호주의적 성격을 내포한 균형은 매우 의미 있는 대안이 아닐 수 없다.
긴 호흡을 가지고 균형을 추구하는 정책은 새해에도 지속될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번째 문제는 한반도의 (분단과 통일)문제를 구성하는 국내환경, 남북관계, 국제환경의 순환적 연계구조에서 발생한 동맥경화의 해소와 관련된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우리의 국내 정치적 갈등은 물론이고 미·중간 경쟁구도에 편승하여 동북아질서를 혼란시키는 동시에 남북관계의 진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악순환적 영향을 미침으로써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의 통로를 막고 있다. 한반도 신뢰형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재 막혀 있는 연계구조에 피돌기가 일단 시작되어야 한다.
북한정권이 갑자기 변화를 시작하지 않는 한, 피돌기는 우리 정부의 용단으로만 시작될 수 있다. 어떠한 용단이 필요한지는 향후 북한내부의 상황변화와 관련된 두번째 문제에 좌우될 것이다. 즉 장성택의 처참한 숙청이후 북한 권력내부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장성택 숙청 이후 우리는 우선 북한정권의 불안정이 무력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이에 따라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든 안보적 대비가 매우 긴요하다. 동시에 김정은이 체제동요를 막고 권력안정을 위해서 적극적인 경제발전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에 대한 대비도 게을리할 수 없다.
북한은 경제를 발전시킬 자체 역량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 중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에 북한의 핵·경제 병진정책에서 전술적 변화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우리 정부는 이를 염두에 두고 어떠한 경우에도 균형을 적절하게 적용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고민과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진제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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