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포털사이트에 호사카 유지란 이름을 넣으면 저에 대한 욕설 200~300개쯤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저를 오히려 옹호하는 일본 사람들도 있어요. 그 분들은 진실을 말 하고자 하는 제 의도를 제대로 읽는 거죠.”
호사카 유지 교수(保坂祐二,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는 일본 도쿄대학 시절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접하면서 한일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고, 1988년 한국에 와서 연구활동을 계속하다가 2003년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저서와 논문을 집필해 온 그는 지난 8월 또 하나의 책 ‘독도, 1500년의 역사’를 출간했다.
원래 분량은 출판된 책의 3배 정도였는데, 출판사 측과 협의하면서 많이 줄였고 특히 독자를 고등학생까지 포함하면서 알기 쉬운 용어로 바꾸는 데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책에서는 일본이 1905년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할 당시 ‘주인 없는 땅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1904년 독도라는 지명과 섬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사용하고 있는 미국의 ‘러스크 서한’은 미국만의 견해를 전달한 비밀 서한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점, 한일회담에서 일본은 사실상 독도를 포기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도문제에 대한 해법 등을 담아봤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독도가 한때 일본에 편입됐던 1905년 상황과 현재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거예요. 18세기에 대륙세력(러시아)과 해양세력(미국, 영국)의 지정학적인 싸움이 있었고, 당시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해 미국과 영국이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승인했는데, 현재는 중국과 러시아가 일본 미국과 맞서는 신냉전시대로 볼 수 있거든요. 그 세력에 부딪히는 국가가 한국인 거죠. 북한은 대륙세력 측에 있고, 한국은 사실상 해양세력화가 된 곳이니까요. 다만 한국이 당시처럼 약한 국가가 아니라는 차이는 있지만, 이제 한국은 알아야 해요. 독도를 단지 일본과 한국만의 문제로 생각하면 안 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요. 1905년엔 독도가 일본에 넘어갔지만 지금은 반대로 지정학적으로 독도를 정확하게 이해해서 완전히 한국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렇다면 독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한일관계는 독도나 위안부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외교적 과제를 안고 있어요. 그런데 독도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상회담도 하지 않겠다는 식의 대처는 한일관계를 단순히 대결구도로만 치닫게 할 뿐입니다. 물론 일본 쪽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만, 일본은 한국과 대화하고 싶다는 외교적인 제스처를 보인데 반해, 한국은 대결자세로 임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잃어버린 게 더 많았다고 생각해요. 독도 문제도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해결된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그래서 독도는 분명 한국 영토이고, 그것을 어떻게 납득시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방안을 책 속에 담아봤어요. 당시의 상황, 그리고 그 이후 법적, 정치적으로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를 명확히 알고, 그 토대 위에 외교를 펼치는 게 아니라 단지 ‘우리 것이니까 우리 것이다’는 태도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어요. 감정적으로 싸울게 아니라 ‘선생님’ 입장에서 일본 사람들을 교육해야 해요.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소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요.
한 달 전 쯤 ‘우리역사 독도(2009년, 책문)’를 일본어로 번역한 ‘독도·다케시마의 일한사’도 일본에서 출간했어요. 이 책은 19세기까지의 한일관계사 속에서 독도가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살펴보면서, 일본이 스스로 독도를 한국 영토로 인정한 사실을 사료로 증명하고 있죠. 한일관계를 확장해 한미일 관계사를 다룬 속편도 일본에서 기획하고 있고요. 이는 일본인들에게 한국 측의 논리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리기 위한 것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의 독도 논리를 거의 모르니까요. 그리고 저는 ‘독도와 동아시아(dokdoandeastasia.com)’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한 달에 5~6회 정도 일본말로, 일본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독도관련 내용을 포스팅 하고 있어요. 일본 정부나 어용학자들의 논리가 매우 왜곡돼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정확히 일본인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서요. 앞으로도 출판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정보를 전달할 계획입니다.
일본인들로부터 비난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본 내 반응이 재미있어요. 일부 국민들은 비밀스러운 회의에 저를 초청해 강사료를 줘 가면서 강의를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거든요. 두렵거나 외롭지 않냐고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단지 그 사람들은 진실을 모른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오히려 학자로서 행복을 느껴요. 그게 제 삶이기 때문에, 삶이 여기에서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현재 독도 외에도 1965년에 체결된 한일기본조약, 한일협정의 문서자료를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문화재 반환을 포함해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다양한 역사 문제들이 숨어있는 걸 봤어요. 저는 이처럼 과거의 역사적 사실들을, 변형되고 왜곡된 것이 아닌 정확한 사실들을 알리고 싶어요. 일본인, 미국인, 한국인을 떠나서 사람으로서, 학자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가 저의 유일한 관심사입니다.
가장 기뻤을 때요? 바로 ‘러스크 서한’의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죠. 현재 일본은 ‘샌프란시스코조약에서 미국이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인정했다’는 주장을 계속 해오고 있어요. 하지만 최근 저는 그것이 단순히 미군만의 견해일 뿐이란 걸 밝혀냈죠. 그건 일본이 자랑하는 ‘필살기’였는데, 그걸 완전히 무력화시킨 거예요. 굉장히 기뻤어요. ‘아!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고요.
위안부 문제 역시 아주 중요한 사안입니다. 결국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일본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돈 같은 거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일본인들 역시 ‘비즈니스 아니냐’는 식으로 여겨온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오판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일본이 진심어린 사죄로 정확하게 마무리 지어야한다고 생각해요.
통일은 한민족의 과제이기 때문에 남과 북이 합의해서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지정학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중국은 1989년에 독일이 통일 되면서 구소련의 붕괴가 시작된 걸 지켜봐 왔기 때문에, 자신이 소련처럼 되지 않도록 체제를 정비해왔어요. 냉전은 유럽과 미소간 냉전이 끝난 거지, 중국이라는 거대한 세력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냉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거예요. 따라서 남북은 대결구도를 먼저 종식시키는 협정 등을 모색한 뒤 단계적인 통일을 이루되 정확히 한국의 플랜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경제적, 인적 교류를 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통일이 되는 소프트랜딩을 해야 하는데,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요. 한반도만의 상황으로 모든 것을 갑자기 결정하는 건 너무 위험해요. 한국을 이끌어가는 분들 역시 세계사나 독일의 통일에 대한 지식을 풍부하게 갖고 넓은 시각에서 통일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저는 사는 동안 꼭 통일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통일로 인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겠지만, 그보다 먼저 ‘통일은 제2의 광복’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이뤄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글.사진 / 기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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