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신문마다 ‘통일’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엄마, 제가 생각할 때는 갈수록 통일되기 힘들 것 같은데, 신문에서는 왜 자꾸 통일 통일하면서 나와요?” 올해 12살이 되는 둘째가 올 새해부터 신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통일’이란 제목이 낯선지 물어봅니다.
“왜? 왜 네 생각은 통일되기 힘들 것 같은데?” 물었더니 “분단된 지 너무 오래돼서 그때 헤어진 가족들은 다 할아버지 할머니거나 돌아가셨잖아요. 그러니 갈수록 더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도 없어질 거고,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도 없어질 것 같아서요.” 아이의 말처럼 정말 북에 있는 가족이 보고 싶어서, 고향 땅이 그리운 이산가족은 점점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거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 맞아! 가족과 고향 땅을 그리워하며 돌아가신 분들이 많지. 그런데 통일은 이산가족만 원하는 게 아니야. 엄마도 통일을 원하고 있어. 엄마도 어릴 때는 그냥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 막연하게 우리는 한민족이니까 이산가족이 너무 아파하니까 통일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너희를 위해서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지금 북한과 우리는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 잠시 멈춘 정전 관계이다 보니 연평도 포격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 또다시 전쟁이 반발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잖아. 엄마도 전쟁이 무서운데, 너희에게까지 이 전쟁의 불안감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그래서 무엇보다 통일되길 원해. 전쟁의 위험 때문에 국방비도 어쩔 수 없이 많이 사용해야 하고 남자들은 군대를 가야 하는 의무가 있고...
우리나라 경제도 외국에서 투자하기엔 전쟁의 위험이 있는 나라다 보니 꺼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경제발전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 이 모든 게 고스란히 너희에게 전가되는 부담인 거야. 통일된다면 이런 불안도 해소되고 남한과 북한의 인재와 자원이 합쳐지고 외국의 투자도 늘어날 테니 미래의 대한민국은 정말 대단하지 않겠니? 물론 통일을 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든데. 그래도 엄마는 통일되면 좋겠어.
요즘 신문에서 통일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거는 북한이탈주민이 많아지고 김정은 세습 이후 북한이 불안한 정세를 보이고 있다 보니 나오는 것 같아. 신문에 누군가 그렇게 썼더라. ‘통일은 예상치 않게 갑작스레 온다’고. 동독과 서독의 베를린 장벽이 정말 그렇게 급작스럽게 무너졌거든. 그러면서 통일과정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우리는 미리 대비하고 현실적인 부분에서 통일을 바라보고 준비하자는 거야. 예전에는 자국을 위해 혹은 이념 간의 갈등 때문에 우리나라의 통일을 원하지 않던 나라들이 있었는데 그 나라들도 우리의 통일에 대한 입장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 이런 통일 바람에 더 영향을 주고 있어. 그래서 엄마는 엄마 어릴 때보다도 통일이 예전보다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고 진짜로 통일이 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난 통일 되도 안 되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통일되는 게 더 좋겠어요.”
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는 우리 아이들이 통일 1세대로 살아갈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더 뜨겁게 더 냉철하게 현실에 입각한 통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한 해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