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과 의지를 제고하고자 매년 펼쳐지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통일골든벨’ 대회. 어떤 학생들에게는 통일과 역사에 대한 관심을 넓혀주는 기회가 되고 또 어떤 학생에게는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영구 학생도 마찬가지다. ‘통일골든벨은 조선역사상 일천년래 제일대사건’이라고 말하는 하영구 학생. 그는 지난 2011년 경주고등학교 3학년 재학중에 통일골든벨 전국대회에서 골든벨을 울렸고 이후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 진학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학문과 진로를 또렷이 정해 현재 역사학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그를 만나 통일과 역사, 그리고 공부 노하우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하영구 학생이 통일골든벨에 출전한 계기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과 맞아 떨어진다.
“원래 대회는 1, 2학년 학생들만 나가기로 했는데, 조광식 선생님께서 제 친구에게 3학년 학생들도 관심이 있으면 신청하라고 하셨어요. 친구의 제안으로 저도 대구경북지역 예선대회에 참가신청을 했지요.”
500여 명이 참여한 지역예선에서 하영구 학생은 처음 몇 문제를 풀고는 안타깝게 탈락했지만, 패자부활전에서 살아남았고 당당히 5위의 성적으로 전국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그리고 그는 100여 명이 모인 전국대회에서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고 최후의 1인이 돼 골든벨을 울리는 뚝심을 발휘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각 학교 학생들에게 150문제 정도 예상문제를 나눠줘서 그것을 기반으로 공부했어요. 특히 저는 고3 수험생이었으니까 수능 공부했던 게 도움이 됐어요. 국사와 근현대사를 다 공부했는데, 출제되는 문제 역시 근현대사 문제가 많이 나와서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영구 학생은 마지막 세 명이 남아 접전을 펼쳤던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후의 1인을 가른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그 마지막 문제는 사회주의 국가 중 처음으로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은 국가의 이름을 묻는 질문이었다. 하영구 학생은 정답 ‘헝가리’를 가볍게 맞췄고, 최후의 1인에게 주어지는 3문제까지 모두 맞추며 ‘역사통일골든벨’의 주역이 됐다. ‘골든벨’ 소리의 우렁찬 울림과 가슴 떨리는 영광의 순간 속 주인공은 바로 하영구 학생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하영구 학생은 역사학자가 되기로 일찌감치 진로를 정했다. ‘천년고도’라 불리는 경주 태생이기에 지역적인 특색도 역사에 재미를 붙이는데 한몫했다. 그는 ‘역사바라기’가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쳐다보면 다 유적지이고, 학교 앞에 커다란 능도 있었어요. 어린시절에는 옛날 얘기 듣는 것을 좋아했고, 학교 다니면서는 선생님들이 잘 가르쳐주셔서 자연스럽게 역사에 흥미를 붙일 수 있었어요.”
다른 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할 때 하영구 학생은 이미 정해진 ‘역사학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공부를 해나가야 할지만을 생각했고, ‘통일골든벨’ 우승 이후 그 꿈은 더욱 견고하게 다져졌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 진학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당시 우승 소감을 말할 때 공부 열심히 해서 조국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역사학자가 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우승 소감을 말한 이후 ‘통일’에 대해 결정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고.
“대회전까지는 통일에 대한 생각은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통일에 기여하는 역사학자가 되겠다’고 공언하고 나니 통일에 대해 더 관심이 가고 책도 많이 읽게 됐어요.”
평소 ‘넓게 보는’ 공부방법도 역사에 대한 관심을 배가시킬 수 있었다.
“국사 교과서를 읽다 보면 다양한 사건들, 인물들이 나오잖아요. 그러면 그와 관련된 자료들을 많이 찾아봤어요. 교과서는 단편적인 서술인데,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면 더 깊게 보이거든요. 모르면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공부했어요.”
고려에서 조선시대로 넘어갈 때의 역사가 재미있다는 그는 요즘 사극드라마 ‘정도전’도 열심히 보고 있다고 귀띔한다.
“역사에 관심 갖고 역사공부에 흥미를 붙이는 방법으로 드라마 시청을 추천하고 싶어요. 정통사극이 아니더라도 사극과 관련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재미있거든요. 공부는 그렇게 사소한 흥미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영구 학생은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이 서로 얼굴도 못 본다는 게 말이 안 돼요. 또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이 현실을 하루빨리 극복하고 싶어요.”
통일이 되면 ‘걸어서 평양에 한 번 꼭 가보고 싶다’는 그는 이내 진지한 눈빛으로 통일과 역사에 관해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 한다.
“북한의 역사학은 어떤지, 우리와는 어떻게 다른지 정말 궁금해요. 이념 자체가 다르니까 같은 역사를 두고도 그 해석이 굉장히 다르겠지요. 통일이 되면 좀 더 객관적인 우리나라 역사를 만들 수 있으니깐, 후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반쪽으로 나뉘어 이념과 체제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역사학을 바로잡고, 역사의 대중화를 이루겠다는 꿈의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골든벨’의 주인공, 하영구 학생. 통일골든벨 참가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어느덧 자신의 미래에 대해 깊고 진득하게 파고드는, ‘준비된 미래의 역사학자’가 되어 있었다.
<글. 백수원 / 사진. 나병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주시협의회>