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프레젠테이션 대회는 다른 대회와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4명이 한 팀을 이루되, 그 중 두 명은 반드시 북한이탈주민 대학생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이 없었기에 팀 구성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대회의 사전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탈북대학생 지인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즉석에서 개인 혹은 2~3명으로 참여한 학생들을 서로 매칭해주는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거기서 나와 내 친구는 두 명의 탈북대학생과 팀을 구성하게 되었다. 각기 외대와 가톨릭대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이었는데 대화를 해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말이 잘 통해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 수업의 특강이나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통일 관련 행사를 통해서 들은 적은
나름 꽤 있었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대학생들과 대회를 함께 준비하기
위해 만나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내심 ‘혹시 말이 잘 통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실수해서 기분 나빠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직접 만나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예상했던 의사소통 상의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역시 한 민족은 오랜 분단에도 불구하고 다시 같은 지역에서 약간의
적응 시간을 보내면 다시 잘 어울릴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특히 탈북 과정에서의 많은 경험들 때문인지 스스로 일을 찾아 아르
바이트도 하고, 학교에서 장학생으로 선정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본받아야겠다는 존경의 마음도 들었다.
우리 조는 많은 대화를 통해 주제를 대학생들의 농촌 활동으로 정하고
발표 준비에 들어갔다. 다행히 서류를 보는 예심은 통과하여 더욱 높아진
활기로 본선 발표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다. 각자 정보를 수집하고 PPT템플릿을
꾸미는 등의 역할도 성격에 맞게 잘 분배되어 학교에서의 여느 팀 프로젝트 활동보다 더 즐겁고 재미있게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 학교 팀 프로젝트를 두고 많은 학생들이 ‘무임 승차자’나 열심히 참가하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조는 나보다 팀원들이 더 열심히 했으니 그런 걱정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발표날이 되었다.
약 15여 팀이 발표에 참가했고 발표가 모두 끝난
뒤에는 그 다음날까지 여러 가지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참가자들 상호 간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한
행사를 거치면서 나는 정말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 탈북대학생들이 넘어와 공부하고 있다는
것과 우리와 마찬가지로 취업이나 장래에 대해
고민하는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알 수 있었다.
발표 이튿날 발표된 수상자 명단에는 아쉽게 우리 팀의
이름이 없었지만 나는 단순히 수상 이상의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배우고 얻게 된 것 같다. 우선 두 명의 탈북대학생 친구들이 생겼고 1박 2일의 일정을 통해서도 많은 학생들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중에는 우리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도 상당히 많았는데 앞으로 학교에서 만나게 되면 반갑게 인사하는 좋은 관계가 될 것 같다.
아직 우리 대학 사회에는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문제가 제대로 인식되고 있지 않는데 이렇게 남북대학생이 함께 화합하며 참여할 수 있는 대회나 행사가 더욱 많아져서 우리 사회 전반의 통일 인식을 증진시킨다면 그것은 평화 통일을 앞당기는 하나의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